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지 보전은 국가의 제1책무다ㅣ이효희 경기지속가능농정연구소 소장,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4/09/01 11:18
- 조회 54
보통 제초제, 살충제, 살균제와 같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농지에는 일반농지보다 무려 34%나 많은 생물종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해 충남 홍성군에서 일반농지와 유기농지의 생물 개체수를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유기농지에는 일반농지에서는 보이지 않는 양서류가 14마리 있었고, 잠자리목의 경우에는 일반농지에서 2마리가 발견된 것과 비교해 유기농지에는 무려 42마리가 살았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생물들의 터전이자 일반농지보다 23%가량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 친환경 농지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2016년 전국의 친환경인증 농지는 8만ha 미만으로 감소했고, 2023년에는 7년 만에 급기야 7만ha 아래로 떨어졌다. 동일기간 동안 우리나라 농지가 164만ha에서 151만ha로 8% 감소하는 데 그쳤으나, 친환경 농지는 13%나 감소했다. 일반농지보다 더 빠르게 친환경 농지가 줄고 있는 것이다.
농지는 재산증식을 위한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농업 생산과정이 구현되는 구체적인 장소이자, 노동의 대상이다. 그러나 친환경 실천 농민에게 농지는 이웃 농민과 갈등을 유발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제초제로 깨끗하게 풀을 제거하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뽑아 주거나 적당히 풀과 함께 작물을 키우는 친환경 농민들은 풀씨를 옮긴다는 불평을 듣거나 제대로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게다가 친환경 실천 농민들은 농지 규모를 확대하기도 쉽지가 않다. 친환경 농산물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판로가 확보되지 않으면 애초에 농지를 확장해 소득을 증가시키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수 없다. 기계화율이 98%에 이르는 논농사와 달리 밭농사는 제초와 방제를 직접 손으로 하는 친환경 농업에서 일정 규모 이상으로 확대하기 어렵다. 심지어 코로나19 이후 농촌에서 노동력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인건비가 상승해 친환경 농사 규모를 축소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농민들도 많다.
친환경 농업에서는 토양의 질이 중요하고 토양개량과 복원을 통한 비옥도 유지가 필수적이다. 지력이 회복될 때까지 이른바 ‘땅 살리기’를 위한 투자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임차농은 자작농에 비해 장기간 같은 농지에서 농사짓기 어렵다. 비옥하게 만든 농지를 갑자기 환수당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2023년 현재 농지의 절반이 임차농지이고 대략 60%의 농민이 임차농이다. 친환경 농업에서 농지문제는 일종의 진입장벽이 되기도 한다. 친환경 농사를 지으려고 농지를 구하는 농민 중에는 친환경 인증받은 농지를 임차하게 되는 행운을 가진 경우는 별로 없고, 일반농사보다 더 농지를 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임대차 계약의 불완전성과 계약 이행의 불확실 이외에 친환경 임차농은 지주의 친환경 직불금 부정수령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친환경인증을 취소하는 상황도 직면하고 있다(본지 2024년 8월 11일자 보도).
‘토마토 뿔나방’과 같은 신종 외래종 병해충 피해를 포함해 기후재난에 맞서서 묵묵히 땅을 일구고 있는 친환경 실천 농민들의 어려움을 정부가 더 이상 외면하면 안 된다. 더구나 경영체 등록이나 임대차 계약도 못 하면서 농사를 영위하고 있는 대다수 친환경 임차농의 현실을 살펴봐야 한다. 친환경의 가치를 실현하는 임차농이 정당하게 친환경직불금을 받고 친환경농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차원에서 친환경 농지 관리·보존을 위한 특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친환경 경작지 보호를 위해서 친환경 특구인 경기도 양평군에서는 지자체가 친환경농지 주변의 논두렁을 제초해주는 인건비를 지원한다. 경기도 역시 올해부터 전국 최초로 재해를 입은 친환경 농지의 복구비를 40% 추가해서 지원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친환경 농지의 보전은 기후변화 완화 수단으로써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전 지구적 과제다. 윤석열정부는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 친환경 농지를 보전하고 확대해야 할 책무를 소홀히 다루고 있다. 스마트 농업, 푸드테크 산업 발전을 통해서 토양의 탄소격리 능력을 강화하고 생물종다양성을 지켜낼 수 없다. 지금이라도 국가는 친환경 농지 확대와 보전을 위한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탄소흡수원으로써 친환경 농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https://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64835)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생물들의 터전이자 일반농지보다 23%가량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 친환경 농지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2016년 전국의 친환경인증 농지는 8만ha 미만으로 감소했고, 2023년에는 7년 만에 급기야 7만ha 아래로 떨어졌다. 동일기간 동안 우리나라 농지가 164만ha에서 151만ha로 8% 감소하는 데 그쳤으나, 친환경 농지는 13%나 감소했다. 일반농지보다 더 빠르게 친환경 농지가 줄고 있는 것이다.
