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통계부터 바로 잡아야 l 하승수 공익별률센터 농본 대표, 지역재단 자문위원
- 작성일2024/06/1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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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귀촌 실태를 파악하려면 보다 정밀하게 통계를 내야 한다. 아파트 등 다수가 거주하는 공동주택으로 이주하는 경우는 귀촌에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 사회통념상 농촌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경우만 귀촌으로 분류해야 한다.
지금 농촌의 화두 중에 하나가 ‘인구유입’이다. 그동안 농촌에서 인구가 감소해 온 주요 원인이 ‘인구유출’이었는데, 반전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러나 워낙 고령화되어 있는 상황이라, 인구를 유지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
인구가 줄다 보니, 병원, 약국, 식당같은 생활인프라도 날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농촌지역의 초등학교중에는 당장 내년도 신입생을 걱정하는 곳들이 많다. 이런 고민들을 해결하려면, 결국 귀향ㆍ귀촌ㆍ귀농의 활성화가 절실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관계인구’를 통해서 인구유입을 모색하기도 한다. 당장에 거주지를 완전히 옮기기가 쉽지 않다면, 농촌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서서히 거주지를 옮기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한 농촌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은 다양한 귀농ㆍ귀촌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그만큼 절박한 것이다.
국가적으로도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를 분산시키려고 할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이 농촌지역으로의 인구분산일 수밖에 없다. 농촌지역이 활력이 있어야 비수도권 지역의 중소도시가 살고, 지방대도시도 살 수 있다.
그런데 귀향ㆍ귀농ㆍ귀촌 활성화 정책을 펼 때에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통계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귀촌 통계를 보면, 도무지 신뢰할 수 없다. 작년 6월 22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귀농ㆍ귀촌 통계’ 중에서 귀촌 부분을 보면 귀촌 인구가 매우 많은 것으로 나온다. 2022년에만 31만8769가구가 귀촌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렇게 많은 가구가 귀촌했는데, 왜 농촌 인구는 줄어들고 있는 것일까? 이렇게 많은 귀촌가구는 도대체 어디로 귀촌한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역별 귀촌 통계를 보면, 이 통계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시ㆍ도별로 보면, 귀촌가구가 가장 많은 시ㆍ도는 경기도로 나온다. 경기도로 귀촌한 가구가 무려 8만5174 가구에 달한다. 2위는 충남(3만7919가구), 3위는 경북(3만6745가구), 4위는 경남(3만2918가구) 순이다.
수도권인데다 도시지역이 많은 경기도의 귀촌가구가 가장 많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그래서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시ㆍ군별 귀촌가구 통계를 확인해 보았다. 귀촌 인구가 많은 상위 5개 시ㆍ군을 보니, 경기도 화성시(1만9475명), 경기도 남양주시(1만7642명), 충남 아산시(1만6716명), 대구 달성군(1만1502명), 경기 평택시(9901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 시ㆍ군들의 공통점은 행정구역상 읍ㆍ면이지만 새로 짓는 공동주택들이 많은 읍ㆍ면들이 있는 곳들이다. 공장이나 산업단지가 많이 들어서는 지역들도 있다. 이런 지역의 아파트 등 공동주택으로 이주하면 귀촌인구로 통계가 잡히는 것이다.
귀촌사유를 봐도, 이 점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귀촌가구의 주요 전입 사유로 가장 많은 것은 직업이 34.7%이었고, 그 다음이 주택 24.7%, 가족 23.3%의 순이었다. 정부 통계에서 자연환경을 이유로 귀촌한 가구는 5.4%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직업 때문에 읍ㆍ면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기거나, 비싼 집값 때문에 읍ㆍ면 지역에 새로 들어선 공동주택으로 거주지를 옮겨도 귀촌인구로 분류되는 것이다.
이런 식의 통계는 귀촌인구를 과대 계산할 뿐만 아니라, 귀촌 활성화를 위한 정책의 기초자료로 사용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야말로 탁상 통계에 불과하다. 실질적으로 귀촌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포함해서 이렇게 귀촌통계를 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
실제 귀촌 실태를 파악하려면 보다 정밀하게 통계를 내야 한다. 아파트 등 다수가 거주하는 공동주택으로 이주하는 경우는 귀촌에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 사회통념상 농촌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경우만 귀촌으로 분류해야 한다.
이렇게 귀촌통계를 정확하게 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통계를 바탕으로 귀촌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책들을 발굴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시에 살던 사람이 농촌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기려고 할 때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해소해야 농촌으로 인구가 유입될 수 있다. 이런 정책을 수립하는데, 형식적인 통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농촌 관련 통계를 제대로 내는 것은 성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의 귀촌통계를 보면 너무 무성의하다. 경기도 화성시나 남양주시, 평택시에 있는 읍ㆍ면의 아파트로 이사한 사람들이 스스로가 ‘귀촌인’으로 분류되어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 지금처럼 무성의한 귀촌 통계라면, 차라리 내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8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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