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문명의 회복이 희망이다 | 윤석원 중앙대 교수, 지역재단 자문위원
- 작성일2020/03/05 10:32
- 조회 416
농업문명의 회복이 희망이다
| 윤석원 중앙대 교수, 지역재단 자문위원
온통 지구를 휘감고 있는 우리시대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이념은 한마디로 ‘잘 먹고 잘 살자’ 이다. 얼핏 보아 잘 먹고 잘 살자는데 나쁠 거야 없어 보 인다. 그런데 문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이야 죽던 말든, 지구 환경이야 어떻게 되던 잘살고 잘 먹으면 된다는 극히 이기적이고 비인간적인 이념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이를 우리는 조금 고상한 말로 경쟁력지상(至上)주의와 물신(物神)주의라 한다.
돈만 중시한 신자유주의 세계화
개인이던 기업이던 국가든 수단방법가리지 않고 일등 해야만 살아남고 일등 못하면 사
라지거나 죽으라는 비인도적 이념에 다름 아니다. 그 일등이라는 기준은 당연히 돈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돈이 많으면 경쟁력이 있는 것이요 돈이 없으면 경쟁에서 뒤지는 것이다. 돈 버는 경쟁력이 있으면 살고, 없으면 죽으라는 것이다. 모든 것이 돈으로 판정되는 세상이다.
지금은 타계하신 김준보 선생은 오래전에 이미 다음과 같이 갈파했다. ‘국제화는 결국 물신성을 강화하게 되는 방안이고 그런 방향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근래의 국제화는 상품의 국제화라기보다는 자본의 국제화가 된 것이며 자기나라 자본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한 국제화’라고 규정하고, ‘그것이 국제화의 본색’ 이라고 규정하였다. ‘국제경쟁력을 갖추자는 것은 농민의 힘을 북돋우자는 성질의 것이 아니고 자본의 힘을 강화시키자 라는 것으로서, 인간은 점점 자본에 눌려 자본의 노예가 되며, 이런 상태에의 지속은 전쟁의 원인이 되게 되어 멸망으로 가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김준보, 국가와 민족과 농업에 대해서, 농업의 재발견, 한국농업경제학회편, 1995, pp.133-134).
이러한 경쟁력지상주의와 물신주의의 천박한 자본의 논리는 사회 보편적 가치의 혼돈과 인간을 인간답지 못하게 하는 인간소외의 문제를 야기시켰고, 자본 이외의 가치 즉, 농업.농촌.생태.자연.환경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조화와 지속가능성, 인간이 누리는 행복.자긍심 등의 가치는 안중에 별로 없거나 하위의 개념으로 파악하게 되었다. 이는 결국 농업겞纂缺?본질적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농지나 토지는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한지 오래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위 1%의 부자가 전체사유지의 56.7%를 소유(국토해양부, 2009)하고 있으며 농지의 약 절반도 부재지주소유라는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돈만 된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세태다.
기아·빈곤 확산, 식품 안전성 불안
이러한 시대적 거대한 조류에 밀려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농산물시장의 무조건적 무역 자유화는 개도국이나 제3세계 국가들의 농업을 사라지게 하거나 축소시켜 만성적인 식량 부족국으로 전락하게 하여 기아와 빈곤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의 광우병 파동, 멜라민 파동, 조류인프루엔자(AI), 신종인프루엔자 등에서 보듯 농식품의 불안전성은 지구 전체의 위기로 대두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러한 현상의 근복적 요인은 인간의 물질에 대한 탐욕이 아닐까.
농산물 시장 개방과 세계화의 궁극적인 목표가 잘 먹고 잘 살자 라는 것이라면 인류 전체가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 그러나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나 사람은 대략 20%에 불과하고, 못 먹고 못 사는 나라나 사람은 약 80%에 달할 뿐만 아니라 갈수록 점점 더 많아진다는데 문제가 있다. 소위 개인간, 국가간, 기업간 격차는 점점 벌어져 양극화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수십년간 지속된 이러한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이제 인간의 근본적인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더군다나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이념에 따라 선진제국은 GMO 농식품의 생산과 에탄올 생산을 위한 곡물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그 동안의 고투입.고에너지 농법은 생태, 환경, 자연, 농업의 지속성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각종 부작용이 심각하게 현실화 되고 있다.
농업·농촌 본질적 가치 되찾아야
그러나 우리의 미래를 기대할만 하게 하는 새로운 움직임들이 싹이 트고 있으니, 그것은 작지만 강한 반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신 내지는 철학이 구체적인 형태로 이미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농업문명의 회복 움직임이다. 로칼푸드운동, 학교급식운동, 어메니티 자원의 활용, 귀농·귀촌현상, 생협운동, 슬로우 푸드. 슬로우 시티 운동, 지역공동체 운동, 공정무역, 친환경 유기 생태 농업의 확산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금은 작아 보일지 모르지만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는 꼭 가야할 길이며, 우리의 농업.농촌.농민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열쇠이며 희망일지 모른다. 돈 몇푼 더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농업문명의 회복이다. 전 인류적, 국가적 노력과 정성을 쏟아야 할 때이다.
