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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해외농업생산기지 개발시 고려할 점 | 정영일 서울대 명예교수 지역재단 이사장 
    • 작성일2020/03/04 18:57
    • 조회 453
    해외농업생산기지 개발시 고려할 점
    |정영일 서울대 명예교수 지역재단 이사장 


    실패원인 찾아 과오 되풀이말아야.. 국내 농업생산력 확충이 핵심과제 

    국제곡물가격 폭등에 대한 정부의 장기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해외농업생산기지 개발정책의 큰 틀이 8월 중에 완성된다고 한다. 
    기본방향은 민간기업의 해외농업자원 개발을 지원함으로써 수입곡물의 안정적 확보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정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관련해 종래 우리나라의 경험, 유사한 여건인 일본의 사례, 그리고 생산물의 국내반입에 관련된 문제들을 검토해봄으로써 해외농업자원 개발정책이 의도한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할 수 있도록 몇가지 고려사항을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우리나라가 1960년대 말부터 전개해온 농산물의 해외개발사업이 정부주도형이건 민간주도형이건 대부분 실패로 끝난 원인을 깊이 성찰하고 유사한 과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일부 대기업이 미국·호주 등을 대상으로 한 해외농장 경영도 영농 수익성의 부진, 해외부동산투기 시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등에 따라 사업 자체가 정리되고 말았다. 1990년대 이후 러시아 연해주와 중국 등에 진출한 민간 사례 가운데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직접투자를 통한 농장경영보다는 계약재배 등을 통한 콩·약용식물 등 가공원료 조달사업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일본 또한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에 걸쳐 활발하게 추진됐던 종합상사 주도의 동남아지역 사료곡물 개발사업은 투자 수익성 부진, 현지 노동생산성 저조, 재배기술적 어려움 등으로 실패로 끝났다. 일본은 1970년대 후반 이래 미국·브라질의 유통시장 참여로 방향을 전환함으로써 사료곡물의 안정적 확보에 커다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일본의 젠노(全農·일본농협의 경제사업전국연합회)와 몇몇 종합상사는 미국 내 산지와 수출항의 곡물엘리베이터를 상당수 보유·운영함으로써 집하와 수출 양면에서 곡물메이저들과 대등한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해외농장 개발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농업분야의 해외 직접투자가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원으로서의 역할에 분명한 한계를 지닌다는 점이다. 우선 민간기업의 수익성 추구 동기와 식량공급의 안정적 확보라는 정책목표가 반드시 일치한다는 보장이 없을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국내농업 생산과 경합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는 측면까지 고려돼야 한다. 
    또 해외 직접투자로 생산된 농산물도 국내반입에 있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적용을 받아 특혜 부여나 국영무역방식의 수입이 금지되는 등 여러 가지 규제를 받게 돼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투자 대상국의 사정에 따라 수출규제가 이뤄질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국내 곡물공급 능력이 매우 취약한 우리나라의 경우 농업분야의 해외진출을 국제협력, 특히 식량공급원으로서의 잠재력을 지닌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술 및 자본협력의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은 우리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개도국에 대한 농업협력의 관점에서나 간접적인 효과로서 식량공급원의 외연확대에도 기여하는 등 긍정적 측면을 지니는 점도 충분히 평가돼야 할 것이다. 요컨대 식량안보 전략으로써 해외농장 개발을 서둘러 추진하는 것은 결코 비상시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정책의 핵심 과제는 어디까지나 국내 농업생산력의 확충에 있다는 사실이 올바로 인식돼야 할 것이다.
    *2008년 글 입니다.
    [출 처 :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