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021년 농정개혁, 국제협상 개시의 신호탄? | 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1/02/0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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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2021년 농정개혁, 국제협상 개시의 신호탄?
| 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 지역재단 이사
전 세계가 완전히 새로운 흐름으로 들어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도 있지만, 최근 전례 없이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모든 사람들이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그동안 트럼프 체제에서 보호무역, 경제성장 중심의 기존 질서로 회귀하려던 추세의 반전이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재정지출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세계적인 교역의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리고 이를 주도할 부문으로 미국과 EU에서 모두 기후변화 대응 및 환경보전 활동을 핵심으로 하는 그린뉴딜을 선언했다.
이러한 상황을 선도하기 위해 EU에서는 지난 2019년 12월 ‘그린 딜(Green Deal)’을 발표했고, 이런 논의를 기반으로 해서 EU 농정도 2021~2027년 농정개혁안을 2018년 6월에 발표했다. 여기에는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보전을 EU 농정의 핵심목표로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EU에서 지급하는 환경 관련 보조금이 WTO 규정상 ‘그린박스(Green Box)’에 해당된다는 것을 세부적으로 검토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향후 농산물 교역에서 환경 관련 규정이 적용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영국의 EU 탈퇴 결정 등 다양한 요인들이 발생하면서 EU에서는 개혁안에 대한 최종합의가 계속 미뤄져 왔는데, 급기야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 27일에 2021~2027년 개혁안의 시행을 2023년까지 연기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여러 분야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나타나고 있는 현 상황을 반영해서 최종적인 결론을 유예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인 EU의 논의과정을 고려하면 약 1년간 추가 논의가 더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몇 년 동안 논의해서 결정한 것에 대해서 다시 논의를 재개하는 EU의 농정개혁안에는 도대체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이번 개혁에서 EU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새로운 정책시행 모델(New Delivery Model)’이라고 하는 정책추진체계의 개혁이다. 이를 세부적으로 확정하는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외의 정책 개혁 내용은 이미 7년간 예산계획도 확정했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합의를 이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EU의 농정개혁 내용 중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는 것을 보면, 무엇보다도 기후변화 및 환경보전 정책이 매우 크게 강화됐다는 것이다. 전체 농업예산의 40%가 환경보전 정책에 할당되도록 했는데, 세부적으로 보면, 농촌개발 예산의 최소 30%가 환경보전에 투여되도록 규정했으며, 기존 시장 관련 정책에서 최대 15%까지 환경정책으로 전용할 수 있도록 했고, 회원국이 자체 규정으로 추가적인 15%를 다시 환경정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 기존 직불금을 환경조건 준수 의무를 전제 조건으로 지급하던 규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존에 다소 경직적인 직불금이었던 ‘녹색직불금(Green Payment)’을 폐지하고 새롭게 ‘생태보전활동 지원 제도(Eco-scheme)’를 도입해 농민들이 자유롭게 선택한 환경보전 활동을 지원하는 직불금으로 개편됐다.
이와 함께 농가 간 직불금 지급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조치도 추가됐는데, 직불금 지급 상한액이 기존 15만유로에서 10만유로로 감액됐으며, 재분배직불금(Redistributive payment)은 모든 국가에서 시행해야 하는 의무 정책으로 설정됐다. 그리고 신규 청년농과 창업 농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전체적으로 중소농가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결국, 직불제도를 개혁함으로써 농가소득, 기후변화 대응 및 환경보전, 후계인력 지원, 식품 안전성, 경쟁력 향상 등의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이번 개혁안에서 근본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농업, 농민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진짜 농민(Genuine Farmer)”이라는 용어를 제시하고 각 회원국이 자국 상황에 맞게 구체적으로 개념을 설정해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이들이 수행하는 농업 활동의 내용에 대해서도 명확히 설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농민’, ‘농업활동’, ‘농지법’에 대한 논의와 유사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가 새로운 변화의 흐름에 있다 보니, 과거에 설정한 개념과 정의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나타나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닌 것 같다. 차제에 우리 농정도 세계의 흐름을 반영한 좀 더 적극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 농정춘추 http://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3263
| 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 지역재단 이사
전 세계가 완전히 새로운 흐름으로 들어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도 있지만, 최근 전례 없이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모든 사람들이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그동안 트럼프 체제에서 보호무역, 경제성장 중심의 기존 질서로 회귀하려던 추세의 반전이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재정지출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세계적인 교역의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리고 이를 주도할 부문으로 미국과 EU에서 모두 기후변화 대응 및 환경보전 활동을 핵심으로 하는 그린뉴딜을 선언했다.
