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신.경 분리, 더 이상 미뤄선 안된다 |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지역재단 자문위원
- 작성일2020/03/05 10:29
- 조회 402
농협 신.경 분리, 더 이상 미뤄선 안된다
|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지역재단 자문위원
중앙회 지배구조 개선을 중심으로 한 농협법 개정안이 지난 달 29일 국회를 통과했다. 중앙회장 선출 방식이 직선제에서 대의원에 의한 간선제로 변경됐고, 임기는 무제한에서 단임제로 전환됐다. 회장의 인사추천권을 없애는 대신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겠다고 한다. 중앙회장의 권한이 형식상으로는 다소 약해졌지만 실제 운영은 중앙회장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다.
농민 위한 농협개혁은 먼 얘기
가장 큰 문제는 농민을 위한 농협으로 거듭 나도록 하는 진정한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특히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문제가 또다시 미뤄지고 말았다. 1987년 민주화로 농협 임원이 선출제로 바뀐 후 1994년에 신경분리 문제가 본격 제기된 지 무려 15년이나 흘렀다. 그동안 무엇을 한 것인가. 1999년에는 사업부 독립경영 정도로 그쳤고, 그 뒤로는 소요되는 자본금 확충에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멀리 미뤄버렸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올해 10월 전면적인 농협법 개정을 예고했지만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신경분리의 긴급성은 초창기 농협이 운영되던 때와 비교해 농업을 둘러싼 환경이 완전히 바뀐 데서 찾을 수 있다. 1961에 통합농협을 만들면서 박정희 대통령 정부는 ‘농협 임원 임면에 관한 임시조치법’을 통해 농협을 완전히 지배한 대신 농민들에게 공급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농협이 일반시민 대상의 일반 은행업무와 정부기관의 금고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러니 일반인들이 농협을 농민의 협동조직이 아니라 금융기관으로 보는 것도 당연하다. 일종의 임시방편이었지만 농민들이 고리대자본에서 벗어나도록 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정부 출자 등 자본금 확보 가능
그런데 1980년대에 들어와 상황이 바뀌었다. 농민들의 입장에서는 고리가 아니더라도 돈을 빌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수입개방으로 농산물 가격이 억제된 탓에 도농간의 격차는 크게 벌어졌고 농가부채 문제가 대두됐다. 이제는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아주는 경제사업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1990년대,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는 대형유통자본이 수직적 통합으로 농민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우려하던 세계 식량위기가 현실로 닥쳐왔다.
총체적 농업위기 속에서 농업 회생과 발전의 길은 정부의 두터운 농업 지원정책과 농민의 농업기술 능력, 그리고 국내외의 경제력에 대처할 수 있는 농민의 단결력 강화에 있다. 이제는 필요 자본금 타령으로 신경분리와 농협의 환골탈태를 더 이상 미루고 있을 시간이 없다. 필요 자본금 확보 문제는 조합의 출자가 충분히 이루어질 때까지 정부가 출자해주는 방법이 있다. 그것이 불가능하면 농협중앙회 신용사업 자산 일부를 매각하면 된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신경분리가 마냥 늦춰지고 있는 것은 농협의 힘이 공룡처럼 커진데다 임직원들이 농협을 농민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운영하려 하기 때문이다. 농협은 신용사업에 안주하고 신경분리를 통해 농민에게 진정으로 봉사하는 농협으로 변화하는 것을 거부해왔다. 또한 농협 중앙회 경제사업 중 하나로 클럽과 대도시 하나로마트는 대형유통자본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으로 농민의 이익과는 관계가 없다. 농협 임직원들은 농민과 농촌을 팔아 자신의 이익만 추구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기득권 무너뜨리기 힘 합쳐야
여기에다 정부는 농협중앙회를 산하단체로 두고 활용하는 이득을 놓지 않으려 한다. 국회의원들은 농협의 자금력과 조직력을 두려워한다. 많은 농민단체들은 자신의 힘으로 조직을 운영하지 못하고 농협의 협찬을 받아 활동하는 처지에 있다. 농업관련 언론들은 농협에서 제공하는 광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기득권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농민들이 나서고 시민단체들과 힘을 합쳐 모든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묻는 등 집중적 운동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2009년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지역재단 자문위원
중앙회 지배구조 개선을 중심으로 한 농협법 개정안이 지난 달 29일 국회를 통과했다. 중앙회장 선출 방식이 직선제에서 대의원에 의한 간선제로 변경됐고, 임기는 무제한에서 단임제로 전환됐다. 회장의 인사추천권을 없애는 대신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겠다고 한다. 중앙회장의 권한이 형식상으로는 다소 약해졌지만 실제 운영은 중앙회장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다.
