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1180개 면소재지마다 공공주거단지 만들자 | 구자인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 소장,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3/05/1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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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재생 위한 인적자원 확보 도움
면 소재지 활성화·난개발 예방도 가능
지방소멸대응 사업으로 적극 검토하길
필자는 일전에 본 칼럼(2021.08.17. 15면)을 통해 “농촌 면소재지 3종 세트 사업으로 농촌재생혁신의 기반” 을 구축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전국 농촌의 1180개 면소재지마다 30~40호 규모의 공공주택(사회주택)을 의무적으로 보급하는 것, 면소재지에 최소한의 기초생활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복합형 공공시설을 계획적으로 조성하는 것, 그리고 청년 중심으로 10명씩, 총 1만여 명의 사회적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을 ‘3종 세트’라고 하였고, 필요한 예산은 농촌협약이나 지방소멸대응기금, 고향사랑기부금 등으로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이런 정책혁신이 농촌재생의 지름길이라 제안한 것이다.
그 이후에 이런 생각을 더 강하게 갖게 되었는데, 순서로 보자면 출발점은 면소재지 주거단지에 있다고 본다. 농촌에 같이 살며 문제를 해결하며 보람된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가장 급선무가 주거공간이었다. 농촌에 무엇보다 주거 자체가 있어야 새로운 변화도 도모할 수 있다. 일과를 마치고 저녁에 모여 식사라도 하며 지역 일을 논의하려 해도 주거지가 다르면 “퇴근하면 땡”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농촌 면 단위에서 주거를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크게 세 가지의 경로가 있다. 첫째, 마을마다 널려 있는 빈집을 고쳐 사는 방법이다. 하지만 좋은 집은 정말 구하기 어렵다. 빌려주지도 않고, 빌린다 하더라도 수리하기가 쉽지 않다. 둘째, 집을 새로 짓는 방법이다. 흔히 경치도 좋고, 축산악취도 없어야 하며, 주민 인심도 좋기를 바란다. 게다가 땅값도 싸야 한다. 결국 이런 곳은 마을 뒷산 골짜기가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귀농귀촌인이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은 위 두 가지 뿐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농촌의 주거수요를 감당하고 농촌재생을 도모하려는 접근은 비현실적이고 너무 소극적이다. 공공행정이 국민의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주거공간 제공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농촌에 살며 읍소재지로 출근할 수 있는 주거수요도 많다는 것까지 고려하면 공실(空室)을 굳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제 3의 접근방법으로 면소재지 공공주거단지를 제안하는 것이다. 이것은 (읍이 아닌, 또 개별 마을이 아닌) 면소재지 거점공간에, (민간과 시장에 맡기는 것이 아닌) 공공이 지원하는, (개별 주택이 아닌) 단지형 주거공간을 정책적으로 조성하자는 것이다.