이러한 상황을 선도하기 위해 EU에서는 지난 2019년 12월 ‘그린 딜(Green Deal)’을 발표했고, 이런 논의를 기반으로 해서 EU 농정도 2021~2027년 농정개혁안을 2018년 6월에 발표했다. 여기에는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보전을 EU 농정의 핵심목표로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EU에서 지급하는 환경 관련 보조금이 WTO 규정상 ‘그린박스(Green Box)’에 해당된다는 것을 세부적으로 검토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향후 농산물 교역에서 환경 관련 규정이 적용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영국의 EU 탈퇴 결정 등 다양한 요인들이 발생하면서 EU에서는 개혁안에 대한 최종합의가 계속 미뤄져 왔는데, 급기야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 27일에 2021~2027년 개혁안의 시행을 2023년까지 연기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여러 분야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나타나고 있는 현 상황을 반영해서 최종적인 결론을 유예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인 EU의 논의과정을 고려하면 약 1년간 추가 논의가 더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몇 년 동안 논의해서 결정한 것에 대해서 다시 논의를 재개하는 EU의 농정개혁안에는 도대체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이번 개혁에서 EU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새로운 정책시행 모델(New Delivery Model)’이라고 하는 정책추진체계의 개혁이다. 이를 세부적으로 확정하는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외의 정책 개혁 내용은 이미 7년간 예산계획도 확정했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합의를 이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EU의 농정개혁 내용 중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는 것을 보면, 무엇보다도 기후변화 및 환경보전 정책이 매우 크게 강화됐다는 것이다. 전체 농업예산의 40%가 환경보전 정책에 할당되도록 했는데, 세부적으로 보면, 농촌개발 예산의 최소 30%가 환경보전에 투여되도록 규정했으며, 기존 시장 관련 정책에서 최대 15%까지 환경정책으로 전용할 수 있도록 했고, 회원국이 자체 규정으로 추가적인 15%를 다시 환경정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 기존 직불금을 환경조건 준수 의무를 전제 조건으로 지급하던 규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존에 다소 경직적인 직불금이었던 ‘녹색직불금(Green Payment)’을 폐지하고 새롭게 ‘생태보전활동 지원 제도(Eco-scheme)’를 도입해 농민들이 자유롭게 선택한 환경보전 활동을 지원하는 직불금으로 개편됐다.
이와 함께 농가 간 직불금 지급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조치도 추가됐는데, 직불금 지급 상한액이 기존 15만유로에서 10만유로로 감액됐으며, 재분배직불금(Redistributive payment)은 모든 국가에서 시행해야 하는 의무 정책으로 설정됐다. 그리고 신규 청년농과 창업 농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전체적으로 중소농가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결국, 직불제도를 개혁함으로써 농가소득, 기후변화 대응 및 환경보전, 후계인력 지원, 식품 안전성, 경쟁력 향상 등의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이번 개혁안에서 근본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농업, 농민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진짜 농민(Genuine Farmer)”이라는 용어를 제시하고 각 회원국이 자국 상황에 맞게 구체적으로 개념을 설정해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이들이 수행하는 농업 활동의 내용에 대해서도 명확히 설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농민’, ‘농업활동’, ‘농지법’에 대한 논의와 유사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가 새로운 변화의 흐름에 있다 보니, 과거에 설정한 개념과 정의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나타나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닌 것 같다. 차제에 우리 농정도 세계의 흐름을 반영한 좀 더 적극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 농정춘추 http://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3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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