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긴급 식량안보 대응정책에서 배울 점 | 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4/05/10 15:16
- 조회 115
유럽의 긴급 식량안보 대응정책에서 배울 점 | 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 지역재단 이사
농업생산 증대 위한 규정완화 도입
식량강화체계서 생산자 조직은 강화
농업계 전체가 식량안보에 집중해야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법을 통해서 농업인의 소득을 보호하고 식량안보를 유지하겠다는 목적을 제시하고 있다. ‘쌀이 전체 재배면적의 47%를 차지하고, 농업소득의 33%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쌀 농가의 경제안정으로 식량자급률을 제고’해야 한다고 개정안 제안 이유를 밝히고 있다. 너무 단순한 논리고 농업 상황을 너무 안이하고 한가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 변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나타난 세계적인 공급망 교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의한 식량, 에너지 위기의 확산,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생산비 증가 등 우리를 둘러싼 세계적인 여건이 급변하고 있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내용이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선진국에서는 매우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너무 진부하고 철지난 논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유럽이 제시한 긴급 식량안보 대응 정책을 보면서 이것이 우리 농정에 주는 시사점을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유럽은 2차 대전 이후 1980년대 중반까지 세계 1위의 농산물 수입국에서 현재는 수출국으로 변모하였다. 따라서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서도 EU의 식량안보 체계는 큰 위험이 없이 잘 대응하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급변하는 위협요인에 대한 사전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긴급 대응 체계를 형성하고 비상 대응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 시작은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적인 식량 공급망의 교란이 발생하기 시작한 2020년 5월에 ‘농장에서 식탁까지 전략(A farm to fork strategy)’을 발표하면서 정치, 경제, 환경적인 요인에 따른 식품공급 위기가 언제든지 촉발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 “위기 상황에서도 항상 안전하고, 적절한 가격에 충분한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식품공급체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지속되고, 계절 노동자가 부족해 지면서 농산물 생산에 영향을 주고, 또 식당이나 호텔 등의 음식서비스 수요가 감소하면서 식품공급체계에 위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관측되었다. 따라서 EU는 2021년 11월에 ‘식량공급과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비상계획’을 발표하고 ‘EU 식량안보 위기 대응 체계(The European Food Security Crisis preparedness and response Mechanism: EFSCM)’라는 긴 이름의 기구를 형성, 유럽과 세계적인 식품공급체계의 변화에 대처하도록 하였다.
회원국의 관련 부처와 공공기관, 전문가, 민간단체뿐만 아니라 EU 회원국이 아닌 국가의 기관들도 포함하고 있는 이 기구는 약 3개월 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22년 3월에 공식적으로 출범하였다. 회의 과정에서 위기 상황임을 고려하여 기존 전략에서 천명했던 ‘환경 보전과 생물다양성’ 중시 기조를 변화하자는 요구도 있었으나 채택되지 않았고, 잔류농약과 유전자 조작 농산물에 관한 규정을 완화하자는 요청도 거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산물 가격의 품목별 급등락 현상과 농가소득 악화 그리고 소비자 물가 상승 등 EU 식량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여 이해 관계자와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EFSCM의 활동으로 EU는 매년 유럽 지역내 식량안보상황을 점검하는 문서를 발행하고 있다.
ESFCM의 창설 이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하면서 식량 공급위기가 세계적으로 확산되었고, 에너지 위기까지 겹치면서 EU 식량안보체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여기에 최근 나타나고 있는 급격한 원자재와 농업 투입재 가격의 상승에 따른 농업 생산비 증가 현상이 발생하면서 또 다른 긴급한 대응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EU는 2024년 3월 농산물 생산량을 증대하기 위한 일련의 개혁방안을 제시하였다. 소위 농업생산 증대를 위한 규정완화이다. 이를 통해서 그동안 환경보전을 위해 부과했던 일부 규정을 완화하는 조치를 도입하였다.
