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간 제비가 돌아올까? 지방소멸대응기금사업 유감 | 구자인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 소장,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2/05/13 11:44
- 조회 474
강남 간 제비가 돌아올까? 지방소멸대응기금사업 유감
누군가 돌아오는 농촌 돼야 하는데
지방소멸대응기금사업으로 가능할까
하드웨어 중심 단발성 사업 그칠까 걱정
| 구자인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 소장, 지역재단 이사
매년 음력 삼월 삼짇날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날이다. 양력으로 올해는 4월 3일이었으니 이미 돌아와 집을 한창 짓고 있을 시절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 흔하던 제비가 이제 멸종 위기 상황에 있는 지경이라 주변에서 정말 보기 힘들 정도다. 화학농법이 널리 보급되면서 먹이가 되는 곤충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큰 이유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친환경농업으로 이미 30여년이 된 충남 홍성군 홍동면 상황을 보면 이것만은 분명 아닌 듯하다. 유기농특구로도 지정돼 생물다양성이 크게 회복됐음에도 제비 보기 힘든 것은 여전히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3년간 전북 진안군에서 제비관찰프로젝트란 것을 해본 경험이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이 구호로 걸리고 농업에도 기후환경 변화가 논의되기 시작할 시점이었다. 정말로 기후가 온난화된다면 제비가 돌아오는 시기도 빨라질 것이고, 농촌의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면 돌아오는 제비 숫자도 줄어들 것이니 그 변화를 관찰해보자는 취지였다. 주민들이 주변 환경의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런 관찰력과 관심이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취지도 담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본 문헌도 검토하게 됐는데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제비관찰전국네트워크라는 단체도 있고, 초등학교 중심으로 지역별로 제비를 관찰 그 결과를 인터넷에 널리 공개하고 있었다. 또 일본 기상청은 ‘생물계절관측’이란 것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제비를 처음 본 날도 지역별로 조사해 장마전선이나 벚꽃개화전선처럼 1953년부터 매년 발표하고 있었다(https://www.data.jma.go.jp/sakura/data/pdf/019.pdf). 몇몇 제비관찰 동호회에서 작성한 소논문에서는 돌아오는 제비가 줄어드는 이유로 다음과 같은 점을 제시하고 있었다.
첫째, 논농사가 기계화된 탓이 크다. 제비는 비행하는 속성에서 둥지 재료가 되는 논흙을 날면서 입으로 물고 처마로 돌아온다. 참새처럼 앉아서 논흙을 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제비가 집을 지을 시점은 논농사의 써레질 시기와 겹치는데, 지금은 워낙 써레질 기술이 발달해 논 가운데 흙구덩이가 생기지 않게 된다. 그러다보니 둥지를 지을 재료인 논흙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둘째, 의외로 하천 정비의 결과도 크게 지적됐다. 제비가 강남으로 가기 전에 집단비행을 위해 하천변 억새 숲에 모여 반드시 집단 ‘합숙’을 한다고 한다. 비행경로도 정하고, 누가 앞장 설 것인지도 정하고, 집단 멤버십도 형성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농촌 하천이 정비되면서 시멘트블록이 늘고, 하천 억새 숲이 사라지면서 합숙장소가 사라지니 다시 찾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셋째, 주거양식의 변화도 지적된다. 제비는 사람이 사는 집에 다시 되돌아오는 속성이 있는데 마을에 빈집이 늘어나면서 반겨줄 주인이 없으니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나 한국은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낡은 농가주택을 개선한답시고 처마 아래로 비닐 벽을 모두 만들어버린다, 그러니 둥지를 지을 처마로 들어갈 틈조차 없으니 제비가 돌아오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반 농담으로 들리겠지만 몇 가지 추가적인 해석도 가능하다. 넷째, 떠나간 강남땅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농촌보다 훨씬 살기 좋다는 의견이다. 자연환경도 파괴되고 사람도 살지 않으니 제비가 굳이 돌아올 필요를 느끼지 않으리라는 해석이다. 다섯째, 한국 농촌에 놀부 같은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어 돌아오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제비 배설물이 떨어지는 것이 싫다고 집 자체를 헐어버리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적 농법이 성행하기에 ‘박씨’를 물고 올 마음이 없어졌다는 지적이다. 두 가지 모두 농담 같은 비유이지만 뼈가 있는 해석이라 할 수 있다.
강남 간 제비는 이제 정말 돌아오지 않을까? 강남땅이 좋아 주저앉았다거나 놀부 같은 사람들이 많아 돌아오지 않는다거나 이런 소리가 그냥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것은 우리 농촌 현실 때문이다. 인구감소와 초고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강남 간 제비는 한편으로 고향 떠난 사람과 그 후손에 비유된다. 우리에게 어떤 노력이 있으면 그들이 돌아올 수 있을까? 최근의 지방소멸대응기금사업 동향을 보면서 여러 생각에 잠기게 된다.
