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먹거리계획 추진체계, 다층적 연결망이 필요하다 | 황영모 전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역재단 자문위원
- 작성일2024/01/0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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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민간 협력해 정책 공백 보완
지역 내 다양한 집단·조직 참여가 관건
지역-국가-국제적 네트워킹 구축해야
‘지역먹거리 전략’은 산업적 먹거리의 국제 공급망으로 발생된 부작용에 대응한 대안적 활동이다. 산업적 규모로 조달되는 관행적 먹거리 체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주된 지적이다. 농업의 다기능성에 주목해 ‘지역(region)’ 단위 대응전략으로 만들고 실천해가고 있다.
사실 지역먹거리 전략은 ‘아래로부터의 풀뿌리 운동’으로 시작되었다. 국제적으로는 느슨한 형태의 ‘대안 먹거리 운동의 네트워크’(alternative food networks, AFNs), ‘짧은 먹거리 공급사슬 전략’(short food supplychain, SFSC) 등 여러 방식으로 대응전략을 정의해 왔다. 기존의 산업적 먹거리 공급사슬을 ‘지역 중심 먹거리 생산-소비 체계로’로 전환해 나가는 민간 주체의 실천이 오랜 기간 이어졌다. 이후 민간-행정의 협력으로 확대하려는 운동과 정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광역 및 기초 행정 단위의 정책과 제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역먹거리계획’은 국가 수준에서 식량안보 접근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식량-식품정책’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국가적 식량안보’ 접근은 농산물 자유무역을 통해 각국의 국민이 필요한 식량에 대한 접근성 확보를 지향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식량(곡물) 자급률이 계속 하락하는 식량 순수입국들은 수입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 우리사회가 직면한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생산주의(증산)와 공급망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주류적 접근을 벗어나야 함을 강조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 모두의 먹거리를 보장하는데 정책적·제도적인 공백이 발생한다고 통렬히 지적한다(Lawrence et al., 2013).
이렇게 본다면, ‘지역먹거리계획’은 지방정부와 민간 주체가 협력을 통해 국가 정책의 한계나 제약(공백)을 메워나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지역먹거리계획의 실천을 위해서는 ‘지역-국가-국제’ 수준에서 ‘다층적 거버넌스’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Sonnino and Beynon, 2015).
지역 단위에서 먹거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은 다른 지방정부와의 협력은 물론 국가 단위에서 필요한 정책적 조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지역먹거리계획이 ‘공공(단체) 급식, 먹거리 돌봄’ 등을 시행해 나가기 위해 국가가 정책적·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이다.
지역먹거리계획의 다층적 거버넌스는 국가적 수준과 국제적 수준으로 나눠볼 수 있다. 국가 내에서는 미국의 '먹거리 정책 네트워크(Food Policy Networks, FPN)'(2013~), 영국의 '지속가능 먹거리 도시 네트워크(Sustainable Food Cities Network, SFCN)'(2012~) 등 지방정부 네트워크를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국제적으로는 '밀라노 도시먹거리 정책 협약'(2015~), 'C40 먹거리 체계 네트워크(C40 Food Systems Network)', 'ICLEI-RUAF 도시먹거리 네트워크' 등 세계 지방정부가 교류·협력하는 국제적 수준의 거버넌스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이제 우리사회로 눈을 돌려보자. ‘지역먹거리계획’을 제도화해 전국의 절반 이상의 지자체가 지역먹거리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지역먹거리계획은 지역단위에서의 먹거리 생산~가공·유통~소비~폐기에 이르는 순환적 체계 구축을 전략으로 지향한다. 그리고 정책으로 실행하기 위해 세부사업을 만들고 필요한 예산을 반영한다. 계획의 수립 주체인 지방정부 뿐만 아니라 ‘지역먹거리체계’ 단계와 부문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조직·집단)가 참여해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구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 과정이 ‘지역먹거리 추진체계’이다.
