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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신.경분리와 협동조합의 정체성 회복  | 허헌중 지역재단 기획이사 
    • 작성일2020/03/05 10:25
    • 조회 400
    신.경분리와 협동조합의 정체성 회복
    | 허헌중 지역재단 기획이사 


    지난 3월 31일 농수산식품부 장관 자문기구인 농협개혁위원회에서 농협중앙회 신용사업.경제사업분리안을 건의했다. 정부와의 사전조율을 감안한다면, 이른바 ‘멕킨지 보고서’로 불리는 중앙회의 용역보고서 <농협의 지속 성장을 위한 경영전략>과 함께, 사실상 정부 측과 농협중앙회 측의 안들이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중앙회 측 보고서 안은, 2010년 금융지주회사를 분리 설립하여 중앙회 자본금 대부분인 12조 2천억 원을 금융사업에 투자하고, 반면 농민을 위한 경제사업에는 2조 6천억 원의 자본금만 배분함으로써 농협의 정체성과 경제사업 자립성을 포기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를 두고 중앙회 임직원의 기득권만을 염두에 둔, 중앙회 경영부실대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개혁위원회 안은, 금융지주회사 중심의 중앙회 측 신.경분리안과 달리, 중앙회를 경제사업연합회와 신용사업연합회로 분리함과 동시에 그 아래 각각 경제지주회사와 금융지주회사를 둔다는 것이다. 두 안은 기본적으로 ‘지주회사’ 방식의 주식회사 기업형 모델을 취하고 있다. 특히 중앙회 보고서의 구상은 중앙회가 여전히 경제・금융 지주회사를 거느리며 비사업적.사업적 기능을 총괄하는 안이다. 금융지주회사 중심의 이러한 신.경분리(은행금융업 분리)안은, 전세계적 금융・경제 위기 속에서 경영부실로 존립의 위기에 처하자 회원조합과 경제사업을 내팽개치고 은행금융부문의 독자생존만 꾀하는,‘중앙회 금융기득권의 지속성장을 위한 경영정상화 대책’일 뿐이다. 
     
    중앙회 개혁은‘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 회복’에서 출발해야 한다. 조합원.회원조합에 기반을 두는 정체성의 회복과 강화야말로 내외 자본에 대항하여 농업・농민을 살릴 수 있는 협동조합 경쟁력의 원천이다. 주식회사 전환을 통해 부실로 위기에 처한 은행금융부문의 독자생존 밑천으로 조합원의 자산을 사용하려는 임직원들은 중앙회를 조합원에 돌려주고 협동조합 진영을 떠나야 한다.  

    농민이 원하는 중앙회 개혁은 어떤 개혁인가. 중앙회는‘회원의 공동 이익의 증진과 그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농협법 제113조)으로 한다. 중앙회 개혁은 그 존재 목적에 충실한 개혁이어야 한다. 신.경분리 취지는, 중앙회 사업의 건전화를 위해서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으로는 중앙회를 본래 목적대로 회원조합의 공동이익과 발전에 복무하는 진정한 연합조직으로 거듭나게 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거듭난 중앙회가 하루빨리 지역조합을 농민조합원을 위한 지역농업 조직화의 주체로 개혁하고, 농정개혁과 농민권익의 진정한 대변체로서 역할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농업과 농민을 앞세워 도시민을 상대로 ‘돈 장사’를 하면서 회원조합의 공동이익 증진을 위한 사업보다 자체 사업에 치중, 회원조합을 고사시키는 것은 ‘협동조합 연합조직’이 아니다. 중앙회는 날로 커지지만, 회원조합과 농민조합원은 날로 쇠퇴하는 왜곡된 현실을 바로 잡는 길은, 중앙회의 구조와 사업을 회원조합과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에 기초해 개혁하는 것, 그 지배구조와 사업체제의 개혁을 통해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정체성 회복・강화 방안은 현행 중앙회를 조속히 비사업적 기능을 담당하는 본래의 중앙회와 사업적 기능을 담당하는 신용사업연합회 및 경제사업연합회로 분리하되, 3개 사업체제를 협동조합의 큰 틀 내에 두어 농민조합원의 지배구조를 유지 강화하는 것이다. 신.경분리의 궁극 목적은, 은행금융업 중심의 중앙회 경영정상화(중앙회 중심주의)에 있지 않다. 경제사업 중심의 사업체제 개혁(조합원.회원조합 중심주의)을 통해 농업・농민을 살리기 위한 농협운동의 활성화와 ‘협동조합의 경쟁력 강화’에 있다.  

    * 위 글은 2009년 소식지 8호에 실린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