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TOP

재단칼럼

    농촌재생을 위한 크로스 오버(crossover)가 시작됐다 l 서정민(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 작성일2022/12/16 16:02
    • 조회 358
    농촌재생 위한 제도·예산 중요하지만
    주민이 해법 고민하도록 ‘자기결정권’ 존중 
    각자의 방식으로 농촌재생 모델 구축 주목

    농약병과 폐비닐 등 영농폐기물과 생활쓰레기 처리 문제는 농촌지역이 안고 있는 오랜 숙제이다. 불법 소각과 장기 방치로 영농폐기물과 생활쓰레기 처리 문제가 농촌주민 간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홍성군의회는 지난 11월 “홍성군 영농폐기물 수거·처리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시행하고 있다. 이 조례 제정에는 홍성군 장곡면주민자치회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장곡면주민자치회는 지난 2021년 11월 주민총회를 개최, 향후 주민자치회에서 중점적으로 시행해야 할 지역의제를 발굴했는데, 영농폐기물 수거지원이 주민들로부터 가장 높은 공감대를 얻었다.

    장곡면주민자치회는 영농폐기물 처리와 농촌환경보전을 위한 활동계획을 수립, 2022년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했다. 주민 눈높이에 맞는 농촌환경교육 실시를 위해 주민강사를 양성하고 농촌 어르신들을 위한 환경콘텐츠를 개발했다. 마을별로 찾아가는 농촌환경교육을 실시, 16개 마을에서 257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지역 청장년들로 구성된 마을환경매니저를 양성해 영농폐기물 수거지원 활동을 조직화, 14개 마을에서 50여명이 참여해 1만9070kg의 영농폐비닐을 수거했다.

    장곡면 주민자치회의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주민자치회의 경험을 토대로 장곡면 내에서도 지속적인 영농폐기물 수거가 이뤄지고, 홍성군 관내 다른 면 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홍성군의회에 정책토론회를 제안해 개최했다. 장곡면 주민자치회의 영농폐기물 자원화 체계에 대한 활동을 공유하고 행정의 역할과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조례 제정을 의회에 제안했다. 홍성군의회는 이를 받아들여 “홍성군 영농폐기물 수거·처리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게 됐다.

    “우리 면에 유일한 미용실이었는데, 기초생활거점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사라지게 되었어요” 전남 담양군 용면의 이야기이다. 기초생활거점조성사업의 일환으로 기존 시설을 활용한 커뮤니티센터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기존 시설에서 운영되던 용면의 유일한 미용실이 중단 위기에 처했다. 기초생활시설에서 수익사업을 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용면 주민자치회는 좌절하지 않고 행정과 협의를 통해 면 내 유휴시설을 활용해 미용실을 이전·개소할 수 있도록 도왔다. 교통이 취약한 배후마을 주민과 노인들을 위해서 매주 수요일을 미용봉사의 날로 정해 찾아가는 나눔미용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5일장 명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경북 의성군 단촌면. 그러나 지속적인 인구감소로 단촌역은 폐역이 됐고 지역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을 통해 단촌역 내부를 리모델링했으나 운영관리 주체 부재로 방치돼 있었다. 2021년 5월 단촌면 주민자치회가 구성·운영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단촌면 주민자치회에서 방치된 단촌역을 활용한 ‘도란도란마을활력소’ 사업을 제안, 지자체로부터 1000만원 예산을 지원받아 주민쉼터와 카페로 공간을 재단장해 운영하고 있다. 주민자치위원들이 조를 나눠 단촌역 카페지기를 담당하고 있는데 지속적인 운영은 여전히 과제이다.

    전남 영광군 묘량면은 행정안전부에서 지원하는 생활권활성화사업을 통해 기존 정책사업 추진체계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로부터 지원받은 사업비로 3명의 코디네이터를 채용, 묘량면 복지회관에서 상주하며 주민과 소통하고 지역자원 조사와 생활권활성화계획을 직접 수립하고 있다. 묘량면에서 추진하고 있는 기초생활거점조성사업 추진과정에서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던 주민수요를 연계하고, 사업종료 후 연계사업과 운영관리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묘량면 주민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지난달 진행한 생활권활성화계획 설명회에 주민 300여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고, 참석한 주민들은 3명의 젊은 코디네이터들이 묘량면으로 이주해 주민이 됐고, 주민 눈높이에 맞는 계획 수립과 설명까지 주민들이 바라던 방식대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농촌재생을 위한 정부의 제도와 예산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농촌재생의 핵심은 ‘주인’이 있는 사업과 활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촌재생의 ‘주인’인 주민들이 지역문제를 고민해 방법을 찾고, 지역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자원을 연계할 수 있도록 주민들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 전국 각지에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다양한 농촌재생의 모델을 만들어가기 위해 부처별·영역별 경계를 넘나드는 주민들의 크로스오버를 지지하고 응원한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4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