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법만 잘 지켰어도 사생결단 필요 없었다” | 박진도 지역재단 상임고문, 충남대 명예교수
- 작성일2023/04/28 17:04
- 조회 381
*이 글은 시사IN 제814호(2023.04.25) 18p~19p에 게제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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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법만 잘 지켰어도 사생결단 필요 없었다”
박진도 전 농특위원장은 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중심에 두고 쌀값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쌀은 농민의 소득원이자 국가의 식량안보를 떠받치는 보루라고 주장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농어업 분야 1순위 공약으로 대통령 직속 농어업 분야 자문기구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대중 정부 때 생겼다가 이명박 정부 때 폐지된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는 그렇게 농어업 안팎의 기대를 받으며 부활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농특위원장을 지냈던 박진도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명예교수(현 지역재단 상임고문)는 농특위원장 임기 동안 문 대통령과 농정을 주제로 한 번도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박 전 위원장은 “문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농업과 농민에게 애정을 갖고 있었지만 농정철학이 없었고, 국정 과제에서 3농(농어업·농어촌·농어민)은 뒷전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농어업축산정책과 그 예산을 직접 확실하게 챙기겠다”라고 호언했다. 윤 대통령은 1년 전 약속이 무색하게도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를 통해 ‘쌀값 대치’정국을 만들었다. 박진도 전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정치가 정치이기를 포기한 일”로 규정했다.
그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는 극단적 성장주의라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중심에 두고 쌀값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쌀이 정쟁의 한가운데 섰다.
쌀 과잉과 쌀값 폭락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쌀은 농민의 안정적인 소득원이자 국가의 식량안보를 떠받치는 보루다. 국내 곡물 자급률이 20% 수준에 불과하지만 그나마 쌀 지급률이 90%를 넘기 때문에(2020년 기준 92.8%),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가루 가격이 폭등했을 때도 ‘우리는 쌀이 있으니까’하는 마음으로 참을 만했던 거다. 기후위기와 전쟁으로 전 세계적으로 식량위기가 확산되면 곡물 자급률이 20%에 지나지 않는 우리나라가 가장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것이고, 많은 국민은 ‘식량 난민’으로 전락할 것이다. 쌀을 지키는 비용을 낭비라는 관정으로만 바라보면 정말 심각한 위기가 올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자기 국민인 농민들이 생존을 위해 쌀값 문제를 해결해달라는데 대통령이 포퓰리즘이라고 매도한다. 말로라도 농민들을 위로하며 문제를 풀어가려는 태도가 없다. 물론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논쟁할 수 있다고 본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본래 취지가 손상되기도 했고, 의무 매입 규정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러면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 말하고, 정책을 내놓고, 설득을 하면 되는 일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동안 정부는 뭘 했나?
초과생산된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조항이 논란이 됐다.
대부분의 법안을 살펴보면, 정부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하지 ‘해야 한다’고 의무 규정을 두는 경우는 드물다. 국가에 재량권을 주는 거다. 특히 쌀 생산량은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것처럼 정확히 예측하고 조절할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형편에 따라서는 정부에 대량권을 주는 방식이 적절할 수도 있다고 본다.
애초에 국가가 재량권을 잘 발휘했다면 지금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뜻인가?
사실 이번 사태는 2021년 문재인 정부가 양곡관리법을 잘 지키기만 했어도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당시 쌀 변동직불제(목표가격에 미달하면 차액을 보존해주는 제도)를 폐지하면서 쌀값이 하락할 거라는 농민들의 우려를 달래기 위해 수급 상황을 감안해 쌀을 매입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게 현재의 양곡관리법이다. 그런데 농림부 장관이 초과매입 약속을 제때 지키지 않아서 쌀값이 45년 만에 평균 20%가량 폭락했다. 농민들이 격렬하게 항의했고, 놀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매입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으로 바꾸는 개정안을 제출할 것이 지금 사태의 발단이다. 양곡관리법의 규정만 잘 지켰으면 사생결단을 할 필요가 없었다.
쌀이 시장재자 아니라 일종의 정치재가 됐다.