농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희망이 있다고 한다면 외부에서 반드시 누군가 돌아오는 농촌이 돼야 한다. 과연 이 사업으로 농촌이 재생될 수 있을까? 어르신들만 남고, 좋은 일자리는 없는, 게다가 열심히 농사짓는다고 먹고 살기도 힘든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정말 사람들이 돌아올 수 있을까? 이 사업은 올해부터 10년간 연속으로 시행되는 사업이다. 올해는 5월말까지 2년간 계획을 동시에 제출해 평가를 받게 되고, 8월중에 최종 배분액이 결정되는 일정이다.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기초 지자체는 올해는 최대 120억원, 내년부터는 최대 160억원이 지원된다.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농촌 지자체는 10년간 1000억원 정도를 안정되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무후무한 사업에 해당된다. 광역 지자체도 매년 250억원 내외가 안정되게 지원되니 ‘두 번 다시 오기 힘든 기회’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건비도 쓸 수 없고, 전문기구도 설치할 수 없고 기존의 공모방식과 사업 발굴 방식을 되풀이하는 셈이라 솔직히 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제도 개선은 뒷전이고 기존의 틀과 방식만을 고집하니 현재의 균형발전사업처럼 하드웨어 중심의 단발성 사업 패키지에 그칠 우려가 크다. 이제부터라도 ‘사람과 조직’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현장 가까운 ‘면’ 단위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추진체계를 구축해야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강남 간 제비가 돌아오지 않는 이유처럼 농촌다움을 파괴하는 하드웨어 사업을 계속 반복하고, 놀부 같은 인심으로 가득한 농촌사회라면 도시민도 찾지 않을 것이다. 우리 농촌 마을에 같이 살았지만 이제는 도시로 떠나버린, 멀리 타지에서 살고 있는 향우회 분들이 봄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던 제비처럼 언젠가 다시 고향으로 회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 모든 도시민도 대(代)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가 농촌을 떠나온 제비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이들 모두가 돌아올 수 있는 농촌을 만들어야 하고, 이번 지방소멸대응기금사업은 정말 ‘둘도 없는’ 기회에 해당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사업지침도, 심사방식도, 추진체계도 대대적인 개혁을 희망한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오피니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9437
누군가 돌아오는 농촌 돼야 하는데
지방소멸대응기금사업으로 가능할까
하드웨어 중심 단발성 사업 그칠까 걱정
| 구자인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 소장, 지역재단 이사
매년 음력 삼월 삼짇날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날이다. 양력으로 올해는 4월 3일이었으니 이미 돌아와 집을 한창 짓고 있을 시절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 흔하던 제비가 이제 멸종 위기 상황에 있는 지경이라 주변에서 정말 보기 힘들 정도다. 화학농법이 널리 보급되면서 먹이가 되는 곤충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큰 이유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친환경농업으로 이미 30여년이 된 충남 홍성군 홍동면 상황을 보면 이것만은 분명 아닌 듯하다. 유기농특구로도 지정돼 생물다양성이 크게 회복됐음에도 제비 보기 힘든 것은 여전히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3년간 전북 진안군에서 제비관찰프로젝트란 것을 해본 경험이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이 구호로 걸리고 농업에도 기후환경 변화가 논의되기 시작할 시점이었다. 정말로 기후가 온난화된다면 제비가 돌아오는 시기도 빨라질 것이고, 농촌의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면 돌아오는 제비 숫자도 줄어들 것이니 그 변화를 관찰해보자는 취지였다. 주민들이 주변 환경의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런 관찰력과 관심이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취지도 담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본 문헌도 검토하게 됐는데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제비관찰전국네트워크라는 단체도 있고, 초등학교 중심으로 지역별로 제비를 관찰 그 결과를 인터넷에 널리 공개하고 있었다. 또 일본 기상청은 ‘생물계절관측’이란 것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제비를 처음 본 날도 지역별로 조사해 장마전선이나 벚꽃개화전선처럼 1953년부터 매년 발표하고 있었다(https://www.data.jma.go.jp/sakura/data/pdf/019.pdf). 몇몇 제비관찰 동호회에서 작성한 소논문에서는 돌아오는 제비가 줄어드는 이유로 다음과 같은 점을 제시하고 있었다.
