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살림≒농업 살림≒환경 살림 | 이태근 지역재단 자문위원, 흙살림연구소 소장
- 작성일2020/03/04 15:36
- 조회 485
흙 살림≒농업 살림≒환경 살림
| 이태근지역재단 자문위원, 흙살림연구소 소장
흙은 무엇인가?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바로 이 흙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흙 속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가 살아 꿈틀대고 있다. 흙 속에는 우리가 짐작할 수도 없는 엄청난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다. 흙만큼 진실되게 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없다.
흙은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만의 것이 아니다. 대대손손 이어져야 하는 인류의 터전이다. 그런데 우린 너무도 평범한 이 진리를 얼마나 깊이 기억하며 살고 있는가. 미래를 위한 땅이기에 더욱 더 가꾸고 보살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흙을 망가뜨리고 투기의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더 대접받는 현실이다.
지금 우리 농업은 대단한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란 위협과 기회가 동시에 상존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농촌 현실에서 그것은 빈말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농촌과 농업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다. 환갑이 지난 칠순의 노부모들이 언제까지 흙을 가꾸고 지킬 수 있겠는가. 흙은 살아있는 생명체이기에 더 어렵다.
어디의 흙이든 흙은 그 성질과 맛이 서로 다르다. 각 나라의 흙은 그 나라 사람에게 맞는 풍토와 성질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먹을거리를 외국에 의존함으로써 알게 모르게 우리가 외국사람처럼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옛것을 다 버려야 할 대상으로 보고 외국에서 들어오는 새로운 것은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상한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내 것을 멀리하고 남의 것을 귀하게 여기는 희한한 습성이 있다.
우리의 흙과 땅을 지키기 위해 각자 선 자리에서 ‘우리’를 살펴보아야 한다. 한국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우리의 진정한 자산은 흙과 물과 공기이다. 흙 1cm를 만들기 위해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린다. 농산물은 공산품처럼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흙과 물과 태양의 조화 속에서 우리의 먹을거리가 만들어진다.
요사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한미 FTA가 체결되면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의 93%가 혜택을 본다고 떠들고 있다. 7%의 농민들은 이제 없어져도 된단다.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논과 밭이 사라져도 어느 누구도 관심이 없다. 갯벌도 소중하고, 도롱뇽도 소중하고, 두꺼비도 소중하다. 그러나 만물의 근원이 되는 흙을 살리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우리밀과 보리가 겨울 들녘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겨울철에 푸른 들녘을 가꾸기 위해 수입 풀씨를 뿌릴 것이 아니라 밀과 보리를 가꾸자. 그러려면 소비자들이 생산비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흙은 생명이다”라는 말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흙을 살리는 일이 농업을 살리는 일이고, 농업을 살리는 일이 환경을 살리는 길이다. 다시 한번 흙의 소중함을 알고, 도시에서부터 흙살림 운동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 이 글은 참여사회 2006년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이태근지역재단 자문위원, 흙살림연구소 소장
흙은 무엇인가?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바로 이 흙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흙 속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가 살아 꿈틀대고 있다. 흙 속에는 우리가 짐작할 수도 없는 엄청난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다. 흙만큼 진실되게 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없다.
흙은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만의 것이 아니다. 대대손손 이어져야 하는 인류의 터전이다. 그런데 우린 너무도 평범한 이 진리를 얼마나 깊이 기억하며 살고 있는가. 미래를 위한 땅이기에 더욱 더 가꾸고 보살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흙을 망가뜨리고 투기의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더 대접받는 현실이다.
지금 우리 농업은 대단한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란 위협과 기회가 동시에 상존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농촌 현실에서 그것은 빈말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농촌과 농업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다. 환갑이 지난 칠순의 노부모들이 언제까지 흙을 가꾸고 지킬 수 있겠는가. 흙은 살아있는 생명체이기에 더 어렵다.
어디의 흙이든 흙은 그 성질과 맛이 서로 다르다. 각 나라의 흙은 그 나라 사람에게 맞는 풍토와 성질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먹을거리를 외국에 의존함으로써 알게 모르게 우리가 외국사람처럼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옛것을 다 버려야 할 대상으로 보고 외국에서 들어오는 새로운 것은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상한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내 것을 멀리하고 남의 것을 귀하게 여기는 희한한 습성이 있다.
우리의 흙과 땅을 지키기 위해 각자 선 자리에서 ‘우리’를 살펴보아야 한다. 한국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우리의 진정한 자산은 흙과 물과 공기이다. 흙 1cm를 만들기 위해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린다. 농산물은 공산품처럼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흙과 물과 태양의 조화 속에서 우리의 먹을거리가 만들어진다.
요사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한미 FTA가 체결되면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의 93%가 혜택을 본다고 떠들고 있다. 7%의 농민들은 이제 없어져도 된단다.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논과 밭이 사라져도 어느 누구도 관심이 없다. 갯벌도 소중하고, 도롱뇽도 소중하고, 두꺼비도 소중하다. 그러나 만물의 근원이 되는 흙을 살리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우리밀과 보리가 겨울 들녘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겨울철에 푸른 들녘을 가꾸기 위해 수입 풀씨를 뿌릴 것이 아니라 밀과 보리를 가꾸자. 그러려면 소비자들이 생산비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흙은 생명이다”라는 말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흙을 살리는 일이 농업을 살리는 일이고, 농업을 살리는 일이 환경을 살리는 길이다. 다시 한번 흙의 소중함을 알고, 도시에서부터 흙살림 운동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 이 글은 참여사회 2006년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