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농지’가 아니라 ‘소중한 농지’ l 하승수 공익별률센터 농본 대표, 지역재단 자문위원
- 작성일2024/03/0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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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투리 농지’가 아니라 ‘소중한 농지’
l 하승수 공익별률센터 농본 대표, 지역재단 자문위원
최근 농지와 관련해서 두 개의 발표가 있었다. 하나는 2월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경지면적 조사결과’이다. 여기에 따르면, 2023년 전국의 경지면적은 151만 2000 ha로 전년 대비 1만 6000 ha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대비 1.1%의 경지면적이 줄어든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경지면적이 150만 ha 밑으로 떨어질 날이 곧 닥칠 것이다.
또 하나의 발표는 2월 20일 대통령 주재 하에 울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토지이용 자유 확대를 통한 국민생활 제약 해소 및 지역경제 활력 제고’ 방안이다. 이 방안에서 정부는 3㏊ 이하 ‘자투리 농지’ 2만 1000 ha에 대해 농업진흥지역 지정을 해제해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자투리 농지’란 농업진흥지역을 도로・택지・산업단지 등으로 개발한 이후 남은 농지를 의미한다. 이 농지를 주민들을 위한 문화복지시설, 체육시설 또는 근처 산업단지의 편의시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발표를 어떻게 봐야 할까? 경지면적이 150만 ha 아래로 떨어질 위기에 있는데, 정부는 2만 1000 ha의 농지를 ‘자투리 농지’라면서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하겠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농지정책이 얼마나 혼선을 빚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150만 ha라는 숫자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이 숫자는 정부 스스로가 ‘식량안보’를 위해 강조하고 있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2022년 12월 22일 정부는 국무총리 주재 하에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나서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 기후위기,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국제 식량수급사정이 불안해지고 있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일부 국가가 농산물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를 시행하는 사례들이 생기고 있는 것도 이 방안을 발표하게 된 배경이었다.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 방안에서 정부는 5년간 연평균 1.2%씩 감소하고 있는 농지면적 감소 추세를 연평균 0.5% 수준으로 완화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2027년까지 농지면적을 150만 ha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럼으로써 2021년 기준 44.4%인 식량자급률을 2027년까지 55.5%로 상향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 은 잊어버린 것일까? 잊어버리지 않았다면, 농지 감소 추세를 완화시키기 위한 긴급대책을 세워도 모자랄 판에, 2만 1000 ha의 농지를 ‘자투리농지’라고 부르면서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시키겠다는 방안을 발표할 수 있을까?
처음 언급한 통계청 발표에서 보듯이 농지감소 추세는 완화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에서 농지면적 감소추세를 연평균 0.5% 수준으로 완화시키겠다고 했지만, 2023년에도 경지면적은 1.1%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농업진흥지역 규제를 완화한다면, 농지감소 추세는 오히려 가팔라질 것이다. 150만 ha라는 최소수준의 농지 보전 목표도 곧 무너질 것이다.
사실 ‘자투리 농지’라는 말 자체도 어폐가 있다. ‘자투리 농지’가 아니라 ‘개발 당시에 보전하기로 한 농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산업단지 개발을 할 때에 사업자 측은 농업진흥지역을 과도하게 부지에 편입시키려고 한다. 상대적으로 농업진흥지역에 포함된 농지의 보상가가 낮기 때문에, 그런 농지를 많이 편입시켜서 이윤을 많이 남기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농지를 보전해야 하는 국가정책목표와 상충되는 것이다. 그래서 계획 승인과정에서 사업계획을 조정시켜서 일부 농지는 보전하기로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부가 ‘자투리 농지’라고 표현한 농지 중에 상당수는 개발에도 불구하고 보전하기로 했던 농지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농지를 ‘자투리 농지’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특히 지금처럼 150만 ha라는 농지보전목표가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3ha의 농지도 소중한 농지이다. 3ha가 적은 면적도 아니다. 더구나 농업진흥지역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런 농지를 ‘자투리 농지’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 프레임이다. ‘자투리 농지’가 아니라 ‘소중한 농지’이다.
