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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우리나라 농가 대부분은 가족기업농이다 | 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3/05/10 10:49
    • 조회 264
    농가 생산규모 작아도 판매 목적 생산
    가족의 생활 유지 위해 일정 수익 추구
    중소-대규모 농가 구분해 정책 추진을


    지난 3월에 실린 필자의 칼럼(가족농, 미래 농업의 주역일까?, 2023.03.10. 한국농정신문)에 대해 존경하는 선배 교수님께서 신문지상을 통해 몇 가지 다른 의견을 주셨다. 지난 20여 년 동안 여러 차례 필자가 논문을 통해서 밝혔던 내용이지만, 그동안 학계에서는 논의가 잘 진행되지 않았던 것인데, 이렇게 한국농어민신문을 통해서 논의가 전개되니 순간, 당혹스러운 면도 있었다. 그리고 많은 대중이 읽는 신문에서 학자들 간의 이견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고민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자들 간의 이론과 개념에 대한 논의가 많은 사람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고, 또 이것이 정책담당자들에게도 해당 개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약간의 토론을 이어가는 것도 좋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래서 몇 가지 논점에 대한 추가 설명을 통해서 여러 독자가 가족농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가족농에 대해서는 많은 유사 용어들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가족의 농사일 참여 여부를 중심으로 구분한다. 그래서 가족 수가 농가 운영에 중요하고 가족이 많으면 넓은 면적도 경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농업기술이 발전하면서 부부 둘이서 경작할 수 있는 면적도 증가하였고, 일시적인 외부 고용을 사용하면 큰 규모의 농지도 어렵지 않게 경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현대에 와서는 선진국에서도 전체 농가의 거의 95% 이상이 가족농으로 분류된다. 즉, 대부분의 농가들이 가족농이기 때문에, 굳이 이들을 가족농이라는 명칭으로 구분하는 것은 정책적인 면에서나 사회경제적, 정치적으로도 별로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일반적인 ‘기업(企業)’의 개념은 ‘이익을 목적으로 생산, 판매, 금융, 서비스 따위의 사업을 하는 생산 경제의 단위체 또는 그 사업의 주체’로 정의된다. 가족농 논의를 할 때, 항상 거론되는 유사 개념이 ‘소농 또는 자급농(Peasant Farm)’ 인데, 이들은 자가소비를 목적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판매를 목적으로 생산하는 현대 가족농과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현대 가족농은 기본적으로 가족기업농이다. 판매를 목적으로 생산하는 농가들이 생산 규모가 작다고 해서 기업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래서 역시 현대 선진국의 농가들은 대부분이 가족기업농인 것이다.

    농가를 가족농과 기업농으로 구분하는 것은 앞서 언급한 ‘자급농’의 개념을 사용했던 20C 중반까지의 논의다. 1970년대 이후 세계적인 가족농 논의는 가족농과 기업농을 구분하지 않고, 가족기업농과 비가족기업농으로 구분한다. 가족기업농은 가족의 결혼이나 출산 또는 질병 등으로 가정에 문제가 생기면 농사일에도 영향을 미쳐서 일시적으로 외부 고용을 늘릴 수도 있고, 아니면 농사 규모를 줄일 수도 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보면 가족기업농은 가족의 생활 유지를 위해 일정한 수익을 추구하는 단순상품생산방식(Simple Commodity Production)으로 운영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와 달리, 비가족기업농은 지속적인 이윤획득에 중점을 두는 자본주의적 상품생산방식(Capitalist Commodity Production)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족기업농가와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우리 주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자영업체들이 그렇다. 그래서 농가분석에서 시작된 가족기업 논의가 1990년대부터 일반 기업 연구로 확대되었고, 지역발전과 관련해서 중소기업이 수행하는 역할에 대한 논의에서도 이런 가족기업의 특징이 고려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대적인 가족농 논쟁에서 보면, 여러 농민단체 활동가들이 주장하는 ‘가족농을 보호하는 농정을 펼치자’는 것은 결국 단순히 농가를 보호하자는 의미를 갖는 것이지, 농업과 농촌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농가의 어떤 특정한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자는 의미로 해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감성적 호소력을 가질 수는 있지만, 정책적으로 구체성을 갖는 용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보면, 낮은 농업소득에 직면해 있는 ‘중소농가’에 대해서는 농촌 공동체 유지, 환경 및 생태계 보전 등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강화하는 활동을 수행하도록 유도하고, 농촌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반면에, 대규모 농가’에는 농산물의 효율적 생산을 추구하도록 함으로써 농산업 발전과 이를 통한 식량안보에 기여하는 역할을 강화하도록 하는 것이 적합할 것 같다. 즉, 가족농이 아니라, 중소농가와 대규모 농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각각이 수행할 수 있는 역량에 맞도록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농가의 특성에 따라 농업과 농촌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는 학문 연구와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7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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