농업예산 축소 안된다 |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지역재단 자문
- 작성일2020/03/05 10:40
- 조회 399
농업예산 축소 안된다
|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지역재단 자문
농림수산식품부는 내년도 예산(기금 포함)으로 15조1284억원을 배정해 줄 것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했다. 올해 예산 14조6363억원보다 3.4%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와의 1차 심의결과 예산안은 당초 요구액보다 1조2900억원, 심지어 올 예산보다 8000억원 정도가 줄어든 13조8330억원 수준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떤 정부 사업이든 예산이 없으면 법률은 사문화되고,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예산은 너무나 중요하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가경제
농업예산을 편성하는데 최우선적인 고려사항은 현재 농업이 처한 상황이다. 현재 한국농업의 위기는 너무나 심각하여 그야말로 긴급 처방이 필요하다. 식량자급률은 27% 이하이다. 밀 자급률의 급격한 하락에 따른 부작용은 최근 나타나고 있다. 국산밀과 수입밀 가격차가 과거 3~4배에서 국제곡물가격 상승으로 1.8배까지 좁혀졌다. 국산밀의 가격경쟁력 향상을 보고 정부는 자급률을 올해 1%에서 앞으로 10%로 올릴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것도 정부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반짝 했다가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 있다. 일본이 꾸준한 정부지원으로 밀자급률을 10% 수준으로 유지해온 것을 교훈 삼아야 할 것이다.
농가경제도 계속 악화되고 있다. 2008년 농가소득은 3052만원으로 전년 대비 4.5% 감소했다. 농업 총수입은 늘어나지 않았는데 농업경영비가 증가하여 농업소득은 전년 대비 7.2%나 감소했다. 도시근로자가구소득 대비 농가소득도 2003년 76.2%에서 2008년 65.4%로 내려갔고, 전국가구 대비 농가소득은 같은 기간 84.6%에서 75.5%로 하락했다. 지난 2005년을 기준으로 2009년 1분기 농가교역조건지수는 85.8로, 2006년 97.4, 2007년 96.6, 지난해 86.2에 이어 계속 악화되는 추세다.
농가경제 악화로 농촌으로 결혼해 오려는 여성이 적어 농촌 총각 10명 중 4~5명은 국제결혼을 한다. 농촌지역의 여성 결혼이민자 수는 2008년에 2만8240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의 3분의 1 정도가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갈등 요인이다.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 농촌을 떠난 결과 65세 이상 고령 농가인구 비중은 2007년 32%에 달해 전국의 2010년 추정치 11%의 세 배에 달한다. 앞으로 10년만 지나면 농촌인구가 급감할 것이고 기계화 농사 이외에 노인들이 담당했던 다양한 밭작물 농사는 거의 소멸할 것이다.
농림예산 비중은 해마다 줄어
이러한데도 지난 10년간 전체 예산 중 농림예산 비중은 해마다 줄어들었다. 지난 2000년 전체 국가예산 중 농림수산부문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9%였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08년에는 전체 예산대비 6.2%, 2009년에는 국가 전체 재정지출의 5.7%에 불과하다. 농촌진흥청과 산림청 예산을 포함한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 17.1조원도 국가전체 예산겚瘦?가운데 5.9%에 지나지 않는다.
2009년도 국가 전체 예산은 2008년 대비 10.4%나 증가하였으나,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은 7.1% 증가에 그쳤다. 작년에 발표한 향후 5년간 재정운용계획에 의하면 정부총지출은 2012년까지 매년 6.2%씩 증가하는데 반해, 농림수산식품분야는 매년 3% 증가에 그친다. 농림업의 GDP 비중 대비 농림예산 비중은 미국이 3배인데 한국은 2007년 현재 2배에 불과하다.
국가재정 측면에서 농업소외가 뚜렷한 것이고 이것이 농업위기를 가중시켰다고 할 수 있다.
정부, 국정 우선순위 잘 살펴야
현재 농업정책의 최우선적 과제는 식량자급률 향상, 농가경제 안정과 농촌 사회복지 확충이다. 현재 경지이용률이 103%에 불과한 것을 1990년의 113%를 넘어, 1980년의 125%로만 올려도 식량자급률을 35% 수준으로 올릴 수 있다. 재배한 농작물의 가격만 보장되면 농민들은 얼마든지 생산을 늘린다. 밀과 보리 재배도 벼농사와 충돌되지 않도록 벼와 밀 품종을 개량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재정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부는 국정의 우선순위를 잘 택해야 한다. 아무리 길을 잘 닦아 놓아도 다니는 사람이 없으면 무엇하나. 4대강 살리기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면서 농업예산을 줄여 농민들이 농촌에 살지 못하도록 만들면 무슨 소용이 있나.
