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너머 산에 또 하나의 살 길이… | 김성훈 상지대 총장 ,환경정의 이사장, 지역재단 고문
- 작성일2020/03/05 10:05
- 조회 393
산 너머 산에 또 하나의 살 길이…
| 김성훈 상지대 총장 / 환경정의 이사장 / 지역재단 고문
연말 연시를 맞아 전국의 농사(農士) 형제들에게 삼가 이정하 시인의 주옥같은 시, “길을 가다가”를 소개합니다.
“때로 삶이 힘겹고 지칠 때
잠시 멈춰 서서 내가 서 있는 자리
내가 걸어 온 길을 한번 둘러보라.
편히 쉬고만 있었다면 과연 이만큼 올 수 있었겠는지
힘겹고 지친 삶은
그 힘겹고 지친 것 때문에
더 풍요로울 수 있다.
가파른 길에서 한 숨 쉬는 사람들이여
눈앞에 (막아 선) 언덕만 보지말고
그 뒤에 펼쳐질 평원을 생각해 보라
외려 기뻐하고 감사할 일이 아닌지”
시나브로 무자년(쥐의 해)이 기울고 기축년(소의 해)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무자년 한 해는 참으로 우리 농민들에게 속상하고 속 터지며 속이 뒤집힐 만큼 무지무지하게 힘들고 고된 한 해였습니다. 아주 큰 희망으로 새해를 맞이하였으나 그보다 더 큰 절망으로 몸부림쳐야 했습니다. 하늘이 돕고 땅이 도와 진짜 풍작을 이루었으나 들녘엔 풍년가 소리 대신 한숨소리가 진동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이상한 사람들이 이상한 정책을 끌고 가는 바람에 농정이 거꾸로 가 애꿎게도 농업인들과 농림부 공직자들만이 더욱 힘들어지기도 했습니다. 국민들이 오히려 장관과 정부를 걱정할만큼 농심을 놓치고 농민이 빠진 정책이 공공연히 행해지기도 한 것입니다.
농업분야 곳곳서 불길한 조짐
새 정권이 출범한 며칠 후 열린 첫 번째 경제장관 조정회의에서는 경제수장이란 사람이 “농업이란 말은 이제 더 이상 하지 말자. 농민문제는 복지차원에서 다루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이 씨가 된듯 우리나라 농업의 각 분야에서 불길한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농업을 버린 농지제도 개편, 축산을 버린 미국산 광우병의심 쇠고기 수입협상, 언발에 오줌 누기 식의 비료, 농약, 사료 등 원자재 가격폭등대책, 먼산의 불구경격인 농축산물 가격폭락, 농민의 고통을 외면한 제왕적인 농협 지배구조 비리, 농민의 몫을 빼앗아 가는 공직자들에 의한 쌀 직불금 횡령, 이렇다할 피해대책 없이 한미 FTA 비준을 강행하는 만용, 빚만 늘어나는 농가경제 악화 등 암울한 현상들뿐입니다.
그렇다고 정부의 확고한 보완대책이라든지 의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농업, 농촌, 농민에 대한 우군(友軍)이 없습니다. 용역이라면 사죽을 못쓰는 학자들일수록 진실을 외면하고 꽁무니를 뺍니다. 오로지 호시탐탐 투기대상으로 불법소유한 농지를 합법화하려는 모리배들만 득실댑니다. 사회 각계 각층의 농지 투기자들이 앞장서 농업무용론을 부추기기도 합니다. 한편, 가격지원대책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들먹이며 늑장부리고 심지어 학교 및 군에 대한 급식지원에도 소극적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농정공약으로 내세운 ‘돈 버는 농업, 살맛나는 농촌’을 위한 10대 실천방안 중 ‘농지거래 규제의 대폭완화’ 공약만은 득달같이 비농업 비농민 위주로 시행되었습니다.
농어민 소득보전특별법을 제정해 농가소득 직접지불 예산을 35%까지 마련하겠다는 공약은 아직 논의조차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36조원 가량의 농업매출액 보다 훨씬 많은 농가부채액 48조원을 20년 동안 분할상환 할 수 있도록 ‘농가부채 동결법률’을 제정하겠다는 약속은 언제 실현될런지 기약이 없습니다. 공약사항인 농식품 유통구조 개선과 혁신대책은 더디고 그 실효성이 자못 의문시됩니다. 농어촌에도 도시 못지않은 공평한 교육혜택을 마련할 실천의지 역시 불투명 합니다. 여성농업인에 대한 법적 지위보장과 고령농업인에 대한 지원대책은 그냥 적당히 넘어갈 모양 입니다. 농업회의소 설치와 남북농업협력법 제정, 남북농업협력기금 조성 공약은 빌 공(空)자 空約이 될 개연성이 점차 농후해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대통령의 농정공약을 실행할 기구와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 것이 실로 답답합니다.
