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특위에 고함 | 김은진 원광대학교 교수,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0/08/24 14:55
- 조회 654
농특위에 고함
| 김은진 원광대학교 교수, 지역재단 이사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모처럼 볕이 쨍쨍 났다. 함께 광복절 행사에 참석한 농민분이 이제 볕이 나기 시작했으니 나락이 1~2주 있으면 그래도 대부분 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는 희망을 말씀하셨다. 전국 곳곳에서 수해 복구를 위해 농민들이 발 벗고 나서고 있고 국민들이 주말 시간을 내서 복구를 위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도 줄을 잇는다. 좋은 일이고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국회는 정말 꼴사납다. 서로 4대강 때문이다 아니다, 태양광 때문이다 아니다 이런 걸로 싸우는 꼴이 정말 부끄럽다. 여기에 말을 보태는 정부 인사들도 꼴사납기는 마찬가지다.
추경예산을 편성하네 마네 싸우기 시작했고, 돈을 얼마 지원하겠다는 이야기도 시작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이번 수해가 누구의 잘못인가를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농민들에게 복구 비용이 얼마가 드니 돈을 얼마 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물론 이는 앞으로 두고두고 그 방법을 찾아야만 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급한 것은 아니다. 이미 일어난 수해를 이겨내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일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해야 할 때다.
나는 벌써 앞으로 있을 일들이 눈앞에 그려져 걱정이 앞선다. 추석이 이제 한 달 반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마다 이맘때쯤부터 스물스물 기어나오기 시작하는 이야기가 바로 추석물가이다. 차례상차림에 얼마가 든다는 둥, 채소값이 어떻다는 둥, 과일값이 어떻다는 둥 언론이 떠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정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추석을 앞두고 소비자 물가를 잡기 위해 값이 오를 것이라 예상되는 작물에 대해 수입을 결정한다. 추석이 이르면 이른 대로, 늦으면 늦은 대로 늘상 똑같은 이야기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해까지 심각하다. 13일 농식품부는 8월에만 벼 침수가 2만2,304ha이고 밭작물 1,802ha, 채소류 1,638ha, 낙과 126ha, 한우 400여 마리, 돼지 6,000여 마리, 가금류 183만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미 언론은 추석물가를 떠들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정부는 2017년 대통령선거 공약이었던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를 농민들의 단식농성을 비롯한 각종 집회의 요구 끝에 2년이 지난 2019년에야 겨우 발족했다. 그럼에도 농특위에 거는 기대가 있다. 왜냐하면 농특위를 통해 농업정책의 틀을 전환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농특위는 이 기회에 자신들이 진짜 할 일을 해야 한다. 다른 것 필요없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 한 가지만 하라. 기후위기 문제의 해결책이 지금 나온다 한들 지금 당장 바뀔 것은 없다. 식량주권을 위해 무엇인가 획기적인 것을 주장한다 한들 지금 당장 바뀔 것은 없다. 농사란 공장에서 물건 나오듯 나오는 것이 아니고 몇 달을 꼬박 정성을 들여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쓸려 내려간 것들, 이미 물러져버린 것들, 이미 죽은 것들을 되살릴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되살릴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이 수해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 가을 농사를, 내년 농사를 준비할 희망을 농민에게 줄 수 있다. 그것은 돈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책임질 사람 자르는 것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 당장 농특위가 할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것이다. 국민에게 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자고 호소하라. 지금 당장 추석차례상 우리 농산물로 가능하게 소박하게 차리자고 호소하라. 언론이 더 이상 추석물가를 떠들지 못하도록, 정부가 농산물 수입 말도 꺼내지 못하도록, 지금의 이 위기를 국민들과 농민들이 하나가 되어 헤쳐 나가자고 호소하라. 이를 위한 ‘추석상차림 우리농산물로 차리기 국민운동’을 선포하라. 이것이 농민들이 단식을 해가며, 아스팔트 농사를 지어가며 원했던 한 가지이다. 농특위, 지금이야말로 당신들이 나설 차례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 2020. 8. 24일자 기고 http://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1755
| 김은진 원광대학교 교수, 지역재단 이사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모처럼 볕이 쨍쨍 났다. 함께 광복절 행사에 참석한 농민분이 이제 볕이 나기 시작했으니 나락이 1~2주 있으면 그래도 대부분 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는 희망을 말씀하셨다. 전국 곳곳에서 수해 복구를 위해 농민들이 발 벗고 나서고 있고 국민들이 주말 시간을 내서 복구를 위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도 줄을 잇는다. 좋은 일이고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국회는 정말 꼴사납다. 서로 4대강 때문이다 아니다, 태양광 때문이다 아니다 이런 걸로 싸우는 꼴이 정말 부끄럽다. 여기에 말을 보태는 정부 인사들도 꼴사납기는 마찬가지다.
