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공간재구조화법 시행 5개월, ‘거버넌스’는 아무나 하나 l 서정민 지역순환경제센터장,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4/08/30 11:15
- 조회 57
지자체 행정·용역사 주도 방식 벗어나
주민협의체와 함께 기획, 주도성 보장
다양한 주민 참여토록 개방적 운영을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 지원에 관한 법률」이 2024년 3월 29일부터 시행되어 5개월이 경과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법 시행에 맞춰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법 시행에 맞춰 지자체들은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 기본계획과 시행계획 수립을 위한 예산 마련과 용역사 선정, 농촌공간 지원기관 설치 및 운영 방안 마련 등으로 분주하다. 지자체에서는 농촌공간 기초지원기관 지정과 거버넌스 구축까지 용역사에 의존하는 듯하다. 일부 지자체는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과 농촌협약센터 등 중간지원조직을 용역사에 위탁·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촌공간기초지원기관도 용역사에 맡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도 한다.
지난 20여년 간 농촌지역개발사업 추진 과정이 그랬듯이 지자체 행정과 외부 용역사가 주도하는 추진방식의 한계를 극복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 2022년 감사원은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에 대한 감사를 통해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이 사업 종료 후 활동이 지속되지 않는 원인으로 ‘대표성을 확보한 주민협의체를 구성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농촌정책은 왜 주민협의체(거버넌스)를 필요로 하는 것인가? 산업정책으로서 농업정책은 개별 경영체가 정책 수혜자인 반면, 공간정책으로서 농촌정책은 일정한 공간에 거주하는 주민 전체가 정책 수혜자이기 때문에 농촌정책 추진 과정에서 농촌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주민수요를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농촌지역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추진위원회, 운영위원회, 주민위원회, 주민협의체 등 명칭은 다르지만, 일정한 범위의 농촌공간에 거주하는 다양한 주민구성원을 대표하는 주민들로 ‘거버넌스’를 구성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동안 농촌지역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구성된 거버넌스는 어떠한 방식으로 어떤 주민들이 참여하였는가? 거버넌스 구성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었는가? 구성된 거버넌스는 어떠한 책임과 권한을 가지며,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가? 농촌공간재구조화법 시행 5개월 지난 현재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사 선정은 발 빠르게 진행되지만, 주민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준비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 지방분권화에 대응한 조직관리 방안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기초지자체 농정사무 가운데 부서 간 협력이 가장 많은 사무는 ‘농촌지역개발 및 농촌산업’, 민원이 가장 많은 사무 역시 ‘농촌지역개발 및 농촌산업’이었다. 농촌공간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농촌지역개발 사무는 공간 내 다양한 주체들과 다양한 영역들이 연계되어 있어, 여러 주체 간 연계·협력이 불가피하다.
중앙은 농촌지역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자체 행정협의체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지자체에서는 공모사업 선정을 위해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주민협의체는 행정 주도로 순식간에 구성되어 한시적으로 운영되다 소멸된다. 농촌지역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구성된 주민협의체의 주된 기능은 핵심 하드웨어 부지 선정에 집중되어 있어 사업 부지가 선정되면, 자연스럽게 주민협의체 운영 횟수도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자체 행정은 사업마다 주민협의체를 구성하라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위원을 선정·임명하지만, 주민역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용역사에 의존하여 사업을 추진한다. 주민협의체에 참여한 주민은 본인이 왜 선정됐는지 무슨 역할을 담당하는지 어떠한 권한과 책임을 갖는지도 모르고 참여하고, 주민협의체에 참여하지 못한 주민들은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위원들이 선정됐고, 그들이 무슨 역할을 담당하는지 알지 못한 채 사업을 관망한다. 행정과 주민 모두 주민협의체(거버넌스)의 형식화에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농촌공간재구조화법 시행으로 지자체마다 다시 주민협의체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농정사무 이외에 부처별 수많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구성된 주민협의체들로 읍면마다 20∼30개가 넘는 주민조직이 구성되어 있다. 이번에 구성하는 주민협의체는 과거의 전철을 밟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읍면 주민조직을 다시 분열시키기보다 기존 조직 간 연계·협력을 촉진하여 관계망을 복원하고, 농촌 재생을 위해 다양한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리고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 전체 프로세스를 주민협의체와 함께 기획하여 주도성을 보장해야 한다. 농촌공간재구조화법 시행을 계기로 농촌재생을 위한 실질적인 로컬거버넌스가 구축되길 기대해 본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0238)
주민협의체와 함께 기획, 주도성 보장
다양한 주민 참여토록 개방적 운영을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 지원에 관한 법률」이 2024년 3월 29일부터 시행되어 5개월이 경과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법 시행에 맞춰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법 시행에 맞춰 지자체들은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 기본계획과 시행계획 수립을 위한 예산 마련과 용역사 선정, 농촌공간 지원기관 설치 및 운영 방안 마련 등으로 분주하다. 지자체에서는 농촌공간 기초지원기관 지정과 거버넌스 구축까지 용역사에 의존하는 듯하다. 일부 지자체는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과 농촌협약센터 등 중간지원조직을 용역사에 위탁·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촌공간기초지원기관도 용역사에 맡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도 한다.