농업·농촌·농민 살릴 길 찾아야
그렇다고 절망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봅니다. 농업, 농촌, 농민을 살릴 길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화(globalization) 시대에는 지방화(localization) 대책으로서 대응하면 됩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세방화(glocalization) 대책입니다. 이제까지 중앙정부가 주관하던 농업, 농촌, 농민 관련 예산과 세원과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와 농축임인삼 협동조합에 대폭 이양하면 됩니다. WTO의 직접규제 대상이 아닌 지방자치와 생산자조직에게 지역농업 살리기 업무를 이관하는 것이 현단계 우리 농촌, 농민을 구하는 길입니다. 그리하여 소비자 국민과 도시민들이 삶의 질 향상과 웰빙욕구 충족, 그리고 환경성 질환의 퇴치를 위해 지자체 및 생산자단체와 손잡고 친환경 유기농업 지원, 전통 발효음식 육성, 살아있는 환경생태계와 아름다운 경관 지키기에 앞장서게 하면 됩니다. 그 지역에서 생산된 안전한 농산물을 그 지역주민이 먼저 소비하는 로컬푸드(local food)운동과 오래되고 맛있는 제2의 천연식품, 전통음식 살리기의 슬로우푸드(solw food)운동에 발 벗고 나서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환경도 살리고 농민도 살리며 소비자도 사는 문자 그대로 도농이 함께 고루 잘사는 길이 열립니다.
그리하여 지역주민들과 인연을 맺은 지연(地緣)산업이 농민주도로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기꺼이 소비자들이 그 대가를 지불하려고 하는 공익적인 기능의 ‘국민농업’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습니다.
“산 첩첩 물 겹겹(山疊疊 水重重)
길 없는가 여겼더니(疑無路)
뿌연 버들 검은 구름 사이에(暗柳黑雲)
또 한 길(마을)이 있는 것을”(有一村)
일찍이 우리 선인들이 가꿨던 국민농업의 세상을 민관이 함께 새로이 열어갈 희망을 노래합시다.
*2008년 12월 글 입니다.
출 처 : 한국농어민신문
| 김성훈 상지대 총장 / 환경정의 이사장 / 지역재단 고문
연말 연시를 맞아 전국의 농사(農士) 형제들에게 삼가 이정하 시인의 주옥같은 시, “길을 가다가”를 소개합니다.
“때로 삶이 힘겹고 지칠 때
잠시 멈춰 서서 내가 서 있는 자리
내가 걸어 온 길을 한번 둘러보라.
편히 쉬고만 있었다면 과연 이만큼 올 수 있었겠는지
힘겹고 지친 삶은
그 힘겹고 지친 것 때문에
더 풍요로울 수 있다.
가파른 길에서 한 숨 쉬는 사람들이여
눈앞에 (막아 선) 언덕만 보지말고
그 뒤에 펼쳐질 평원을 생각해 보라
외려 기뻐하고 감사할 일이 아닌지”
시나브로 무자년(쥐의 해)이 기울고 기축년(소의 해)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무자년 한 해는 참으로 우리 농민들에게 속상하고 속 터지며 속이 뒤집힐 만큼 무지무지하게 힘들고 고된 한 해였습니다. 아주 큰 희망으로 새해를 맞이하였으나 그보다 더 큰 절망으로 몸부림쳐야 했습니다. 하늘이 돕고 땅이 도와 진짜 풍작을 이루었으나 들녘엔 풍년가 소리 대신 한숨소리가 진동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이상한 사람들이 이상한 정책을 끌고 가는 바람에 농정이 거꾸로 가 애꿎게도 농업인들과 농림부 공직자들만이 더욱 힘들어지기도 했습니다. 국민들이 오히려 장관과 정부를 걱정할만큼 농심을 놓치고 농민이 빠진 정책이 공공연히 행해지기도 한 것입니다.
