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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농협 지배구조 개혁돼야 | 박진도 지역재단 상임이사, 충남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 작성일2020/03/05 09:57
    • 조회 412
    [시론] 농협 지배구조 개혁돼야 
    회장은 ‘비상임 명예직‘으로 신용·경제사업에선 손떼야 
    | 박진도 지역재단 상임이사, 충남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풍년기근‘이란 말이 있다. 쌀 생산량은 지난해에 비해 10% 늘었고, 탐스러운 과일과 신선한 채소, 살 오른 가축들이 넘쳐난다. 그런데 들려오는 것은 풍년가가 아니고 농민의 한숨소리뿐이다. 
    올해 농업총소득은 지난해보다 10.3% 감소하고, 향후 5년간은 연평균 6.5~8.2%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정책, 농업정책의 잘못이 가장 커다란 원인이지만, 농협이라도 제 구실을 한다면 농민 시름의 절반은 덜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농협중앙회장이 또다시 대형비리에 연루되는 사건이 발생, 농민들의 아픈 가슴에 대못질을 했다. 1988년 이후 역대 민선 농협중앙회장이 모두 줄줄이 비리에 연루되어 사법처리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농협중앙회의 사업 및 지배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농협중앙회는 지도·교육·감독·농정활동 등 비사업적 기능 이외에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동시에 하는 세계에 유례없는 구조로 되어 있고, 농협중앙회장은 실질적으로 이 모든 일에 절대 권한을 갖고 있다. 
    다른 나라의 농협중앙회는 사업을 하지 않고, 각각 별도 법인인 회원조합, 그리고 경제사업연합회 및 신용사업연합회를 지도·교육·감독하는 일을 고유한 기능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이러한 지도감독을 해야 할 중앙회가 직접 사업을 하고, 회장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으니 대형비리 사건이 터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농협중앙회장의 비리가 터질 때마다 회장의 권한을 축소하자는 논의가 있어 왔다. 가장 최근에는 2005년 농협법을 개정하면서 중앙회장을 상임에서 비상임으로 바꾸고 대표이사의 권한을 강화했다. 그렇지만 회장의 권한은 축소되지 않았다.
    현행법상 중앙회장은 총회 및 이사회 의장 권한뿐 아니라 대표이사 추천 및 임명권, 대표이사 간 업무조정권, 준법감시인 추천권, 감사위원후보 추천권, 직원 임면권, 도지회장 등 일부 간부 직원 임명권, 자회사 임원 임명권 등 막강한 권한(인사권과 경영권)을 갖고 있다.

    반면 회장을 실질적으로 견제·감시할 기구가 없다. 농협경영을 감독하고 회장을 견제해야 할 이사회와 감사위원회는 실질적으로 회장의 지배하에 있다. 더욱이 중앙회장은 수억~수십억원의 무이자 저리 자금 지원을 통해 회원 조합들을 통제하기 때문에 그 정치적 영향력 또한 막강하다.
    그동안 농협중앙회의 개혁이 번번이 실패했던 것은 농협중앙회와 농림부·국회·청와대의 유착관계 때문이다. 
    MB 정부 들어서는 아예 ‘농협개혁‘이란 말이 실종되었다. 최근 농림수산식품부는 하나 마나 한 지엽말단적인 농협법 일부 개정안을 마련하였는데, 그나마 국회 논의 과정에서 크게 후퇴하고 있다. 즉 농식품부의 당초 안에는 대표이사 등 주요 임원은 농협중앙회장이 아니라 인사추천위원회가 추천하도록 했지만, 농협중앙회의 반발로 폐기된 것이다.
    때마침 세종증권과 휴켐스 매매 과정에서 정대근 전 중앙회장의 비리가 드러나자 당황한 농식품부는 그것은 정대근 회장 개인 비리이지 농협중앙회 지배구조의 문제는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참으로 무책임한 태도이다. 
    차제에 농협중앙회가 거듭나기 위한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우선 농협중앙회장을 비상임 명예직화하고 이사회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개혁은 현행 농협중앙회를 비사업적 기능을 담당하는 본래의 중앙회와 신용사업연합회 및 경제사업연합회로 분리하되, 그것들을 협동조합의 큰 틀 내에 두는 것이다.

    MB 정부는 농민을 위해 아무것도 안 해도 좋다. 농협 개혁만 제대로 해라. 그것만으로도 역사에 남는 훌륭한 정부가 될 것이다.
    *2008년 12월 글입니다.
    출 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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