이런 유사한 접근이 없었던 것은 분명 아니다. 예를 들어, 농촌정책의 일환으로 전원마을이나 농어촌뉴타운, 체재형 가족농원 사업이 있었다. 1년간 임시로 거주할 수 있는 귀농인의집이란 제도도 있다. 이외에 최근에 청년농촌보금자리사업이란 것도 시행되고 있는데 39세 이하 청년만 입주할 수 있다는 꼬리표가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도 농촌 면 단위에 다양한 방식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는데, 임대주택 공급 기준(무주택, 자산 및 소득 기준) 때문에 농촌 수요에 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자체 행정이 이런 역사적 경험과 현황을 평가, 반성하면서 “안된다, 문제가 많다”는 고정관념을 극복해야 한다. 주거수요는 명확히 있고, 필요하면 만들어낼 수도 있다. 농촌재생의 전략과 방법론으로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를 통해 여러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무엇보다 농촌재생에 필요한 인적 자원 확보에 도움이 된다. 농업기술이나 농촌살이에는 서툴지만 농촌 주민에게 미흡한 여러 전문성을 보완 받을 수 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정현종 시인)이고, 요즘 말하는 ‘관계인구’도 훨씬 늘어나는 셈이다. 둘째, 면소재지 활성화도 당장 기대된다. 면소재지에 50명 정도가 추가로 상주하면 최소한의 상권도 유지되고 저녁마다 주민자치센터에 불이 켜져 있게 된다. 초등학교 학부모들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면 작은 학교 살리기에도 당장 도움이 된다. 함양군 서하면, 괴산군 청안면, 남해군 상주면 등 전국 곳곳에서 이미 확인된다. 셋째, 농촌공간의 계획적 관리와 난개발 예방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이제는 인구감소와 초고령화를 염두에 두고 면소재지는 계획적으로 집중 개발하고, 귀농귀촌인이 배후마을 골짜기에 새로 주택을 짓는 것은 정책적으로 억제할 필요가 있다. ‘축소도시’ 시대에 바람직한 방향이다. 넷째, 지자체 내부 균형발전에도 기여한다. 지금 농촌소멸 문제는 결국 지자체 내부 중심지(시군청 소재지)로의 집중 탓이 크다. 그래서 중심지 도시지역의 과밀을 해소하는 측면에서도 효과가 크다. 수도권에서 농촌으로 이주하려는 수요를 계획적으로 받아들이는 측면의 효과도 있다.
유의해야 할 몇 가지도 있다. 그동안 시행되었던 전원마을이나 농촌청년보금자리사업에서 반성해야 할 지점이다. 입주를 모집하고 선정하는 과정 자체가 매우 세련되어야 하고, 주거단지 설계에도 다양한 유형이 필요하다. 시설관리를 담당할 수 있는 비영리 법인(사회적협동조합)도 사전에 설립해야 한다. 행정의 사후관리 부담을 줄여야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지금 전국적으로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계획서를 한창 작성중인 것으로 안다. 이번 기회에 농촌재생의 핵심수단으로 면소재지 주거단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기 바란다. 또 농촌공간계획법에서 강조하는 토지의 계획적 관리와 난개발 예방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시행령 제정과정에서 이런 방향성이 꼭 포함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8252)
면 소재지 활성화·난개발 예방도 가능
지방소멸대응 사업으로 적극 검토하길
필자는 일전에 본 칼럼(2021.08.17. 15면)을 통해 “농촌 면소재지 3종 세트 사업으로 농촌재생혁신의 기반” 을 구축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전국 농촌의 1180개 면소재지마다 30~40호 규모의 공공주택(사회주택)을 의무적으로 보급하는 것, 면소재지에 최소한의 기초생활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복합형 공공시설을 계획적으로 조성하는 것, 그리고 청년 중심으로 10명씩, 총 1만여 명의 사회적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을 ‘3종 세트’라고 하였고, 필요한 예산은 농촌협약이나 지방소멸대응기금, 고향사랑기부금 등으로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이런 정책혁신이 농촌재생의 지름길이라 제안한 것이다.
그 이후에 이런 생각을 더 강하게 갖게 되었는데, 순서로 보자면 출발점은 면소재지 주거단지에 있다고 본다. 농촌에 같이 살며 문제를 해결하며 보람된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가장 급선무가 주거공간이었다. 농촌에 무엇보다 주거 자체가 있어야 새로운 변화도 도모할 수 있다. 일과를 마치고 저녁에 모여 식사라도 하며 지역 일을 논의하려 해도 주거지가 다르면 “퇴근하면 땡”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농촌 면 단위에서 주거를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크게 세 가지의 경로가 있다. 첫째, 마을마다 널려 있는 빈집을 고쳐 사는 방법이다. 하지만 좋은 집은 정말 구하기 어렵다. 빌려주지도 않고, 빌린다 하더라도 수리하기가 쉽지 않다. 둘째, 집을 새로 짓는 방법이다. 흔히 경치도 좋고, 축산악취도 없어야 하며, 주민 인심도 좋기를 바란다. 게다가 땅값도 싸야 한다. 결국 이런 곳은 마을 뒷산 골짜기가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귀농귀촌인이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은 위 두 가지 뿐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농촌의 주거수요를 감당하고 농촌재생을 도모하려는 접근은 비현실적이고 너무 소극적이다. 공공행정이 국민의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주거공간 제공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농촌에 살며 읍소재지로 출근할 수 있는 주거수요도 많다는 것까지 고려하면 공실(空室)을 굳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제 3의 접근방법으로 면소재지 공공주거단지를 제안하는 것이다. 이것은 (읍이 아닌, 또 개별 마을이 아닌) 면소재지 거점공간에, (민간과 시장에 맡기는 것이 아닌) 공공이 지원하는, (개별 주택이 아닌) 단지형 주거공간을 정책적으로 조성하자는 것이다.
