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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읍면소재지 거점공간, 누가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 구자인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 소장,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4/05/17 15:33
    • 조회 338
    읍면소재지 거점공간, 누가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 구자인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 소장, 지역재단 이사

    농촌 활성화 목적 각종 시설 생기지만
    거점공간 수탁 운영할 법인 없어 문제
    읍면마다 비영리 네트워크 법인 설립해야

    농촌의 읍과 면 소재지마다 무슨 무슨 센터란 이름으로 큰 건물이 지어지고 있다. 농식품부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으로 중심지활성화나 기초생활거점조성이란 목적의 시설이 대부분이다. 농촌협약 일환으로 읍면을 순회하며 순서대로 짓고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균형발전이나 지방소멸대응 차원의 건물도 있고, 관광단지와 같은 시설도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모두 행정이 관리해야 할 공유재산이고, 공무원을 파견 배치하거나 공무직 혹은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할 수밖에 없다. 유지관리비용이 계속 투자되어야 하고 시설관리사업소처럼 행정이 계속 비대해지는 원인 중의 하나가 된다. 이런 시설들이 최근에 계속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건물 짓는 예산은 계속 생기는데 운영법인을 미리 양성하고 인건비를 지원하는 예산에는 지나치게 인색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설들은 모두 농촌활성화를 위해 읍면의 거점공간 역할을 담당하기를 기대하며 국비 지원으로 건설하였다. 예비계획을 작성하여 신청하고 심사를 받아 선정되고, 선정 이후에는 기본계획도 큰 용역비를 들여 수립하였다. ‘왜’ ‘무엇을’ 할지 거점공간의 ‘필요성과 목적’는 비교적 잘 정리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 5장의 사후관리계획에서 ‘누가, 어떻게’ 운영할지, 이런 내용은 하나같이 허술하다. 주민법인을 설립하여 위탁하겠다 하나 법령 이해는 지나치게 부족하다. 또 수입은 부풀리고, 지출은 축소하여 추가적인 예산지원이 없어도 운영될 것처럼 과장한다. 예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기본계획 작성 및 승인 단계까지 이런 문제점이 걸러지지 않는다. 행정도 용역사도 공유재산 관련 법령도 민간위탁 조례도 이해하지 못한 채 보고서를 작성한다. 사후관리로 주민들의 자원봉사만 요구하니 악순환은 반복되는 셈이다. 이런 문제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채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반복될 우려가 크다.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무엇보다 공유재산관리법과 민간위탁 조례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모든 거점공간은 공유재산에 해당하므로 이런 시설의 관리는 공유재산관리법의 적용대상이 된다. 수익시설이라면 사용수익허가 규정(제20조)을, 비수익시설이라면 관리위탁 규정을 따라야 한다. 두 가지가 혼재되어 있다면 관리위탁의 원가계산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수탁기관이 사회적협동조합이라면 일반입찰이 아니라 수의계약도 가능하다(취약계층 고용비율을 충족하는 경우). 관리위탁은 수탁기관이 제3자 전대(재위탁)도 할 수 있다. 행안부 고시 2019-89호에 따르면 인건비는 당연히 인정해야 하고, 일반관리비(5% 이내)와 이윤(10% 이내)도 인정해야 한다. 법제처나 행안부 홈페이지에서 ‘공유재산’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상세한 자료가 모두 공개되어 있다. 사용료나 위탁료 산정 계산식도 모두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이렇게 법령과 제도로 모두 정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점공간(공유재산)의 관리방안에 제대로 적용하지 않는 셈이다. “주민법인과 협약을 맺고 무상임대”하는 관행이 여전히 반복된다. 작년 9월에 개정된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시행지침(28쪽)도 공유재산 관련 법령에 근거하여 사후관리하도록 이미 변경되어 있다.

    문제는 이런 거점공간을 수탁 운영할 수 있는 법인이 읍면 내부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사업지침은 역량강화사업으로 주민위원회를 법인으로 전환하도록 제안하고 있으나 이를 이해하는 용역사를 만나기란 정말 어렵다. 주민위원회 구성부터 잘못되어 있으니 법인 전환은 형식만 갖추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적지 않은 예산이 역량강화 분야에 편성되어 있으나 건물이 준공되기도 전에 이미 다 써버린다. 주민자치회가 설립된 읍면에서는 다양한 갈등이 심각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예비계획 단계부터 준비하여 법인을 빠르게 설립하면 매년 1억원 이상 집행하는 역량강화사업도 직접 수행할 수 있고, 거점공간 준공 이전에 시범운영을 해볼 수도 있다. 이런 문제점 진단은 오래 전부터 있었고, 새로운 가능성은 모든 읍면에 열려 있지만, 이를 실현하는 사례는 정말 드문 셈이다. 지자체 행정이나 주민, 용역사 모두 여러 문제가 있는데, 무엇보다 중앙정부가 법령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또 점검하지 않는 문제가 더 크다 할 수 있다.

    공유재산관리법과 더불어 민간위탁 조례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거점공간을 기반으로 수탁기관(법인)은 배후마을 대상의 생활서비스 공급 활동을 할 수 있는데, 이렇게 공공성이 높은 각종 프로그램 사업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민간위탁 조례를 적용하여 적절한 위탁금을 지원할 수 있다. 주거복지나 로컬푸드 먹거리 복지, 경관환경 개선, 통합돌봄 서비스 등 농촌 삶의질 향상 분야는 모두 공공성이 높은 활동들이다. 그래서 이미 많은 사례들이 발굴되었고, 제도로 정착된 영역도 있다. 다만 정책 칸막이 속에서 단년도 보조사업으로 각각 시행되고, 인건비 지원은 지나치게 인색한 것이 문제다. 주민 리더나 활동가들이 내가 사는 농촌발전을 위해 “좋은 일 하면서도 매년 공모사업 쫓아다녀야 하는” 방식으로는 자부심도 생기지 않고, 지치기 마련이다. 정책협력을 강화하고 보조금 혁신만 이루어져도 읍면 단위로 법인이 안정되게 운영되고, 지속가능한 일자리도 늘어난다. 민간위탁 조례만 잘 적용해도 이런 경로는 충분히 열리는 셈이다.

    이렇게 읍면소재지 거점공간의 활성화와 민간법인 설립 및 운영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이미 마련되어 있다. 행정도 민간도 이런 제도를 충분히 숙지하고 상호학습을 통해 합의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행정은 민간이 의존적이고 자치역량이 없다고 평가하지만, 사실은 법과 제도를 제대로 적용하지도 않는다는 것, 또 권한을 위임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충남의 당진시와 홍성군, 충북의 옥천군에서는 신활력플러스사업으로 이런 거점공간을 운영할 법인 설립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런 제도적 이해가 선행되고 역량강화사업을 잘 활용하면서 보조금 혁신만 병행한다면 농촌재생이란 희망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7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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