첫째, 논농사가 기계화된 탓이 크다. 제비는 비행하는 속성에서 둥지 재료가 되는 논흙을 날면서 입으로 물고 처마로 돌아온다. 참새처럼 앉아서 논흙을 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제비가 집을 지을 시점은 논농사의 써레질 시기와 겹치는데, 지금은 워낙 써레질 기술이 발달해 논 가운데 흙구덩이가 생기지 않게 된다. 그러다보니 둥지를 지을 재료인 논흙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둘째, 의외로 하천 정비의 결과도 크게 지적됐다. 제비가 강남으로 가기 전에 집단비행을 위해 하천변 억새 숲에 모여 반드시 집단 ‘합숙’을 한다고 한다. 비행경로도 정하고, 누가 앞장 설 것인지도 정하고, 집단 멤버십도 형성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농촌 하천이 정비되면서 시멘트블록이 늘고, 하천 억새 숲이 사라지면서 합숙장소가 사라지니 다시 찾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셋째, 주거양식의 변화도 지적된다. 제비는 사람이 사는 집에 다시 되돌아오는 속성이 있는데 마을에 빈집이 늘어나면서 반겨줄 주인이 없으니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나 한국은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낡은 농가주택을 개선한답시고 처마 아래로 비닐 벽을 모두 만들어버린다, 그러니 둥지를 지을 처마로 들어갈 틈조차 없으니 제비가 돌아오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반 농담으로 들리겠지만 몇 가지 추가적인 해석도 가능하다. 넷째, 떠나간 강남땅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농촌보다 훨씬 살기 좋다는 의견이다. 자연환경도 파괴되고 사람도 살지 않으니 제비가 굳이 돌아올 필요를 느끼지 않으리라는 해석이다. 다섯째, 한국 농촌에 놀부 같은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어 돌아오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제비 배설물이 떨어지는 것이 싫다고 집 자체를 헐어버리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적 농법이 성행하기에 ‘박씨’를 물고 올 마음이 없어졌다는 지적이다. 두 가지 모두 농담 같은 비유이지만 뼈가 있는 해석이라 할 수 있다.
강남 간 제비는 이제 정말 돌아오지 않을까? 강남땅이 좋아 주저앉았다거나 놀부 같은 사람들이 많아 돌아오지 않는다거나 이런 소리가 그냥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것은 우리 농촌 현실 때문이다. 인구감소와 초고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강남 간 제비는 한편으로 고향 떠난 사람과 그 후손에 비유된다. 우리에게 어떤 노력이 있으면 그들이 돌아올 수 있을까? 최근의 지방소멸대응기금사업 동향을 보면서 여러 생각에 잠기게 된다.
농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희망이 있다고 한다면 외부에서 반드시 누군가 돌아오는 농촌이 돼야 한다. 과연 이 사업으로 농촌이 재생될 수 있을까? 어르신들만 남고, 좋은 일자리는 없는, 게다가 열심히 농사짓는다고 먹고 살기도 힘든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정말 사람들이 돌아올 수 있을까? 이 사업은 올해부터 10년간 연속으로 시행되는 사업이다. 올해는 5월말까지 2년간 계획을 동시에 제출해 평가를 받게 되고, 8월중에 최종 배분액이 결정되는 일정이다.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기초 지자체는 올해는 최대 120억원, 내년부터는 최대 160억원이 지원된다.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농촌 지자체는 10년간 1000억원 정도를 안정되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무후무한 사업에 해당된다. 광역 지자체도 매년 250억원 내외가 안정되게 지원되니 ‘두 번 다시 오기 힘든 기회’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건비도 쓸 수 없고, 전문기구도 설치할 수 없고 기존의 공모방식과 사업 발굴 방식을 되풀이하는 셈이라 솔직히 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제도 개선은 뒷전이고 기존의 틀과 방식만을 고집하니 현재의 균형발전사업처럼 하드웨어 중심의 단발성 사업 패키지에 그칠 우려가 크다. 이제부터라도 ‘사람과 조직’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현장 가까운 ‘면’ 단위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추진체계를 구축해야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강남 간 제비가 돌아오지 않는 이유처럼 농촌다움을 파괴하는 하드웨어 사업을 계속 반복하고, 놀부 같은 인심으로 가득한 농촌사회라면 도시민도 찾지 않을 것이다. 우리 농촌 마을에 같이 살았지만 이제는 도시로 떠나버린, 멀리 타지에서 살고 있는 향우회 분들이 봄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던 제비처럼 언젠가 다시 고향으로 회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 모든 도시민도 대(代)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가 농촌을 떠나온 제비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이들 모두가 돌아올 수 있는 농촌을 만들어야 하고, 이번 지방소멸대응기금사업은 정말 ‘둘도 없는’ 기회에 해당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사업지침도, 심사방식도, 추진체계도 대대적인 개혁을 희망한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오피니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9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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