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까지 끌어들이는 막장 농정 | 박진도 충남대 교수, 지역재단 상임이사
- 작성일2020/03/05 10:18
- 조회 383
외국자본까지 끌어들이는 막장 농정
| 박진도 충남대 교수, 지역재단 상임이사
“세계와 경쟁하는 강한 농식품 산업”, “자생력 있는 미래 첨단 산업.” 1월29일 농림수산식품부가 제시한 이명박(MB) 정부의 농업 비전이다. 이 얼마나 황홀한 미래인가. 그런데 회의 자료를 접한 필자가 황홀경에 빠진 것도 잠시, 갑자기 손담비의 ‘미쳤어’가 떠올랐다. 이 사람들이 제정신인가. 가능하기나 한 일이며, 도대체 누구의 무엇을 위한 경쟁력 강화인가?
농식품부가 제출한 ‘농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의 요지는 이렇다. 세계 2위의 농산물 수출대국 네덜란드를 벤치마킹하여 우리나라 농업을 세계와 경쟁하는 강한 산업으로 키우자. 이를 위해 2012년까지 20만의 기업적 주업농과 1만 개의 법인형 경영체를 육성하고, 진입규제를 완화해서 농업분야에 대기업과 외국자본을 유치하고, 고품질 기술 및 수출농업을 육성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농업 비전은 실현 가능하지 않다. 제목은 바뀌었지만, 노랫말이나 곡조는 구태의연하다. 기업적 주업농 20만호 육성은 1994년 문민정부의 15만호 전업농, 그리고 참여정부의 20만호 정예 농업인력 정책에 ‘기업적’이라는 당의정을 입혔을 뿐이다. 지난 정부가 실패하였듯이 이번 정부도 2012년까지 절대 못한다. 수출농업과 네덜란드 본받기도 새로운 것 없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당시 국책연구원장이 직접 헬기를 타고 네덜란드와 덴마크 농업을 보여주면서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한 <한국방송> 특집 프로가 생각난다. 그 원장은 그 뒤 농림부 장관이 되었지만, 우리 농업의 형편은 더 어려워졌다. 참여정부 때는 네덜란드의 수출농업 전문 컨설턴트를 장관 자문관으로까지 위촉하였다. 시장 친화적이란 말도 식상하다.
엠비 농정 비전의 치명적인 결함은 농민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기업과 자본만이 강조되고 있는 점이다. 농민도 기업농이 되어야 하고, 농민들에게는 미래 첨단산업을 맡길 수 없기 때문에 농업분야 진입규제를 완화해서 대기업과 외국자본을 적극 유치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대기업과 외국자본이 우리 농업의 구세주가 되어 줄 것인가. 진입규제를 완화한다고 수지 안 맞는 농업에 대기업과 외국자본이 대거 들어올 리도 만무하지만, 백번 양보해서 대기업과 외국인 자본의 유치로 농업의 파이가 얼마라도 커진다고 하자. 그것이 국민경제와 농업·농촌의 발전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대형 유통 및 식품업체의 농업참여로 산지가 자본에 예속되고, 재래시장이 무너지고 순창 고추장과 고창 복분자 등 지역의 토착기업들이 붕괴하고 있듯이, 자본의 농업분야 진출은 농산물의 수출 증대에 기여하기보다는 국내시장을 놓고 농민조직들과 경합할 것이다. 자본의 농업 진출은 농민으로서는 내우외환이요, 우리 농업과 농민을 막장으로 몰아가는 정책이다. 오로지 이윤만을 추구하는 대기업과 외국자본에 우리의 생명(먹을거리)을 맡길 수 없다.
농업의 가장 중요한 구실은 국민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고, 농업의 경쟁력 강화도 이를 위한 것이다. 수출농업과 대자본이 아니라 국내농업과 농민이 우리의 미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농업 경쟁력 강화 방안만 강화된다. 더 센 것을 내놓기 전에 지난 정책은 왜 실패했는지부터 먼저 반성해야 한다. 농업 경쟁력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지역농업의 조직화에 기초한 지역 먹을거리 체계의 구축과 지역 순환형 농업 확립, 생산자 조직과 소비자 조직의 연대, 농협개혁이야말로 올바른 농업 경쟁력 방안이다. 농정의 근본은 농민의, 농민에 의한, 농민을 위한 농정이다.
