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면적의 73%가 토론되는 대선이 되길 l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지역재단 자문위원
- 작성일2025/05/2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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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거점을 개발하고 신도시를 개발하면, 주변 인구만 빨아들인다는 것이 그동안의 경험이다. ‘낙수 효과’가 아니라 ‘집중 효과’가 있을 뿐이다.
이런 악순환의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수도권 일극 집중을 완화할 수 있는 국가적인 대책과 함께 가장 풀뿌리에 있는 읍·면 지역부터 ‘삶의 질’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악순환의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수도권 일극 집중을 완화할 수 있는 국가적인 대책과 함께 가장 풀뿌리에 있는 읍·면 지역부터 ‘삶의 질’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국토 면적의 73%는 면(面) 지역이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데, 면 지역에 관한 얘기는 많이 나오지 않는다. 후보들의 동선도 도시 중심이다. 군지역을 방문해도 읍내시장을 돌아보는 장면 정도만 언론에 나온다. 면 지역 주민들을 만나서 그들의 어려움을 경청하고, 대안을 제시했다는 뉴스는 보지 못했다. 면 지역의 인구가 줄어서 표가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국가공동체를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면, 이래서는 곤란하다. 국민이 먹는 먹거리를 생산하는 곳도 면 지역이고, 현 세대가 잘 보전해서 미래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곳도 면 지역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20조 제2항은 “국토와 자원은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그 균형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계획을 수립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면 지역 빼고 국토를 논할 수 없다. 그렇다면 대통령 후보들이 면 지역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정책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지난 5월 18일 열렸던 대통령 후보 1차 토론회에서 ‘면’ 지역에 대한 얘기가 조금이나마 나온 것은 다행이었다. 이재명 후보는 농촌 기본소득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특히 인구 소멸 위기가 큰 지역부터 먼저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영국 후보는 지방소멸 문제에 대한 대책을 묻는 이재명 후보의 질문에 ‘5.16. 쿠데타 때 사라진 읍·면의 자치권을 회복’할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에 대해 후보들 간에 본격적인 토론은 이뤄지지 못했다. 토론회의 기획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다. 농촌·농업 문제는 토론 의제로 상정 자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국토 면적의 73%를 토론에서 배제하면서 어떻게 ‘경제’나 ‘사회’를 논할 수 있는가?
지금처럼 지역위기, 저출산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고, 기후위기가 낳을 식량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농업·농촌 문제가 독자적인 토론의 주제가 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앞으로 대선까지 남은 기간에라도 농업·농촌 문제가 보다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농촌과 관련해서는 권영국 후보가 언급한 읍·면의 자치권 문제가 핵심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거점 중심 개발이나 ‘광역화’가 많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것은 일종의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 간에도 ‘낙수효과’는 없다.
대기업이 돈을 잘 번다고 해서 중소기업이 잘 되고 노동자, 자영업자, 농어민의 삶이 나아지는가?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낙수효과’는 환상이다.
지역 간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낙수효과가 있다면, 수도권이 발전하면 비수도권도 인구가 늘어나고 발전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비수도권 지역 내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몇몇 거점을 개발하고 신도시를 개발하면, 주변 인구만 빨아들인다는 것이 그동안의 경험이다. ‘낙수 효과’가 아니라 ‘집중 효과’가 있을 뿐이다.
이런 악순환의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수도권 일극 집중을 완화할 수 있는 국가적인 대책과 함께 가장 풀뿌리에 있는 읍·면 지역부터 ‘삶의 질’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수도권 일극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비수도권에서 전력을 생산해서 수도권으로 보내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낼 것이 아니라, 수도권의 기업과 인구가 전기가 있는 비수도권으로 분산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읍·면 지역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고, 읍·면의 핵심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농업을 살리고 그와 연관된 경제활동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읍·면의 자치권이다.
읍·면의 주민들이 자기 읍·면의 의료·교육·돌봄·문화·교통·환경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읍·면에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읍·면 주민들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주민대표기구를 제도화하고, 읍·면장의 임명과정에도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 그래서 읍·면이 활력을 찾으면, 중·소도시가 활력을 찾고, 지방대도시도 활력을 찾게 된다. 이런 논의가 필요하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7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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