그 시작에 ‘쌀 예외주의’가 있다. 쌀이 시장 논리를 벗어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다. 당시 한국은 거의 모든 농산물에 대해 완전 개방을 결정하면서도 “쌀만은 안 된다”는 쌀 예외주의를 채택했다. 당시 나는 “우리가 쌀만 먹고 사느냐. 농민들이 쌀농사만 짓느냐. 쌀만 빼고 나머지 다 개방하면 농업생산 기반이 붕괴되고 쌀마저 지키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후 세계무역기구(WTO)·자유무역협정(FTA)협상에서도 쌀만 예외적인 특별대우를 받은 반면 나머지 농산물들은 글로벌 수입 경쟁에 방어막 없이 노출됐다. 이런 과정에서 농민들도 정부 지원을 받는 구조에 길들여졌다. 결국 쌀은 생산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했고, 다른 작물들의 자급률은 현저하게 떨어졌다.
쌀값이 올라도 문제 아닌가?
지금 쌀 한공기 원가가 200원 정도다. 말도 안 되게 싸다. 농민들은 300원을 보장해달라고 결의대회를 연다. 정상적이라면, 정치권이 “쌀값이 비싼 게 아닙니다”이렇게 설득을 해야되는데 정부도 언론도 ‘물가가 올라서 살기 어려운데 쌀값까지 오른다’고 난리다. 1인당 국민소득(GNI) 3만5000달러 시대인데 아직도 300달러일 때 ‘농산물 값이라도 낮춰야 한다’ ‘밥이라도 배부르게 먹게 하자’했던 말을 하는 거다.
쌀값 안정화를 위해서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일본 니가타현의 우오누마시에서는 비료와 농약 사용을 줄인 친환경 쌀을 생산한다. 단위면적당 수확량을 제한하는 대신 쌀을 고급화한 것이다. 또 쌀 소비처를 다양화해야 한다. 일본은 주정용 쌀을 따로 재배해 지역 술을 만드는데, 이게 농산물 소비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기획재정부가 전통주·지역 특산주 육성을 위해 주세 규제를 푸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소비가 줄고 있는 주식용 쌀 외에 가공용·사료용·전분용 쌀 재배를 장려하고 전략 작물(수입 의존성이 높거나 논 이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밀·콩 같은 작물) 직불금 범위를 넓혀 농가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농업 예산을 잘 쓰는 일이 중요할 것 같다.
기재부가 농어업에 배정한 예산을 크게 늘리는 일은 없을 거다. 그래서 내가 농특위원장일 때 두 가지를 얘기했다. 하나는 스마트팜 등에 배정하는 보조금이 있는데, 그런거 하지 말고 작은 땅에서 농사 잘 짓는 농민들을 위해 직불금을 주자는 거다. 스마트팜 짓고, 친환경 농자재사라고 보조금을 주면 그 돈이 누구한테 가나? 다 유통하고 제조하는 사람한테 간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정부가 농촌에 세금을 퍼주면 그 돈이 농민 주머니로 가는 줄 안다. 보조금을 더 받으려고 떼쓰는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농촌을 망치는 게 국가보조금이다. 또 하나는 지역개발 보조금이다. 우리나라에 출렁다리가 200개가 넘는다. 건설비에 운영비까지 하면 엄청나다. 그런 돈으로 차라리 농어촌 주민수당을 주는게 낫다. 농특위원장 때 추산해보니 이런 보조금을 없애거나 줄여서 8조원 정도를 만들 수 있었다. 1인당 월 30만원씩 줄 수 있다. 농어민뿐 아니라 농어촌에 사는 주민에게도 줄 수 있다. ‘그곳에 살면서 지역·환경·문화를 지켜줘서 고맙다’라는 취지로 주는 거다. 지방 소멸과 농어촌 내 불평등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쌀값을 두고 정치적 논쟁이 매번 반복되는 이유가 뭘까?