농업분야 곳곳서 불길한 조짐
새 정권이 출범한 며칠 후 열린 첫 번째 경제장관 조정회의에서는 경제수장이란 사람이 “농업이란 말은 이제 더 이상 하지 말자. 농민문제는 복지차원에서 다루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이 씨가 된듯 우리나라 농업의 각 분야에서 불길한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농업을 버린 농지제도 개편, 축산을 버린 미국산 광우병의심 쇠고기 수입협상, 언발에 오줌 누기 식의 비료, 농약, 사료 등 원자재 가격폭등대책, 먼산의 불구경격인 농축산물 가격폭락, 농민의 고통을 외면한 제왕적인 농협 지배구조 비리, 농민의 몫을 빼앗아 가는 공직자들에 의한 쌀 직불금 횡령, 이렇다할 피해대책 없이 한미 FTA 비준을 강행하는 만용, 빚만 늘어나는 농가경제 악화 등 암울한 현상들뿐입니다.
그렇다고 정부의 확고한 보완대책이라든지 의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농업, 농촌, 농민에 대한 우군(友軍)이 없습니다. 용역이라면 사죽을 못쓰는 학자들일수록 진실을 외면하고 꽁무니를 뺍니다. 오로지 호시탐탐 투기대상으로 불법소유한 농지를 합법화하려는 모리배들만 득실댑니다. 사회 각계 각층의 농지 투기자들이 앞장서 농업무용론을 부추기기도 합니다. 한편, 가격지원대책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들먹이며 늑장부리고 심지어 학교 및 군에 대한 급식지원에도 소극적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농정공약으로 내세운 ‘돈 버는 농업, 살맛나는 농촌’을 위한 10대 실천방안 중 ‘농지거래 규제의 대폭완화’ 공약만은 득달같이 비농업 비농민 위주로 시행되었습니다.
농어민 소득보전특별법을 제정해 농가소득 직접지불 예산을 35%까지 마련하겠다는 공약은 아직 논의조차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36조원 가량의 농업매출액 보다 훨씬 많은 농가부채액 48조원을 20년 동안 분할상환 할 수 있도록 ‘농가부채 동결법률’을 제정하겠다는 약속은 언제 실현될런지 기약이 없습니다. 공약사항인 농식품 유통구조 개선과 혁신대책은 더디고 그 실효성이 자못 의문시됩니다. 농어촌에도 도시 못지않은 공평한 교육혜택을 마련할 실천의지 역시 불투명 합니다. 여성농업인에 대한 법적 지위보장과 고령농업인에 대한 지원대책은 그냥 적당히 넘어갈 모양 입니다. 농업회의소 설치와 남북농업협력법 제정, 남북농업협력기금 조성 공약은 빌 공(空)자 空約이 될 개연성이 점차 농후해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대통령의 농정공약을 실행할 기구와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 것이 실로 답답합니다.
농업·농촌·농민 살릴 길 찾아야
그렇다고 절망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봅니다. 농업, 농촌, 농민을 살릴 길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화(globalization) 시대에는 지방화(localization) 대책으로서 대응하면 됩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세방화(glocalization) 대책입니다. 이제까지 중앙정부가 주관하던 농업, 농촌, 농민 관련 예산과 세원과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와 농축임인삼 협동조합에 대폭 이양하면 됩니다. WTO의 직접규제 대상이 아닌 지방자치와 생산자조직에게 지역농업 살리기 업무를 이관하는 것이 현단계 우리 농촌, 농민을 구하는 길입니다. 그리하여 소비자 국민과 도시민들이 삶의 질 향상과 웰빙욕구 충족, 그리고 환경성 질환의 퇴치를 위해 지자체 및 생산자단체와 손잡고 친환경 유기농업 지원, 전통 발효음식 육성, 살아있는 환경생태계와 아름다운 경관 지키기에 앞장서게 하면 됩니다. 그 지역에서 생산된 안전한 농산물을 그 지역주민이 먼저 소비하는 로컬푸드(local food)운동과 오래되고 맛있는 제2의 천연식품, 전통음식 살리기의 슬로우푸드(solw food)운동에 발 벗고 나서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환경도 살리고 농민도 살리며 소비자도 사는 문자 그대로 도농이 함께 고루 잘사는 길이 열립니다.
그리하여 지역주민들과 인연을 맺은 지연(地緣)산업이 농민주도로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기꺼이 소비자들이 그 대가를 지불하려고 하는 공익적인 기능의 ‘국민농업’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습니다.
“산 첩첩 물 겹겹(山疊疊 水重重)
길 없는가 여겼더니(疑無路)
뿌연 버들 검은 구름 사이에(暗柳黑雲)
또 한 길(마을)이 있는 것을”(有一村)
일찍이 우리 선인들이 가꿨던 국민농업의 세상을 민관이 함께 새로이 열어갈 희망을 노래합시다.
*2008년 12월 글 입니다.
출 처 : 한국농어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