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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쌀 관세화 문제, 적극 논의할 때다| 정영일 지역재단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 작성일2020/03/05 09:52
    • 조회 389
    쌀 관세화 문제, 적극 논의할 때다
    | 정영일 지역재단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우리나라가 2004년 쌀 협상을 통해 2005년부터 10년 동안 관세화 유예기간을 연장한 지 올해로 4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관세화 유예조치의 대가로 의무수입물량(MMA)을 2005년의 22만6,000t에서 2014년의 40만8,000t으로 단계적으로 늘려주고, 밥쌀용 시판물량의 비율을 2004년의 10%에서 2010년 이후 30%까지로 확대하는 대신 유예기간 중 여건변화에 따라 관세화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권을 지니며, 그 경우 의무수입물량의 추가증량은 않는다는 것이 쌀 협상의 주요 내용이다.

    의무수입물량과 밥쌀 수입의 지속적 확대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관세화 유예를 선택했던 것은 당시 1t당 500달러 수준에 머물렀던 중단립종 국제 쌀값과 답보상태에 빠져 있던 도하개발아젠다. (DDA) 협상의 불투명한 향방 아래서 관세화를 선택하는 경우 쌀 산업이 겪게 될지도 모를 충격을 회피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국제 쌀값 급등과 7월의 DDA 협상 결렬 등 대외여건의 급격한 변화를 맞아 현행대로 2014년까지 관세화유예를 지속하는 것이 유리할지 아니면 조기에 관세화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할지를 놓고 우리는 또 한차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2007~2008년에 1t당 700달러 수준이던 미국 캘리포니아산 중단립종 쌀값이 바이오 에너지 수요 증가와 일부 수출국의 수출규제로 올 8월에는 1,060달러에 달함으로써 국내 쌀값의 두배 수준을 조금 밑돌고 있다. UR협정의 관세상당치(TE)를 감안할 때 관세화 방식으로 전면 개방하더라도 MMA 이외의 추가수입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또한 전문국제기관들도 중단립종 쌀 국제 가격이 2011~2012년까지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근년의 가격급등 이전 수준으로 대폭 하락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DDA 협상이 재개되는 경우 한국 쌀에 대한 특별취급이 가능할 특별품목 및 민감품목 규정을 담은 잠정합의안이 협상의 토대가 될 것이며, 주요국의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빨라야 협상타결은 2010년, 협상 결과 이행은 2012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 전개를 근거로 할 때 현행 관세화 유예조치를 그대로 지속하는 경우 2004년 쌀 협상 당시 우려했던 불확실성에 대한 보험 효과는 거의 없어지고, 의무수입물량의 부담만이 남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빚을 공산이 크다. 국내적으로도 최근 쌀전업농중앙연합회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회원의 38%가 ‘지금 당장이라도 전면 개방하여 관세화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할 만큼 생산자들의 상황인식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쌀 산업의 발전과 국익의 차원에서 쌀 관세화 문제에 관해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이와 관련해 특히 유의해야 할 두가지 측면에 대해 지적해두고자 한다. 그 하나는 쌀 관세화 논의 및 정책 결정에 관해 충분한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를 포함한 각계각층의 참여를 통한 투명하고 열린 토론의 장을 거침으로써 쇠고기 파동의 뼈아픈 경험을 반복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정책실패에 기인한 쇠고기 파동 때문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어리석음을 저지름으로써 국익을 손상하고 우리 쌀 산업 발전 노력을 게을리하는 직무유기를 범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2008년 글 입니다.
    출 처 :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