*2009년 글
출 처 : 한겨레신문
| 박진도 충남대 교수, 지역재단 상임이사
“세계와 경쟁하는 강한 농식품 산업”, “자생력 있는 미래 첨단 산업.” 1월29일 농림수산식품부가 제시한 이명박(MB) 정부의 농업 비전이다. 이 얼마나 황홀한 미래인가. 그런데 회의 자료를 접한 필자가 황홀경에 빠진 것도 잠시, 갑자기 손담비의 ‘미쳤어’가 떠올랐다. 이 사람들이 제정신인가. 가능하기나 한 일이며, 도대체 누구의 무엇을 위한 경쟁력 강화인가?
농식품부가 제출한 ‘농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의 요지는 이렇다. 세계 2위의 농산물 수출대국 네덜란드를 벤치마킹하여 우리나라 농업을 세계와 경쟁하는 강한 산업으로 키우자. 이를 위해 2012년까지 20만의 기업적 주업농과 1만 개의 법인형 경영체를 육성하고, 진입규제를 완화해서 농업분야에 대기업과 외국자본을 유치하고, 고품질 기술 및 수출농업을 육성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농업 비전은 실현 가능하지 않다. 제목은 바뀌었지만, 노랫말이나 곡조는 구태의연하다. 기업적 주업농 20만호 육성은 1994년 문민정부의 15만호 전업농, 그리고 참여정부의 20만호 정예 농업인력 정책에 ‘기업적’이라는 당의정을 입혔을 뿐이다. 지난 정부가 실패하였듯이 이번 정부도 2012년까지 절대 못한다. 수출농업과 네덜란드 본받기도 새로운 것 없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당시 국책연구원장이 직접 헬기를 타고 네덜란드와 덴마크 농업을 보여주면서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한 <한국방송> 특집 프로가 생각난다. 그 원장은 그 뒤 농림부 장관이 되었지만, 우리 농업의 형편은 더 어려워졌다. 참여정부 때는 네덜란드의 수출농업 전문 컨설턴트를 장관 자문관으로까지 위촉하였다. 시장 친화적이란 말도 식상하다.
엠비 농정 비전의 치명적인 결함은 농민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기업과 자본만이 강조되고 있는 점이다. 농민도 기업농이 되어야 하고, 농민들에게는 미래 첨단산업을 맡길 수 없기 때문에 농업분야 진입규제를 완화해서 대기업과 외국자본을 적극 유치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대기업과 외국자본이 우리 농업의 구세주가 되어 줄 것인가. 진입규제를 완화한다고 수지 안 맞는 농업에 대기업과 외국자본이 대거 들어올 리도 만무하지만, 백번 양보해서 대기업과 외국인 자본의 유치로 농업의 파이가 얼마라도 커진다고 하자. 그것이 국민경제와 농업·농촌의 발전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대형 유통 및 식품업체의 농업참여로 산지가 자본에 예속되고, 재래시장이 무너지고 순창 고추장과 고창 복분자 등 지역의 토착기업들이 붕괴하고 있듯이, 자본의 농업분야 진출은 농산물의 수출 증대에 기여하기보다는 국내시장을 놓고 농민조직들과 경합할 것이다. 자본의 농업 진출은 농민으로서는 내우외환이요, 우리 농업과 농민을 막장으로 몰아가는 정책이다. 오로지 이윤만을 추구하는 대기업과 외국자본에 우리의 생명(먹을거리)을 맡길 수 없다.
농업의 가장 중요한 구실은 국민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고, 농업의 경쟁력 강화도 이를 위한 것이다. 수출농업과 대자본이 아니라 국내농업과 농민이 우리의 미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농업 경쟁력 강화 방안만 강화된다. 더 센 것을 내놓기 전에 지난 정책은 왜 실패했는지부터 먼저 반성해야 한다. 농업 경쟁력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지역농업의 조직화에 기초한 지역 먹을거리 체계의 구축과 지역 순환형 농업 확립, 생산자 조직과 소비자 조직의 연대, 농협개혁이야말로 올바른 농업 경쟁력 방안이다. 농정의 근본은 농민의, 농민에 의한, 농민을 위한 농정이다.
*2009년 글
출 처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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