일부라고 해도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추진하는 것은 농지가격을 상승시킬 가능성도 높다. 그렇게 되면 실제로 농사를 짓고자 하는 농민은 농지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농업진흥지역 해제발표는 재검토되어야 한다. 오히려 국가적 차원에서 세워진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의 이행실적을 점검하고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할 때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5688
l 하승수 공익별률센터 농본 대표, 지역재단 자문위원
정부가 ‘자투리 농지’라고 표현한 농지 중에 상당수는 개발에도 불구하고 보전하기로 했던 농지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농지를 ‘자투리 농지’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최근 농지와 관련해서 두 개의 발표가 있었다. 하나는 2월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경지면적 조사결과’이다. 여기에 따르면, 2023년 전국의 경지면적은 151만 2000 ha로 전년 대비 1만 6000 ha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대비 1.1%의 경지면적이 줄어든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경지면적이 150만 ha 밑으로 떨어질 날이 곧 닥칠 것이다.
또 하나의 발표는 2월 20일 대통령 주재 하에 울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토지이용 자유 확대를 통한 국민생활 제약 해소 및 지역경제 활력 제고’ 방안이다. 이 방안에서 정부는 3㏊ 이하 ‘자투리 농지’ 2만 1000 ha에 대해 농업진흥지역 지정을 해제해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자투리 농지’란 농업진흥지역을 도로・택지・산업단지 등으로 개발한 이후 남은 농지를 의미한다. 이 농지를 주민들을 위한 문화복지시설, 체육시설 또는 근처 산업단지의 편의시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발표를 어떻게 봐야 할까? 경지면적이 150만 ha 아래로 떨어질 위기에 있는데, 정부는 2만 1000 ha의 농지를 ‘자투리 농지’라면서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하겠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농지정책이 얼마나 혼선을 빚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150만 ha라는 숫자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이 숫자는 정부 스스로가 ‘식량안보’를 위해 강조하고 있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2022년 12월 22일 정부는 국무총리 주재 하에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나서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 기후위기,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국제 식량수급사정이 불안해지고 있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일부 국가가 농산물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를 시행하는 사례들이 생기고 있는 것도 이 방안을 발표하게 된 배경이었다.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 방안에서 정부는 5년간 연평균 1.2%씩 감소하고 있는 농지면적 감소 추세를 연평균 0.5% 수준으로 완화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2027년까지 농지면적을 150만 ha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럼으로써 2021년 기준 44.4%인 식량자급률을 2027년까지 55.5%로 상향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 은 잊어버린 것일까? 잊어버리지 않았다면, 농지 감소 추세를 완화시키기 위한 긴급대책을 세워도 모자랄 판에, 2만 1000 ha의 농지를 ‘자투리농지’라고 부르면서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시키겠다는 방안을 발표할 수 있을까?
처음 언급한 통계청 발표에서 보듯이 농지감소 추세는 완화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에서 농지면적 감소추세를 연평균 0.5% 수준으로 완화시키겠다고 했지만, 2023년에도 경지면적은 1.1%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농업진흥지역 규제를 완화한다면, 농지감소 추세는 오히려 가팔라질 것이다. 150만 ha라는 최소수준의 농지 보전 목표도 곧 무너질 것이다.
사실 ‘자투리 농지’라는 말 자체도 어폐가 있다. ‘자투리 농지’가 아니라 ‘개발 당시에 보전하기로 한 농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산업단지 개발을 할 때에 사업자 측은 농업진흥지역을 과도하게 부지에 편입시키려고 한다. 상대적으로 농업진흥지역에 포함된 농지의 보상가가 낮기 때문에, 그런 농지를 많이 편입시켜서 이윤을 많이 남기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농지를 보전해야 하는 국가정책목표와 상충되는 것이다. 그래서 계획 승인과정에서 사업계획을 조정시켜서 일부 농지는 보전하기로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부가 ‘자투리 농지’라고 표현한 농지 중에 상당수는 개발에도 불구하고 보전하기로 했던 농지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농지를 ‘자투리 농지’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특히 지금처럼 150만 ha라는 농지보전목표가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3ha의 농지도 소중한 농지이다. 3ha가 적은 면적도 아니다. 더구나 농업진흥지역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런 농지를 ‘자투리 농지’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 프레임이다. ‘자투리 농지’가 아니라 ‘소중한 농지’이다.
일부라고 해도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추진하는 것은 농지가격을 상승시킬 가능성도 높다. 그렇게 되면 실제로 농사를 짓고자 하는 농민은 농지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농업진흥지역 해제발표는 재검토되어야 한다. 오히려 국가적 차원에서 세워진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의 이행실적을 점검하고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할 때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5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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