지역먹거리계획을 실행하는 ‘추진체계’의 성패는 얼마나 지역 내의 먹거리 관련 다양한 이해관계 집단과 조직이 참여하느냐에 달려있다. 지자체의 자치법규(조례)에 의한 명시적 위원회 방식에서부터 ‘먹거리 시민’의 필요와 요구를 수렴할 수 있는 공론의 장(숙의기구) 등을 상설적으로 운영하는 것까지 여러 실행방안에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먹거리위원회’가 계획을 ‘검토·심의’하는데 그치지 않고 ‘의결’하는 기능까지 조례에 규정을 했다. 또 분야별 대표자 중심 형식적인 위원회 운영의 한계를 ‘먹거리 시민 상설숙의기구’로 보완하려는 실험을 준비 중이다.
다시 강조하건데, ‘지역먹거리 정책 거버넌스’는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먹거리 이슈(과제)를 스스로 진단하고 지역 여건에 맞는 정책을 발굴하고, 우선 순위를 정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단계적으로 지속가능한 먹거리 체계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주체이자 추진체계가 ‘지역먹거리 정책 거버넌스’이어야 한다.
‘지역먹거리계획 추진체계’가 실효적으로 작동하고 시민적 주도성을 갖기 위해서는 ‘지역 내+국가 내+국제적 먹거리 정책 그룹 네트워크’ 등 다층적으로 연결망을 갖춰 나갈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 수준에서 먹거리 시민사회의 주도성을 더욱 발휘해 나가야 한다.
국가적으로는 ‘지역푸드플랜 지방정부 협의회’ 등과 같이 지자체간 협력 틀도 필요하다. 그래야 정책의 후퇴를 연대를 통해 막아낼 수 있다. 국제적으로는 세계적 네트워크의 틀에 지역사회가 참여하여 실천과 정책 등의 경험을 교류하며 유사한 지향성을 확인해 나가는 보편화 전략도 중요하다.
지역먹거리계획의 추진체계, 지역+국가+국제적 수준에서 다층적인 거버넌스의 협력적 연결망을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을 기대해 본다. 이것이 ‘지역적 실천’에 기반한 ‘국가적 대응’과 ‘국제적 지향’을 견지하는 방안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3681)
지역 내 다양한 집단·조직 참여가 관건
지역-국가-국제적 네트워킹 구축해야
‘지역먹거리 전략’은 산업적 먹거리의 국제 공급망으로 발생된 부작용에 대응한 대안적 활동이다. 산업적 규모로 조달되는 관행적 먹거리 체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주된 지적이다. 농업의 다기능성에 주목해 ‘지역(region)’ 단위 대응전략으로 만들고 실천해가고 있다.
사실 지역먹거리 전략은 ‘아래로부터의 풀뿌리 운동’으로 시작되었다. 국제적으로는 느슨한 형태의 ‘대안 먹거리 운동의 네트워크’(alternative food networks, AFNs), ‘짧은 먹거리 공급사슬 전략’(short food supplychain, SFSC) 등 여러 방식으로 대응전략을 정의해 왔다. 기존의 산업적 먹거리 공급사슬을 ‘지역 중심 먹거리 생산-소비 체계로’로 전환해 나가는 민간 주체의 실천이 오랜 기간 이어졌다. 이후 민간-행정의 협력으로 확대하려는 운동과 정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광역 및 기초 행정 단위의 정책과 제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역먹거리계획’은 국가 수준에서 식량안보 접근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식량-식품정책’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국가적 식량안보’ 접근은 농산물 자유무역을 통해 각국의 국민이 필요한 식량에 대한 접근성 확보를 지향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식량(곡물) 자급률이 계속 하락하는 식량 순수입국들은 수입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 우리사회가 직면한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생산주의(증산)와 공급망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주류적 접근을 벗어나야 함을 강조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 모두의 먹거리를 보장하는데 정책적·제도적인 공백이 발생한다고 통렬히 지적한다(Lawrence et al., 2013).