농지는 재산증식을 위한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농업 생산과정이 구현되는 구체적인 장소이자, 노동의 대상이다. 그러나 친환경 실천 농민에게 농지는 이웃 농민과 갈등을 유발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제초제로 깨끗하게 풀을 제거하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뽑아 주거나 적당히 풀과 함께 작물을 키우는 친환경 농민들은 풀씨를 옮긴다는 불평을 듣거나 제대로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게다가 친환경 실천 농민들은 농지 규모를 확대하기도 쉽지가 않다. 친환경 농산물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판로가 확보되지 않으면 애초에 농지를 확장해 소득을 증가시키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수 없다. 기계화율이 98%에 이르는 논농사와 달리 밭농사는 제초와 방제를 직접 손으로 하는 친환경 농업에서 일정 규모 이상으로 확대하기 어렵다. 심지어 코로나19 이후 농촌에서 노동력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인건비가 상승해 친환경 농사 규모를 축소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농민들도 많다.
친환경 농업에서는 토양의 질이 중요하고 토양개량과 복원을 통한 비옥도 유지가 필수적이다. 지력이 회복될 때까지 이른바 ‘땅 살리기’를 위한 투자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임차농은 자작농에 비해 장기간 같은 농지에서 농사짓기 어렵다. 비옥하게 만든 농지를 갑자기 환수당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2023년 현재 농지의 절반이 임차농지이고 대략 60%의 농민이 임차농이다. 친환경 농업에서 농지문제는 일종의 진입장벽이 되기도 한다. 친환경 농사를 지으려고 농지를 구하는 농민 중에는 친환경 인증받은 농지를 임차하게 되는 행운을 가진 경우는 별로 없고, 일반농사보다 더 농지를 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임대차 계약의 불완전성과 계약 이행의 불확실 이외에 친환경 임차농은 지주의 친환경 직불금 부정수령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친환경인증을 취소하는 상황도 직면하고 있다(본지 2024년 8월 11일자 보도).
‘토마토 뿔나방’과 같은 신종 외래종 병해충 피해를 포함해 기후재난에 맞서서 묵묵히 땅을 일구고 있는 친환경 실천 농민들의 어려움을 정부가 더 이상 외면하면 안 된다. 더구나 경영체 등록이나 임대차 계약도 못 하면서 농사를 영위하고 있는 대다수 친환경 임차농의 현실을 살펴봐야 한다. 친환경의 가치를 실현하는 임차농이 정당하게 친환경직불금을 받고 친환경농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차원에서 친환경 농지 관리·보존을 위한 특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친환경 경작지 보호를 위해서 친환경 특구인 경기도 양평군에서는 지자체가 친환경농지 주변의 논두렁을 제초해주는 인건비를 지원한다. 경기도 역시 올해부터 전국 최초로 재해를 입은 친환경 농지의 복구비를 40% 추가해서 지원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친환경 농지의 보전은 기후변화 완화 수단으로써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전 지구적 과제다. 윤석열정부는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 친환경 농지를 보전하고 확대해야 할 책무를 소홀히 다루고 있다. 스마트 농업, 푸드테크 산업 발전을 통해서 토양의 탄소격리 능력을 강화하고 생물종다양성을 지켜낼 수 없다. 지금이라도 국가는 친환경 농지 확대와 보전을 위한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탄소흡수원으로써 친환경 농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https://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6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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