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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을 아십니까? l 서정민(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 작성일2022/11/15 10:11
    • 조회 292
    인력난 해소 숨통 트일까 기대했지만
    생산현장 투입 인력 충원과는 거리
    농어촌 일자리 현황 고려 현장 소통을


    가을걷이가 막바지에 이른 농어촌은 일손 부족이 가장 큰 현안이다. 일꾼을 태우기 위해 새벽마다 지역을 도는 승합차가 하루는 길가에 대기하고 계신 할머니 앞에 섰는데, 어느 농장으로 가는 승합차인지 확인도 없이 덜컥 타고 보니 다른 농장으로 가는 승합차였단다. 할머니 입장에서는 어느 농장이든 가서 일하고 일당만 받으면 되니, 그냥 가서 일하겠다고 했단다. 할머니가 가기로 한 농장은 그날 한 명 일꾼이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지 않았을까. 가을걷이가 한창인 농어촌에서 일꾼 가로채기(?)는 종종 있는 일이라고 한다.

    최근 2∼3년 간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제한되면서 농어촌 현장의 일손 부족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지자체가 직접 나서 해외 지자체와 개별적으로 MOU를 체결하고 근로자를 유치하고 있으나, MOU 체결 과정에서 과다한 행정력이 소요되고 있다. 농촌 현장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한 계절근로자 제도는 법무부 관할로 농어촌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인력수요에 대응할 법적 근거나 관계부처 간 협력은 부족한 듯하다.

    지난 9월 제6회 국정현안 관계장관 합동회의에서 법무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농업 계절근로자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심의·확정했다. 농가 일손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제시한 계절근로자 관리체계 개선방안은 첫째, 기존 지자체별로 체결하던 MOU 추진 방식을 개선, 지정기관에서 지자체 MOU 체결을 지원할 계획이다. 둘째, 계절근로자 제도운영의 법적 근거를 ‘출입국관리법’에 마련하고, 계절근로자를 포함한 농업인력 지원정책의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무단이탈 가능성이 높은 계절근로자의 특성을 고려해 통합인력관리플랫폼을 구축해 체계적으로 이력을 관리한다는 것이다. 계절근로자 입국, 체류기간, 작업장 배치, 계약, 이력 관리 등 관련 정보를 지자체에서 플랫폼에 입력해 실시간으로 확인·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관계장관 합동회의에 앞서 법무부는 비자 발급에 지자체 수요를 반영하는 ‘지역 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을 도입했다. ‘지역 특화형 비자’란 지역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하는 비자로 지역인재 확보와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의 정식 운영에 앞서 법무부는 우선 2021년 인구감소 지역으로 지정된 89개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지역 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은 인구감소 지역의 산업, 대학, 일자리 현황 등에 적합한 외국인의 지역 정착을 장려하고 지자체 생활인구 확대, 경제활동 촉진, 인구유출 억제 등을 목적으로 한다. 지자체는 지역의 산업구조, 일자리 현황, 지역대학과의 연계성 등을 종합 분석해 해당 지역에 필요한 외국인 규모와 적합한 외국인재의 조건을 법무부에 제출, 법무부의 심사를 거쳐 해당 지역의 적정 인구 수요를 고려해 외국인에게 비자를 발급하게 된다.

    법무부에서 제시하는 외국인재 기준을 살펴보면, 한국어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토픽(TOPIK) 3급, 소득이 국민 1인당 GNI 70%이거나 학력이 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 일 것, 인구감소 지역에 5년 이상 취·창업 또는 거주하는 조건으로 비자를 발굴하고, 허가 당시 조건을 위반하는 경우 체류자격을 취소할 예정이다. 법무부가 제시한 인재 활용 사례를 살펴보면, 지역의 보건 대학을 졸업한 유학생이 인구감소 지역에 취업해 노인돌봄(간병 등) 업종에 취업할 수 있고, 용접 자격증을 소지한 외국인이 지역 뿌리 기업에 취업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 공문을 받고 농업인력 확보에 숨통이 트이는 줄 알았는데, 자세한 내용을 보고 인구감소 위기에 직면한 지자체 현장수요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공모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인구감소 지역으로 지정된 지자체 대부분이 농어촌 지역으로 당장 생산 현장에 투입될 인력이 필요한데, 한국어 능력에 학사 학위까지 소지한 외국인 인재를 유치해 어디에 활용해야 할지도 고민스럽다고 했다. 또한, 지자체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수요를 모두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지자체 간 경쟁을 통해 인원을 배정받아야 하는 것도 과제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농가에서 고용한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작물재배 농가의 경우 91%, 축산 농가는 44.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어촌 지역에서 외국인 근로자 고용은 이제 일상적인 현상이지만, 제도가 현장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인구감소 위기에 직면한 농어촌 지역일자리 현황을 고려한 외국인 근로자 지원제도 개선을 위해 현장과 소통이 필요해 보인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38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