국내총생산(GDP)에서 농림어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 수준이다. 성장주의자 시각에서 보면 고작 2%에 불과한 농촌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모두 쓸데없는 낭비일 것이다. 그러나 농촌이 사라지다는 것은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고유의 먹을거리·자연경관·지역문화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완전히 박정희식 성장주의로 돌아섰다. 그런 대통령의 눈에 농촌이 보이겠나. 지금 시대에 오랜 성장주의 담론의 고리를 끊어내야 하는 게 정치인, 그것도 대통령의 일인데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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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법만 잘 지켰어도 사생결단 필요 없었다”
박진도 전 농특위원장은 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중심에 두고 쌀값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쌀은 농민의 소득원이자 국가의 식량안보를 떠받치는 보루라고 주장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농어업 분야 1순위 공약으로 대통령 직속 농어업 분야 자문기구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대중 정부 때 생겼다가 이명박 정부 때 폐지된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는 그렇게 농어업 안팎의 기대를 받으며 부활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농특위원장을 지냈던 박진도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명예교수(현 지역재단 상임고문)는 농특위원장 임기 동안 문 대통령과 농정을 주제로 한 번도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박 전 위원장은 “문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농업과 농민에게 애정을 갖고 있었지만 농정철학이 없었고, 국정 과제에서 3농(농어업·농어촌·농어민)은 뒷전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농어업축산정책과 그 예산을 직접 확실하게 챙기겠다”라고 호언했다. 윤 대통령은 1년 전 약속이 무색하게도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를 통해 ‘쌀값 대치’정국을 만들었다. 박진도 전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정치가 정치이기를 포기한 일”로 규정했다.
그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는 극단적 성장주의라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중심에 두고 쌀값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쌀이 정쟁의 한가운데 섰다.
쌀 과잉과 쌀값 폭락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쌀은 농민의 안정적인 소득원이자 국가의 식량안보를 떠받치는 보루다. 국내 곡물 자급률이 20% 수준에 불과하지만 그나마 쌀 지급률이 90%를 넘기 때문에(2020년 기준 92.8%),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가루 가격이 폭등했을 때도 ‘우리는 쌀이 있으니까’하는 마음으로 참을 만했던 거다. 기후위기와 전쟁으로 전 세계적으로 식량위기가 확산되면 곡물 자급률이 20%에 지나지 않는 우리나라가 가장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것이고, 많은 국민은 ‘식량 난민’으로 전락할 것이다. 쌀을 지키는 비용을 낭비라는 관정으로만 바라보면 정말 심각한 위기가 올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자기 국민인 농민들이 생존을 위해 쌀값 문제를 해결해달라는데 대통령이 포퓰리즘이라고 매도한다. 말로라도 농민들을 위로하며 문제를 풀어가려는 태도가 없다. 물론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논쟁할 수 있다고 본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본래 취지가 손상되기도 했고, 의무 매입 규정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러면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 말하고, 정책을 내놓고, 설득을 하면 되는 일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동안 정부는 뭘 했나?
초과생산된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조항이 논란이 됐다.
대부분의 법안을 살펴보면, 정부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하지 ‘해야 한다’고 의무 규정을 두는 경우는 드물다. 국가에 재량권을 주는 거다. 특히 쌀 생산량은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것처럼 정확히 예측하고 조절할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형편에 따라서는 정부에 대량권을 주는 방식이 적절할 수도 있다고 본다.
애초에 국가가 재량권을 잘 발휘했다면 지금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뜻인가?
사실 이번 사태는 2021년 문재인 정부가 양곡관리법을 잘 지키기만 했어도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당시 쌀 변동직불제(목표가격에 미달하면 차액을 보존해주는 제도)를 폐지하면서 쌀값이 하락할 거라는 농민들의 우려를 달래기 위해 수급 상황을 감안해 쌀을 매입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게 현재의 양곡관리법이다. 그런데 농림부 장관이 초과매입 약속을 제때 지키지 않아서 쌀값이 45년 만에 평균 20%가량 폭락했다. 농민들이 격렬하게 항의했고, 놀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매입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으로 바꾸는 개정안을 제출할 것이 지금 사태의 발단이다. 양곡관리법의 규정만 잘 지켰으면 사생결단을 할 필요가 없었다.
쌀이 시장재자 아니라 일종의 정치재가 됐다.