농업보호와 농촌 살리기는 농민들만의 요구가 아니다. 기후변화(지구온난화)와 식량위기, 안전한 먹을거리 위협에 국민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제라도 농업예산을 감축하려는 무리한 시도를 중단하고 부자들에 대한 감세를 되돌려서 농업예산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2009년 글
출처: 한국농어민신문
|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지역재단 자문
농림수산식품부는 내년도 예산(기금 포함)으로 15조1284억원을 배정해 줄 것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했다. 올해 예산 14조6363억원보다 3.4%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와의 1차 심의결과 예산안은 당초 요구액보다 1조2900억원, 심지어 올 예산보다 8000억원 정도가 줄어든 13조8330억원 수준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떤 정부 사업이든 예산이 없으면 법률은 사문화되고,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예산은 너무나 중요하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가경제
농업예산을 편성하는데 최우선적인 고려사항은 현재 농업이 처한 상황이다. 현재 한국농업의 위기는 너무나 심각하여 그야말로 긴급 처방이 필요하다. 식량자급률은 27% 이하이다. 밀 자급률의 급격한 하락에 따른 부작용은 최근 나타나고 있다. 국산밀과 수입밀 가격차가 과거 3~4배에서 국제곡물가격 상승으로 1.8배까지 좁혀졌다. 국산밀의 가격경쟁력 향상을 보고 정부는 자급률을 올해 1%에서 앞으로 10%로 올릴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것도 정부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반짝 했다가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 있다. 일본이 꾸준한 정부지원으로 밀자급률을 10% 수준으로 유지해온 것을 교훈 삼아야 할 것이다.
농가경제도 계속 악화되고 있다. 2008년 농가소득은 3052만원으로 전년 대비 4.5% 감소했다. 농업 총수입은 늘어나지 않았는데 농업경영비가 증가하여 농업소득은 전년 대비 7.2%나 감소했다. 도시근로자가구소득 대비 농가소득도 2003년 76.2%에서 2008년 65.4%로 내려갔고, 전국가구 대비 농가소득은 같은 기간 84.6%에서 75.5%로 하락했다. 지난 2005년을 기준으로 2009년 1분기 농가교역조건지수는 85.8로, 2006년 97.4, 2007년 96.6, 지난해 86.2에 이어 계속 악화되는 추세다.
농가경제 악화로 농촌으로 결혼해 오려는 여성이 적어 농촌 총각 10명 중 4~5명은 국제결혼을 한다. 농촌지역의 여성 결혼이민자 수는 2008년에 2만8240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의 3분의 1 정도가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갈등 요인이다.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 농촌을 떠난 결과 65세 이상 고령 농가인구 비중은 2007년 32%에 달해 전국의 2010년 추정치 11%의 세 배에 달한다. 앞으로 10년만 지나면 농촌인구가 급감할 것이고 기계화 농사 이외에 노인들이 담당했던 다양한 밭작물 농사는 거의 소멸할 것이다.
농림예산 비중은 해마다 줄어
이러한데도 지난 10년간 전체 예산 중 농림예산 비중은 해마다 줄어들었다. 지난 2000년 전체 국가예산 중 농림수산부문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9%였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08년에는 전체 예산대비 6.2%, 2009년에는 국가 전체 재정지출의 5.7%에 불과하다. 농촌진흥청과 산림청 예산을 포함한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 17.1조원도 국가전체 예산겚瘦?가운데 5.9%에 지나지 않는다.
2009년도 국가 전체 예산은 2008년 대비 10.4%나 증가하였으나,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은 7.1% 증가에 그쳤다. 작년에 발표한 향후 5년간 재정운용계획에 의하면 정부총지출은 2012년까지 매년 6.2%씩 증가하는데 반해, 농림수산식품분야는 매년 3% 증가에 그친다. 농림업의 GDP 비중 대비 농림예산 비중은 미국이 3배인데 한국은 2007년 현재 2배에 불과하다.
국가재정 측면에서 농업소외가 뚜렷한 것이고 이것이 농업위기를 가중시켰다고 할 수 있다.
정부, 국정 우선순위 잘 살펴야
현재 농업정책의 최우선적 과제는 식량자급률 향상, 농가경제 안정과 농촌 사회복지 확충이다. 현재 경지이용률이 103%에 불과한 것을 1990년의 113%를 넘어, 1980년의 125%로만 올려도 식량자급률을 35% 수준으로 올릴 수 있다. 재배한 농작물의 가격만 보장되면 농민들은 얼마든지 생산을 늘린다. 밀과 보리 재배도 벼농사와 충돌되지 않도록 벼와 밀 품종을 개량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재정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부는 국정의 우선순위를 잘 택해야 한다. 아무리 길을 잘 닦아 놓아도 다니는 사람이 없으면 무엇하나. 4대강 살리기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면서 농업예산을 줄여 농민들이 농촌에 살지 못하도록 만들면 무슨 소용이 있나.
농업보호와 농촌 살리기는 농민들만의 요구가 아니다. 기후변화(지구온난화)와 식량위기, 안전한 먹을거리 위협에 국민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제라도 농업예산을 감축하려는 무리한 시도를 중단하고 부자들에 대한 감세를 되돌려서 농업예산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2009년 글
출처: 한국농어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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