지난 20여년 간 농촌지역개발사업 추진 과정이 그랬듯이 지자체 행정과 외부 용역사가 주도하는 추진방식의 한계를 극복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 2022년 감사원은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에 대한 감사를 통해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이 사업 종료 후 활동이 지속되지 않는 원인으로 ‘대표성을 확보한 주민협의체를 구성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농촌정책은 왜 주민협의체(거버넌스)를 필요로 하는 것인가? 산업정책으로서 농업정책은 개별 경영체가 정책 수혜자인 반면, 공간정책으로서 농촌정책은 일정한 공간에 거주하는 주민 전체가 정책 수혜자이기 때문에 농촌정책 추진 과정에서 농촌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주민수요를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농촌지역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추진위원회, 운영위원회, 주민위원회, 주민협의체 등 명칭은 다르지만, 일정한 범위의 농촌공간에 거주하는 다양한 주민구성원을 대표하는 주민들로 ‘거버넌스’를 구성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동안 농촌지역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구성된 거버넌스는 어떠한 방식으로 어떤 주민들이 참여하였는가? 거버넌스 구성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었는가? 구성된 거버넌스는 어떠한 책임과 권한을 가지며,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가? 농촌공간재구조화법 시행 5개월 지난 현재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사 선정은 발 빠르게 진행되지만, 주민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준비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 지방분권화에 대응한 조직관리 방안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기초지자체 농정사무 가운데 부서 간 협력이 가장 많은 사무는 ‘농촌지역개발 및 농촌산업’, 민원이 가장 많은 사무 역시 ‘농촌지역개발 및 농촌산업’이었다. 농촌공간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농촌지역개발 사무는 공간 내 다양한 주체들과 다양한 영역들이 연계되어 있어, 여러 주체 간 연계·협력이 불가피하다.
중앙은 농촌지역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자체 행정협의체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지자체에서는 공모사업 선정을 위해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주민협의체는 행정 주도로 순식간에 구성되어 한시적으로 운영되다 소멸된다. 농촌지역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구성된 주민협의체의 주된 기능은 핵심 하드웨어 부지 선정에 집중되어 있어 사업 부지가 선정되면, 자연스럽게 주민협의체 운영 횟수도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자체 행정은 사업마다 주민협의체를 구성하라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위원을 선정·임명하지만, 주민역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용역사에 의존하여 사업을 추진한다. 주민협의체에 참여한 주민은 본인이 왜 선정됐는지 무슨 역할을 담당하는지 어떠한 권한과 책임을 갖는지도 모르고 참여하고, 주민협의체에 참여하지 못한 주민들은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위원들이 선정됐고, 그들이 무슨 역할을 담당하는지 알지 못한 채 사업을 관망한다. 행정과 주민 모두 주민협의체(거버넌스)의 형식화에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농촌공간재구조화법 시행으로 지자체마다 다시 주민협의체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농정사무 이외에 부처별 수많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구성된 주민협의체들로 읍면마다 20∼30개가 넘는 주민조직이 구성되어 있다. 이번에 구성하는 주민협의체는 과거의 전철을 밟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읍면 주민조직을 다시 분열시키기보다 기존 조직 간 연계·협력을 촉진하여 관계망을 복원하고, 농촌 재생을 위해 다양한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리고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 전체 프로세스를 주민협의체와 함께 기획하여 주도성을 보장해야 한다. 농촌공간재구조화법 시행을 계기로 농촌재생을 위한 실질적인 로컬거버넌스가 구축되길 기대해 본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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