그 시작에 ‘쌀 예외주의’가 있다. 쌀이 시장 논리를 벗어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다. 당시 한국은 거의 모든 농산물에 대해 완전 개방을 결정하면서도 “쌀만은 안 된다”는 쌀 예외주의를 채택했다. 당시 나는 “우리가 쌀만 먹고 사느냐. 농민들이 쌀농사만 짓느냐. 쌀만 빼고 나머지 다 개방하면 농업생산 기반이 붕괴되고 쌀마저 지키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후 세계무역기구(WTO)·자유무역협정(FTA)협상에서도 쌀만 예외적인 특별대우를 받은 반면 나머지 농산물들은 글로벌 수입 경쟁에 방어막 없이 노출됐다. 이런 과정에서 농민들도 정부 지원을 받는 구조에 길들여졌다. 결국 쌀은 생산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했고, 다른 작물들의 자급률은 현저하게 떨어졌다.
쌀값이 올라도 문제 아닌가?
지금 쌀 한공기 원가가 200원 정도다. 말도 안 되게 싸다. 농민들은 300원을 보장해달라고 결의대회를 연다. 정상적이라면, 정치권이 “쌀값이 비싼 게 아닙니다”이렇게 설득을 해야되는데 정부도 언론도 ‘물가가 올라서 살기 어려운데 쌀값까지 오른다’고 난리다. 1인당 국민소득(GNI) 3만5000달러 시대인데 아직도 300달러일 때 ‘농산물 값이라도 낮춰야 한다’ ‘밥이라도 배부르게 먹게 하자’했던 말을 하는 거다.
쌀값 안정화를 위해서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일본 니가타현의 우오누마시에서는 비료와 농약 사용을 줄인 친환경 쌀을 생산한다. 단위면적당 수확량을 제한하는 대신 쌀을 고급화한 것이다. 또 쌀 소비처를 다양화해야 한다. 일본은 주정용 쌀을 따로 재배해 지역 술을 만드는데, 이게 농산물 소비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기획재정부가 전통주·지역 특산주 육성을 위해 주세 규제를 푸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소비가 줄고 있는 주식용 쌀 외에 가공용·사료용·전분용 쌀 재배를 장려하고 전략 작물(수입 의존성이 높거나 논 이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밀·콩 같은 작물) 직불금 범위를 넓혀 농가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농업 예산을 잘 쓰는 일이 중요할 것 같다.
기재부가 농어업에 배정한 예산을 크게 늘리는 일은 없을 거다. 그래서 내가 농특위원장일 때 두 가지를 얘기했다. 하나는 스마트팜 등에 배정하는 보조금이 있는데, 그런거 하지 말고 작은 땅에서 농사 잘 짓는 농민들을 위해 직불금을 주자는 거다. 스마트팜 짓고, 친환경 농자재사라고 보조금을 주면 그 돈이 누구한테 가나? 다 유통하고 제조하는 사람한테 간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정부가 농촌에 세금을 퍼주면 그 돈이 농민 주머니로 가는 줄 안다. 보조금을 더 받으려고 떼쓰는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농촌을 망치는 게 국가보조금이다. 또 하나는 지역개발 보조금이다. 우리나라에 출렁다리가 200개가 넘는다. 건설비에 운영비까지 하면 엄청나다. 그런 돈으로 차라리 농어촌 주민수당을 주는게 낫다. 농특위원장 때 추산해보니 이런 보조금을 없애거나 줄여서 8조원 정도를 만들 수 있었다. 1인당 월 30만원씩 줄 수 있다. 농어민뿐 아니라 농어촌에 사는 주민에게도 줄 수 있다. ‘그곳에 살면서 지역·환경·문화를 지켜줘서 고맙다’라는 취지로 주는 거다. 지방 소멸과 농어촌 내 불평등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쌀값을 두고 정치적 논쟁이 매번 반복되는 이유가 뭘까?
국내총생산(GDP)에서 농림어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 수준이다. 성장주의자 시각에서 보면 고작 2%에 불과한 농촌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모두 쓸데없는 낭비일 것이다. 그러나 농촌이 사라지다는 것은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고유의 먹을거리·자연경관·지역문화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완전히 박정희식 성장주의로 돌아섰다. 그런 대통령의 눈에 농촌이 보이겠나. 지금 시대에 오랜 성장주의 담론의 고리를 끊어내야 하는 게 정치인, 그것도 대통령의 일인데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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