이런 유사한 접근이 없었던 것은 분명 아니다. 예를 들어, 농촌정책의 일환으로 전원마을이나 농어촌뉴타운, 체재형 가족농원 사업이 있었다. 1년간 임시로 거주할 수 있는 귀농인의집이란 제도도 있다. 이외에 최근에 청년농촌보금자리사업이란 것도 시행되고 있는데 39세 이하 청년만 입주할 수 있다는 꼬리표가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도 농촌 면 단위에 다양한 방식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는데, 임대주택 공급 기준(무주택, 자산 및 소득 기준) 때문에 농촌 수요에 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자체 행정이 이런 역사적 경험과 현황을 평가, 반성하면서 “안된다, 문제가 많다”는 고정관념을 극복해야 한다. 주거수요는 명확히 있고, 필요하면 만들어낼 수도 있다. 농촌재생의 전략과 방법론으로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를 통해 여러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무엇보다 농촌재생에 필요한 인적 자원 확보에 도움이 된다. 농업기술이나 농촌살이에는 서툴지만 농촌 주민에게 미흡한 여러 전문성을 보완 받을 수 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정현종 시인)이고, 요즘 말하는 ‘관계인구’도 훨씬 늘어나는 셈이다. 둘째, 면소재지 활성화도 당장 기대된다. 면소재지에 50명 정도가 추가로 상주하면 최소한의 상권도 유지되고 저녁마다 주민자치센터에 불이 켜져 있게 된다. 초등학교 학부모들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면 작은 학교 살리기에도 당장 도움이 된다. 함양군 서하면, 괴산군 청안면, 남해군 상주면 등 전국 곳곳에서 이미 확인된다. 셋째, 농촌공간의 계획적 관리와 난개발 예방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이제는 인구감소와 초고령화를 염두에 두고 면소재지는 계획적으로 집중 개발하고, 귀농귀촌인이 배후마을 골짜기에 새로 주택을 짓는 것은 정책적으로 억제할 필요가 있다. ‘축소도시’ 시대에 바람직한 방향이다. 넷째, 지자체 내부 균형발전에도 기여한다. 지금 농촌소멸 문제는 결국 지자체 내부 중심지(시군청 소재지)로의 집중 탓이 크다. 그래서 중심지 도시지역의 과밀을 해소하는 측면에서도 효과가 크다. 수도권에서 농촌으로 이주하려는 수요를 계획적으로 받아들이는 측면의 효과도 있다.
유의해야 할 몇 가지도 있다. 그동안 시행되었던 전원마을이나 농촌청년보금자리사업에서 반성해야 할 지점이다. 입주를 모집하고 선정하는 과정 자체가 매우 세련되어야 하고, 주거단지 설계에도 다양한 유형이 필요하다. 시설관리를 담당할 수 있는 비영리 법인(사회적협동조합)도 사전에 설립해야 한다. 행정의 사후관리 부담을 줄여야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지금 전국적으로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계획서를 한창 작성중인 것으로 안다. 이번 기회에 농촌재생의 핵심수단으로 면소재지 주거단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기 바란다. 또 농촌공간계획법에서 강조하는 토지의 계획적 관리와 난개발 예방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시행령 제정과정에서 이런 방향성이 꼭 포함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8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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