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농촌소멸에 강한 작은도서관들의 분투기 l 서정민 지역순환경제센터장,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4/05/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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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농촌소멸에 강한 작은도서관들의 분투기 l 서정민 지역순환경제센터장, 지역재단 이사
어린이들 방과 후 프로그램 운영하고
마을 주민 위한 교육·문화공간으로 변모
농촌교육 생태계 복원 움직임에 화답을
매주 화요일 오전 면 소재지 다목적회관 앞에 마을버스 한 대가 정차하자 백발의 어머니들이 한 명씩 하차하여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저녁이 되면 이 버스는 면 소재지 인근 배바우작은도서관에서 방과 후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의 안전한 귀가를 돕는다. 충북 옥천군 안남면에 가면 접할 수 있는 일상의 모습이다. 안남면 인근 안내면과 동이면에서도 유사한 일상의 모습을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일상은 이들 면 지역에 작은도서관이 운영되면서 시작되었다.
안남면은 지역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학습공간인 도서관 설립을 위해 2006년‘안남도서관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2007년 작은도서관을 지원하는 공모사업에 참여, 2억원을 지원받았다. 작은도서관 부지는 위원회와 지역주민들이 지역농협과 협의하여 영구 무상임대로 확보했다.
작은도서관이 설립되면서부터 안남면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무엇보다 작은도서관과 연계한 마을순환버스는 안남면 배후마을과 면 소재지를 연계하여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안남면 작은도서관과 마을순환버스 모델은 인근 안내면과 동이면으로 확산되어 몇 년 전부터 이들 지역에도 작은도서관과 마을순환버스가 운영되고 있다. 아직 마을순환버스는 없지만 청성면에도 작은도서관이 마련되었다. 최근 폐교 우려 속에 지역사회가 앞장서 초등학교 전입생을 늘리고, 아이들을 위한 작은도서관을 마련한 것이다.
서천군 마서면에는 이름도 발랄한 ‘여우네 작은도서관’이 있다. 도서관이 운영된 것은 벌써 10여년을 훌쩍 넘겼다. 이곳으로 귀농한 신혼부부는 아이들을 위한 돌봄과 놀이공간이 전무한 농촌마을에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마을회관 옆 빈 공간을 활용한 작은도서관을 구상했고, 마을이장과 주민들을 만나 설득했다.
지속된 젊은 부부의 설득에 마을주민들이 마음을 열어 마을회관 옆 유휴공간을 내어 주면서 작은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지역에 아이를 둔 젊은 부부들이 하나둘씩 작은도서관 운영에 참여하여 힘을 보태고, 귀농 전 도시생활에서 맺은 인연과 연계하여 후원자를 확보하였다. 물론 국립도서관 등 관련 정부부처 지원사업을 활용하여 도서를 지원받고, 아이와 지역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여우네도서관은 인접마을로 귀농귀촌한 젊은 부부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었다. 아이를 돌봐 줄 곳도, 방과 후 아이를 맡길 곳도 없는 농촌마을에서 여우네도서관이 유일한 안식처이다. 아이를 맡기는 젊은 엄마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작은도서관에 필요한 역할을 하나씩 맡아 상부상조하고 있다. 오전, 오후 도서관 지킴이, 프로그램 운영자, 간식 담당자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없는 낮시간에는 마을 어머니들이 참여하는 바느질 교실, 문화교실 등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매년 1~2회 작은도서관 후원자들을 초대하여 작은도서관 활동도 공유하고 농촌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이벤트도 운영한다.
곡성군 죽곡면에는 ‘농민열린도서관’이 있다. 2004년 농민회가 주축이 되어 농민도서관을 개관한 뒤, 2007년 작은도서관 공모를 통해 1억3천만원 예산을 지원받으면서 죽곡농민열린도서관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초기에는 귀농인들의 거점이 되어 지역정착에 필요한 정보제공과 교류의 장이 되었고, 이후 마을주민들을 위한 문화·복지 프로그램을 확대 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 변모했다. 지속적인 인구감소로 지역이 침체되는 상황에서 2017년에는 죽곡함께마을학교와 함께 농촌교육 생태계 복원의 플랫폼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작은도서관 진흥법이 2012년 2월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국민의 지식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생활친화적 도서관문화의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법 제5조와 제6조에는 작은도서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이 정리되어 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법인·단체 또는 개인이 설치·운영하고자 하거나 운영 중인 작은도서관에 대하여 예산 범위에서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작은도서관은 주민참여와 자치를 기반으로 지역사회 생활문화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운영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최근 읍면 거점시설로 건립 후 유휴화되었던 시설에 작은도서관이 설치되면서 활성화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농촌 아이들과 주민들의 교육·문화거점 조성을 위해‘작은도서관 설치 및 지원조례’를 제정, 사서 인건비와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기도 한다. 농촌소멸·지방소멸도 결국 건물이 아니라 사람과 활동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인구감소 위기에 처한 농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지만 강한 사람들의 고군분투에 정부가 화답하길 바란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7685
어린이들 방과 후 프로그램 운영하고
마을 주민 위한 교육·문화공간으로 변모
농촌교육 생태계 복원 움직임에 화답을
매주 화요일 오전 면 소재지 다목적회관 앞에 마을버스 한 대가 정차하자 백발의 어머니들이 한 명씩 하차하여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저녁이 되면 이 버스는 면 소재지 인근 배바우작은도서관에서 방과 후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의 안전한 귀가를 돕는다. 충북 옥천군 안남면에 가면 접할 수 있는 일상의 모습이다. 안남면 인근 안내면과 동이면에서도 유사한 일상의 모습을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일상은 이들 면 지역에 작은도서관이 운영되면서 시작되었다.