이렇게 본다면, ‘지역먹거리계획’은 지방정부와 민간 주체가 협력을 통해 국가 정책의 한계나 제약(공백)을 메워나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지역먹거리계획의 실천을 위해서는 ‘지역-국가-국제’ 수준에서 ‘다층적 거버넌스’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Sonnino and Beynon, 2015).
지역 단위에서 먹거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은 다른 지방정부와의 협력은 물론 국가 단위에서 필요한 정책적 조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지역먹거리계획이 ‘공공(단체) 급식, 먹거리 돌봄’ 등을 시행해 나가기 위해 국가가 정책적·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이다.
지역먹거리계획의 다층적 거버넌스는 국가적 수준과 국제적 수준으로 나눠볼 수 있다. 국가 내에서는 미국의 '먹거리 정책 네트워크(Food Policy Networks, FPN)'(2013~), 영국의 '지속가능 먹거리 도시 네트워크(Sustainable Food Cities Network, SFCN)'(2012~) 등 지방정부 네트워크를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국제적으로는 '밀라노 도시먹거리 정책 협약'(2015~), 'C40 먹거리 체계 네트워크(C40 Food Systems Network)', 'ICLEI-RUAF 도시먹거리 네트워크' 등 세계 지방정부가 교류·협력하는 국제적 수준의 거버넌스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이제 우리사회로 눈을 돌려보자. ‘지역먹거리계획’을 제도화해 전국의 절반 이상의 지자체가 지역먹거리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지역먹거리계획은 지역단위에서의 먹거리 생산~가공·유통~소비~폐기에 이르는 순환적 체계 구축을 전략으로 지향한다. 그리고 정책으로 실행하기 위해 세부사업을 만들고 필요한 예산을 반영한다. 계획의 수립 주체인 지방정부 뿐만 아니라 ‘지역먹거리체계’ 단계와 부문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조직·집단)가 참여해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구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 과정이 ‘지역먹거리 추진체계’이다.
지역먹거리계획을 실행하는 ‘추진체계’의 성패는 얼마나 지역 내의 먹거리 관련 다양한 이해관계 집단과 조직이 참여하느냐에 달려있다. 지자체의 자치법규(조례)에 의한 명시적 위원회 방식에서부터 ‘먹거리 시민’의 필요와 요구를 수렴할 수 있는 공론의 장(숙의기구) 등을 상설적으로 운영하는 것까지 여러 실행방안에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먹거리위원회’가 계획을 ‘검토·심의’하는데 그치지 않고 ‘의결’하는 기능까지 조례에 규정을 했다. 또 분야별 대표자 중심 형식적인 위원회 운영의 한계를 ‘먹거리 시민 상설숙의기구’로 보완하려는 실험을 준비 중이다.
다시 강조하건데, ‘지역먹거리 정책 거버넌스’는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먹거리 이슈(과제)를 스스로 진단하고 지역 여건에 맞는 정책을 발굴하고, 우선 순위를 정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단계적으로 지속가능한 먹거리 체계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주체이자 추진체계가 ‘지역먹거리 정책 거버넌스’이어야 한다.
‘지역먹거리계획 추진체계’가 실효적으로 작동하고 시민적 주도성을 갖기 위해서는 ‘지역 내+국가 내+국제적 먹거리 정책 그룹 네트워크’ 등 다층적으로 연결망을 갖춰 나갈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 수준에서 먹거리 시민사회의 주도성을 더욱 발휘해 나가야 한다.
국가적으로는 ‘지역푸드플랜 지방정부 협의회’ 등과 같이 지자체간 협력 틀도 필요하다. 그래야 정책의 후퇴를 연대를 통해 막아낼 수 있다. 국제적으로는 세계적 네트워크의 틀에 지역사회가 참여하여 실천과 정책 등의 경험을 교류하며 유사한 지향성을 확인해 나가는 보편화 전략도 중요하다.
지역먹거리계획의 추진체계, 지역+국가+국제적 수준에서 다층적인 거버넌스의 협력적 연결망을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을 기대해 본다. 이것이 ‘지역적 실천’에 기반한 ‘국가적 대응’과 ‘국제적 지향’을 견지하는 방안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3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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