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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정말 우리 대통령 잘 뽑았다” |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 전 농림부장관 
    • 작성일2020/03/05 10:52
    • 조회 371
    “정말 우리 대통령 잘 뽑았다”
    |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 전 농림부장관 


    “(저는) 어릴 때 시골에서 참으로 고생 많이 했습니다.… 가난을 견디다 못해 농촌을 떠났습니다. 그때의 심정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돈 버는 농업, 살맛나는 농촌 10대 실천방안에 대한) 오늘의 약속, 반드시 실천하겠습니다.…  몇 년 후에 우리 농민들 입에서 ‘정말 우리 대통령 잘 뽑았다.’ 그런 소리가 나오도록 하겠습니다. 다함께 농민 성공시대를 열어갑시다!” 
    2007년 12월9일 대선 막바지에 이명박 대통령이 전국의 농어민과 국민들을 향해 행한 연설의 일부분이다. 10대 공약내용도 좋았지만, 대통령 본인의 쓰라린 과거와 농촌 청소년 시절을 회고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을 격려한 이 연설은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이렇다 할 공직의 연륜과 경력이 전혀 없었던 상업적 농민을 초대 농림수장으로 임명했을 때만해도 농업계는 약간 뜨아해 했지만 대통령에게 숨은 뜻이 있겠지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통령은 취임 6개월만에 두 번씩이나 미국산 광우병 의심 쇠고기 문제로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물론 세계 어느 선진국도 아직 수입을 금하고 있는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와, 골수겷鋼?내장 등 SRM(광우병 위험물질)의 수입을 자유롭게 허용해 봉기에 가까운 국민들의 분노를 촉발했던 것이다. 그 때문에 물러난 농림행정 최고 수뇌부가 명예 훼손을 당했다고 MBC 피디수첩을 고발했지만 엊그제 재판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베테랑 농정관료 대대적 물갈이

    설상가상으로, 농가소득 직불금 횡령사건이 터졌다. WTO 농산물시장 전면 개방으로 타격을 크게 받고 있는 우리나라 쌀 농가를 그나마 어렵사리 지탱해주고 있던 쌀직불금을 공직자와 토지투기꾼 등 부재촌 지주들이 가로 챈 것이다. 장차 농지를 팔 때 내야 할 양도소득세를 면제받으려는 속셈에서 농사도 짓지 않은 부재촌지주들이 직불금을 가져갔다. 이 같은 상황을 방치, 내지 허용해 온 정부의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위 두 사태로 농림행정 관료체제에 대대적인 수술이 가해졌고, 물갈이 명분으로 대대적인 인사조치가 단행되었다. 베테랑 농정관료들이 물러나고 농정 경험이 초심자나 다름없는 비농업적인 외부사람들이 대거 고위직에 임명되었다. 
    그로부터 또다시 1년이 훌쩍 지난 현재 뒤돌아보면, 대한민국의 농민들은 희한한 크고 작은 경험들을 맛보아야 했다. 유사이래의 쌀 풍작을 이루고서도 마땅히 팔 곳이 없어 쌀값은 폭락하였고 농가소득은 크게 떨어져 풍작이 웬수인지, 정책부진이 웬수인지, 분간하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도농 소득격차는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심지어 농림부가 감싸 안아야 할 농민단체들을 도리어 탄압해 달라고 주문하는 정권안보용 농정현장이 드러나기도 했다. 언제부터 이 나라의 농민단체들이 좌파가 되었고 적군이었단 말인가. 
    그러다 보니 정책 최종수요자들인 농민을 우군(友軍)으로 삼지 않은 이상한 농정개혁안들이 불쑥 튀어나오고 그래서인지 각종 농정개혁위원회와 선진화위원회 등의 존립 이유가 퇴색하고 있다. 심지어 참여 농민위원들이 정부의 농협개혁안을 반대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고 선진화 대책을 거부 또는 시큰둥해 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년 동안 헛바퀴만 돈 농정쇄신

    유기농업이 농약·비료를 과다히 사용하는 화학농법 보다 수질을 더 오염시킨다는 환경부와 국토해양부의 해괴망측한 주장을 농림부가 묵인방조하는 이상한 진풍경마저 일어났다. 한 마디로 지난 2년 동안의 돈버는 농업, 살맛나는 농촌을 만들기를 위한 농정쇄신 노력은 헛바퀴를 돌고 허송세월을 하고 말았다. 
    이제 이명박 정부의 임기는 3년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여간 조급하지 않다. 마지막 희망과 기대, 그리고 애정을 가지고 바야흐로 구제역 퇴치다 농협개혁이다 동분서주 노심초사하고 있는 신진 농정관료들에게 충고하고 싶다. 아무리 현안이 바쁘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의 10대 농정공약’을 챙기는 일은 결코 소홀히 하지 말았으면 한다. 
    농림부를 농림수산식품부로 만들고 도시투기꾼들 위주의 농지거래자유화 조치를 한 것 말고는 이렇다하게 정책화하지 못한 MB 10대 농정공약을 우선 하나하나씩 따로 로드맵(Road Map: 실천일정표)을 만들어 남은 임기 내에 실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행겴瑩?계획을 세우고 집행하는 일에 몰두하기 바란다. 필요하면 대통령께 직언과 간언을 하고 관련부처들과의 다툼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 원래가 경제학적으로 옹호하기가 역부족인 농업 부문은 사회문화적 절대가치(value)를 앞세우는 논리로 방어해야 한다.

    MB 10대 농정공약 하나씩 챙겨야

    그 중 첫째가 혁명적인 농가부채 대책이다. 개방정책과 농정실패로 늘어난 농가부채는 정부가 결자해지해야 한다. 한미 FTA 비준에 대비한 지원 계획도 결코 미룰 일이 아니다. 조직과 임직원의 이익만 도모하는 농협 등 각종 농림수산기관들의 획기적인 개혁을 통한 유통구조 개선과 농어업인의 삶과 지위 향상 역시 아주 시급하다. 대통령이 공약한 농정협의기구로서의 농업회의소 설치와 농촌교육환경의 개선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 MB의 맨마지막 공약이지만 어느 공약에 못지않게 중요한 남북간 농림축수산업 협력강화는 통일을 준비하고 시장개방에 대비하는 1석2조의 효과가 있다. 
    요컨대, 이제는 말은 그만하고 행동을 취해야 할 시점이다. 또다시 허송세월하다가는 이명박정권 임기 내에 돈 버는 농어업은커녕 빚더미에 눌려 견디지 못하고 마침내 떠나는 농어촌을 가속화할지 모른다. 
    이 대통령이 밝혔듯, ‘몇 년 후 농민들의 입에서 정말 우리 대통령을 잘 뽑았다’는 소리가 나오느냐 안나오느냐는 오로지 대통령을 보좌하여 농정을 담당하고 있는 현직의 농정관료들과 농림부문 기관장들의 의지와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 “오늘의 약속, 반드시 실천하겠습니다.

    -본 게시물은 한국농어민신문 2010년1월28일자 (제2212호) 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