안남면은 지역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학습공간인 도서관 설립을 위해 2006년‘안남도서관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2007년 작은도서관을 지원하는 공모사업에 참여, 2억원을 지원받았다. 작은도서관 부지는 위원회와 지역주민들이 지역농협과 협의하여 영구 무상임대로 확보했다.
작은도서관이 설립되면서부터 안남면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무엇보다 작은도서관과 연계한 마을순환버스는 안남면 배후마을과 면 소재지를 연계하여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안남면 작은도서관과 마을순환버스 모델은 인근 안내면과 동이면으로 확산되어 몇 년 전부터 이들 지역에도 작은도서관과 마을순환버스가 운영되고 있다. 아직 마을순환버스는 없지만 청성면에도 작은도서관이 마련되었다. 최근 폐교 우려 속에 지역사회가 앞장서 초등학교 전입생을 늘리고, 아이들을 위한 작은도서관을 마련한 것이다.
서천군 마서면에는 이름도 발랄한 ‘여우네 작은도서관’이 있다. 도서관이 운영된 것은 벌써 10여년을 훌쩍 넘겼다. 이곳으로 귀농한 신혼부부는 아이들을 위한 돌봄과 놀이공간이 전무한 농촌마을에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마을회관 옆 빈 공간을 활용한 작은도서관을 구상했고, 마을이장과 주민들을 만나 설득했다.
지속된 젊은 부부의 설득에 마을주민들이 마음을 열어 마을회관 옆 유휴공간을 내어 주면서 작은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지역에 아이를 둔 젊은 부부들이 하나둘씩 작은도서관 운영에 참여하여 힘을 보태고, 귀농 전 도시생활에서 맺은 인연과 연계하여 후원자를 확보하였다. 물론 국립도서관 등 관련 정부부처 지원사업을 활용하여 도서를 지원받고, 아이와 지역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여우네도서관은 인접마을로 귀농귀촌한 젊은 부부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었다. 아이를 돌봐 줄 곳도, 방과 후 아이를 맡길 곳도 없는 농촌마을에서 여우네도서관이 유일한 안식처이다. 아이를 맡기는 젊은 엄마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작은도서관에 필요한 역할을 하나씩 맡아 상부상조하고 있다. 오전, 오후 도서관 지킴이, 프로그램 운영자, 간식 담당자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없는 낮시간에는 마을 어머니들이 참여하는 바느질 교실, 문화교실 등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매년 1~2회 작은도서관 후원자들을 초대하여 작은도서관 활동도 공유하고 농촌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이벤트도 운영한다.
곡성군 죽곡면에는 ‘농민열린도서관’이 있다. 2004년 농민회가 주축이 되어 농민도서관을 개관한 뒤, 2007년 작은도서관 공모를 통해 1억3천만원 예산을 지원받으면서 죽곡농민열린도서관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초기에는 귀농인들의 거점이 되어 지역정착에 필요한 정보제공과 교류의 장이 되었고, 이후 마을주민들을 위한 문화·복지 프로그램을 확대 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 변모했다. 지속적인 인구감소로 지역이 침체되는 상황에서 2017년에는 죽곡함께마을학교와 함께 농촌교육 생태계 복원의 플랫폼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작은도서관 진흥법이 2012년 2월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국민의 지식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생활친화적 도서관문화의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법 제5조와 제6조에는 작은도서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이 정리되어 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법인·단체 또는 개인이 설치·운영하고자 하거나 운영 중인 작은도서관에 대하여 예산 범위에서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작은도서관은 주민참여와 자치를 기반으로 지역사회 생활문화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운영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최근 읍면 거점시설로 건립 후 유휴화되었던 시설에 작은도서관이 설치되면서 활성화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농촌 아이들과 주민들의 교육·문화거점 조성을 위해‘작은도서관 설치 및 지원조례’를 제정, 사서 인건비와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기도 한다. 농촌소멸·지방소멸도 결국 건물이 아니라 사람과 활동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인구감소 위기에 처한 농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지만 강한 사람들의 고군분투에 정부가 화답하길 바란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7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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