추경예산을 편성하네 마네 싸우기 시작했고, 돈을 얼마 지원하겠다는 이야기도 시작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이번 수해가 누구의 잘못인가를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농민들에게 복구 비용이 얼마가 드니 돈을 얼마 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물론 이는 앞으로 두고두고 그 방법을 찾아야만 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급한 것은 아니다. 이미 일어난 수해를 이겨내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일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해야 할 때다.
나는 벌써 앞으로 있을 일들이 눈앞에 그려져 걱정이 앞선다. 추석이 이제 한 달 반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마다 이맘때쯤부터 스물스물 기어나오기 시작하는 이야기가 바로 추석물가이다. 차례상차림에 얼마가 든다는 둥, 채소값이 어떻다는 둥, 과일값이 어떻다는 둥 언론이 떠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정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추석을 앞두고 소비자 물가를 잡기 위해 값이 오를 것이라 예상되는 작물에 대해 수입을 결정한다. 추석이 이르면 이른 대로, 늦으면 늦은 대로 늘상 똑같은 이야기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해까지 심각하다. 13일 농식품부는 8월에만 벼 침수가 2만2,304ha이고 밭작물 1,802ha, 채소류 1,638ha, 낙과 126ha, 한우 400여 마리, 돼지 6,000여 마리, 가금류 183만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미 언론은 추석물가를 떠들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정부는 2017년 대통령선거 공약이었던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를 농민들의 단식농성을 비롯한 각종 집회의 요구 끝에 2년이 지난 2019년에야 겨우 발족했다. 그럼에도 농특위에 거는 기대가 있다. 왜냐하면 농특위를 통해 농업정책의 틀을 전환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농특위는 이 기회에 자신들이 진짜 할 일을 해야 한다. 다른 것 필요없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 한 가지만 하라. 기후위기 문제의 해결책이 지금 나온다 한들 지금 당장 바뀔 것은 없다. 식량주권을 위해 무엇인가 획기적인 것을 주장한다 한들 지금 당장 바뀔 것은 없다. 농사란 공장에서 물건 나오듯 나오는 것이 아니고 몇 달을 꼬박 정성을 들여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쓸려 내려간 것들, 이미 물러져버린 것들, 이미 죽은 것들을 되살릴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되살릴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이 수해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 가을 농사를, 내년 농사를 준비할 희망을 농민에게 줄 수 있다. 그것은 돈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책임질 사람 자르는 것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 당장 농특위가 할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것이다. 국민에게 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자고 호소하라. 지금 당장 추석차례상 우리 농산물로 가능하게 소박하게 차리자고 호소하라. 언론이 더 이상 추석물가를 떠들지 못하도록, 정부가 농산물 수입 말도 꺼내지 못하도록, 지금의 이 위기를 국민들과 농민들이 하나가 되어 헤쳐 나가자고 호소하라. 이를 위한 ‘추석상차림 우리농산물로 차리기 국민운동’을 선포하라. 이것이 농민들이 단식을 해가며, 아스팔트 농사를 지어가며 원했던 한 가지이다. 농특위, 지금이야말로 당신들이 나설 차례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 2020. 8. 24일자 기고 http://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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