*2009년 글
| 윤석원 중앙대 교수, 지역재단 자문위원
온통 지구를 휘감고 있는 우리시대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이념은 한마디로 ‘잘 먹고 잘 살자’ 이다. 얼핏 보아 잘 먹고 잘 살자는데 나쁠 거야 없어 보 인다. 그런데 문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이야 죽던 말든, 지구 환경이야 어떻게 되던 잘살고 잘 먹으면 된다는 극히 이기적이고 비인간적인 이념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이를 우리는 조금 고상한 말로 경쟁력지상(至上)주의와 물신(物神)주의라 한다.
돈만 중시한 신자유주의 세계화
개인이던 기업이던 국가든 수단방법가리지 않고 일등 해야만 살아남고 일등 못하면 사
라지거나 죽으라는 비인도적 이념에 다름 아니다. 그 일등이라는 기준은 당연히 돈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돈이 많으면 경쟁력이 있는 것이요 돈이 없으면 경쟁에서 뒤지는 것이다. 돈 버는 경쟁력이 있으면 살고, 없으면 죽으라는 것이다. 모든 것이 돈으로 판정되는 세상이다.
지금은 타계하신 김준보 선생은 오래전에 이미 다음과 같이 갈파했다. ‘국제화는 결국 물신성을 강화하게 되는 방안이고 그런 방향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근래의 국제화는 상품의 국제화라기보다는 자본의 국제화가 된 것이며 자기나라 자본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한 국제화’라고 규정하고, ‘그것이 국제화의 본색’ 이라고 규정하였다. ‘국제경쟁력을 갖추자는 것은 농민의 힘을 북돋우자는 성질의 것이 아니고 자본의 힘을 강화시키자 라는 것으로서, 인간은 점점 자본에 눌려 자본의 노예가 되며, 이런 상태에의 지속은 전쟁의 원인이 되게 되어 멸망으로 가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김준보, 국가와 민족과 농업에 대해서, 농업의 재발견, 한국농업경제학회편, 1995, pp.133-134).
이러한 경쟁력지상주의와 물신주의의 천박한 자본의 논리는 사회 보편적 가치의 혼돈과 인간을 인간답지 못하게 하는 인간소외의 문제를 야기시켰고, 자본 이외의 가치 즉, 농업.농촌.생태.자연.환경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조화와 지속가능성, 인간이 누리는 행복.자긍심 등의 가치는 안중에 별로 없거나 하위의 개념으로 파악하게 되었다. 이는 결국 농업겞纂缺?본질적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농지나 토지는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한지 오래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위 1%의 부자가 전체사유지의 56.7%를 소유(국토해양부, 2009)하고 있으며 농지의 약 절반도 부재지주소유라는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돈만 된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세태다.
기아·빈곤 확산, 식품 안전성 불안
이러한 시대적 거대한 조류에 밀려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농산물시장의 무조건적 무역 자유화는 개도국이나 제3세계 국가들의 농업을 사라지게 하거나 축소시켜 만성적인 식량 부족국으로 전락하게 하여 기아와 빈곤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의 광우병 파동, 멜라민 파동, 조류인프루엔자(AI), 신종인프루엔자 등에서 보듯 농식품의 불안전성은 지구 전체의 위기로 대두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러한 현상의 근복적 요인은 인간의 물질에 대한 탐욕이 아닐까.
농산물 시장 개방과 세계화의 궁극적인 목표가 잘 먹고 잘 살자 라는 것이라면 인류 전체가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 그러나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나 사람은 대략 20%에 불과하고, 못 먹고 못 사는 나라나 사람은 약 80%에 달할 뿐만 아니라 갈수록 점점 더 많아진다는데 문제가 있다. 소위 개인간, 국가간, 기업간 격차는 점점 벌어져 양극화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수십년간 지속된 이러한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이제 인간의 근본적인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더군다나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이념에 따라 선진제국은 GMO 농식품의 생산과 에탄올 생산을 위한 곡물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그 동안의 고투입.고에너지 농법은 생태, 환경, 자연, 농업의 지속성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각종 부작용이 심각하게 현실화 되고 있다.
농업·농촌 본질적 가치 되찾아야
그러나 우리의 미래를 기대할만 하게 하는 새로운 움직임들이 싹이 트고 있으니, 그것은 작지만 강한 반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신 내지는 철학이 구체적인 형태로 이미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농업문명의 회복 움직임이다. 로칼푸드운동, 학교급식운동, 어메니티 자원의 활용, 귀농·귀촌현상, 생협운동, 슬로우 푸드. 슬로우 시티 운동, 지역공동체 운동, 공정무역, 친환경 유기 생태 농업의 확산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금은 작아 보일지 모르지만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는 꼭 가야할 길이며, 우리의 농업.농촌.농민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열쇠이며 희망일지 모른다. 돈 몇푼 더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농업문명의 회복이다. 전 인류적, 국가적 노력과 정성을 쏟아야 할 때이다.
*2009년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