농민 위한 농협개혁은 먼 얘기
가장 큰 문제는 농민을 위한 농협으로 거듭 나도록 하는 진정한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특히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문제가 또다시 미뤄지고 말았다. 1987년 민주화로 농협 임원이 선출제로 바뀐 후 1994년에 신경분리 문제가 본격 제기된 지 무려 15년이나 흘렀다. 그동안 무엇을 한 것인가. 1999년에는 사업부 독립경영 정도로 그쳤고, 그 뒤로는 소요되는 자본금 확충에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멀리 미뤄버렸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올해 10월 전면적인 농협법 개정을 예고했지만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신경분리의 긴급성은 초창기 농협이 운영되던 때와 비교해 농업을 둘러싼 환경이 완전히 바뀐 데서 찾을 수 있다. 1961에 통합농협을 만들면서 박정희 대통령 정부는 ‘농협 임원 임면에 관한 임시조치법’을 통해 농협을 완전히 지배한 대신 농민들에게 공급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농협이 일반시민 대상의 일반 은행업무와 정부기관의 금고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러니 일반인들이 농협을 농민의 협동조직이 아니라 금융기관으로 보는 것도 당연하다. 일종의 임시방편이었지만 농민들이 고리대자본에서 벗어나도록 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정부 출자 등 자본금 확보 가능
그런데 1980년대에 들어와 상황이 바뀌었다. 농민들의 입장에서는 고리가 아니더라도 돈을 빌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수입개방으로 농산물 가격이 억제된 탓에 도농간의 격차는 크게 벌어졌고 농가부채 문제가 대두됐다. 이제는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아주는 경제사업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1990년대,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는 대형유통자본이 수직적 통합으로 농민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우려하던 세계 식량위기가 현실로 닥쳐왔다.
총체적 농업위기 속에서 농업 회생과 발전의 길은 정부의 두터운 농업 지원정책과 농민의 농업기술 능력, 그리고 국내외의 경제력에 대처할 수 있는 농민의 단결력 강화에 있다. 이제는 필요 자본금 타령으로 신경분리와 농협의 환골탈태를 더 이상 미루고 있을 시간이 없다. 필요 자본금 확보 문제는 조합의 출자가 충분히 이루어질 때까지 정부가 출자해주는 방법이 있다. 그것이 불가능하면 농협중앙회 신용사업 자산 일부를 매각하면 된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신경분리가 마냥 늦춰지고 있는 것은 농협의 힘이 공룡처럼 커진데다 임직원들이 농협을 농민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운영하려 하기 때문이다. 농협은 신용사업에 안주하고 신경분리를 통해 농민에게 진정으로 봉사하는 농협으로 변화하는 것을 거부해왔다. 또한 농협 중앙회 경제사업 중 하나로 클럽과 대도시 하나로마트는 대형유통자본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으로 농민의 이익과는 관계가 없다. 농협 임직원들은 농민과 농촌을 팔아 자신의 이익만 추구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기득권 무너뜨리기 힘 합쳐야
여기에다 정부는 농협중앙회를 산하단체로 두고 활용하는 이득을 놓지 않으려 한다. 국회의원들은 농협의 자금력과 조직력을 두려워한다. 많은 농민단체들은 자신의 힘으로 조직을 운영하지 못하고 농협의 협찬을 받아 활동하는 처지에 있다. 농업관련 언론들은 농협에서 제공하는 광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기득권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농민들이 나서고 시민단체들과 힘을 합쳐 모든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묻는 등 집중적 운동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2009년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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