대표적으로 휴경의무를 해제하여 농가가 새로운 환경활동을 수행,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고, 기후변화에 지역적 환경에 맞게 자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환경조건 준수의무가 면제되는 소규모 농장의 상한선을 10ha로 증가하였다. 이와 함께 유통과정에서 생산자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서 생산비용, 이익 및 거래 관행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이를 통해서 전체 식량공급체계에서 생산자 조직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이러한 EU의 식량안보 대응 조치는 많은 품목에서 높은 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진하는 것이다. 여러 국가가 협력하여 만든 시스템의 결과인 것이다. 따라서 이런 EU의 조치를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우리 상황에 맞게 슬기로운 식량안보 체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심도깊게 논의해야 한다. 오로지 쌀 생산에만 중점을 두고 식량안보를 인식하고, 안이하게 농정을 정쟁으로 몰고가는 조치를 거두고, 농업계 전체가 식량안보 강화와 농업의 발전 그리고 농가의 경영안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7383
농업생산 증대 위한 규정완화 도입
식량강화체계서 생산자 조직은 강화
농업계 전체가 식량안보에 집중해야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법을 통해서 농업인의 소득을 보호하고 식량안보를 유지하겠다는 목적을 제시하고 있다. ‘쌀이 전체 재배면적의 47%를 차지하고, 농업소득의 33%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쌀 농가의 경제안정으로 식량자급률을 제고’해야 한다고 개정안 제안 이유를 밝히고 있다. 너무 단순한 논리고 농업 상황을 너무 안이하고 한가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 변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나타난 세계적인 공급망 교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의한 식량, 에너지 위기의 확산,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생산비 증가 등 우리를 둘러싼 세계적인 여건이 급변하고 있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내용이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선진국에서는 매우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너무 진부하고 철지난 논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유럽이 제시한 긴급 식량안보 대응 정책을 보면서 이것이 우리 농정에 주는 시사점을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유럽은 2차 대전 이후 1980년대 중반까지 세계 1위의 농산물 수입국에서 현재는 수출국으로 변모하였다. 따라서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서도 EU의 식량안보 체계는 큰 위험이 없이 잘 대응하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급변하는 위협요인에 대한 사전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긴급 대응 체계를 형성하고 비상 대응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 시작은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적인 식량 공급망의 교란이 발생하기 시작한 2020년 5월에 ‘농장에서 식탁까지 전략(A farm to fork strategy)’을 발표하면서 정치, 경제, 환경적인 요인에 따른 식품공급 위기가 언제든지 촉발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 “위기 상황에서도 항상 안전하고, 적절한 가격에 충분한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식품공급체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지속되고, 계절 노동자가 부족해 지면서 농산물 생산에 영향을 주고, 또 식당이나 호텔 등의 음식서비스 수요가 감소하면서 식품공급체계에 위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관측되었다. 따라서 EU는 2021년 11월에 ‘식량공급과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비상계획’을 발표하고 ‘EU 식량안보 위기 대응 체계(The European Food Security Crisis preparedness and response Mechanism: EFSCM)’라는 긴 이름의 기구를 형성, 유럽과 세계적인 식품공급체계의 변화에 대처하도록 하였다.
회원국의 관련 부처와 공공기관, 전문가, 민간단체뿐만 아니라 EU 회원국이 아닌 국가의 기관들도 포함하고 있는 이 기구는 약 3개월 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22년 3월에 공식적으로 출범하였다. 회의 과정에서 위기 상황임을 고려하여 기존 전략에서 천명했던 ‘환경 보전과 생물다양성’ 중시 기조를 변화하자는 요구도 있었으나 채택되지 않았고, 잔류농약과 유전자 조작 농산물에 관한 규정을 완화하자는 요청도 거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산물 가격의 품목별 급등락 현상과 농가소득 악화 그리고 소비자 물가 상승 등 EU 식량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여 이해 관계자와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EFSCM의 활동으로 EU는 매년 유럽 지역내 식량안보상황을 점검하는 문서를 발행하고 있다.
ESFCM의 창설 이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하면서 식량 공급위기가 세계적으로 확산되었고, 에너지 위기까지 겹치면서 EU 식량안보체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여기에 최근 나타나고 있는 급격한 원자재와 농업 투입재 가격의 상승에 따른 농업 생산비 증가 현상이 발생하면서 또 다른 긴급한 대응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EU는 2024년 3월 농산물 생산량을 증대하기 위한 일련의 개혁방안을 제시하였다. 소위 농업생산 증대를 위한 규정완화이다. 이를 통해서 그동안 환경보전을 위해 부과했던 일부 규정을 완화하는 조치를 도입하였다.
대표적으로 휴경의무를 해제하여 농가가 새로운 환경활동을 수행,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고, 기후변화에 지역적 환경에 맞게 자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환경조건 준수의무가 면제되는 소규모 농장의 상한선을 10ha로 증가하였다. 이와 함께 유통과정에서 생산자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서 생산비용, 이익 및 거래 관행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이를 통해서 전체 식량공급체계에서 생산자 조직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이러한 EU의 식량안보 대응 조치는 많은 품목에서 높은 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진하는 것이다. 여러 국가가 협력하여 만든 시스템의 결과인 것이다. 따라서 이런 EU의 조치를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우리 상황에 맞게 슬기로운 식량안보 체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심도깊게 논의해야 한다. 오로지 쌀 생산에만 중점을 두고 식량안보를 인식하고, 안이하게 농정을 정쟁으로 몰고가는 조치를 거두고, 농업계 전체가 식량안보 강화와 농업의 발전 그리고 농가의 경영안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7383
- 첨부파일1 김태연.png (용량 : 121.0K / 다운로드수 :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