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공간재구조화법 시행, 기대와 우려 | 유정규 행복의성지원센터장,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4/04/07 14:51
- 조회 142
농촌공간재구조화법 시행, 기대와 우려
| 유정규 행복의성지원센터장, 지역재단 이사
지난 3월 29일부터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농촌공간재구조화법)」이 시행됐다. ‘농촌의 난개발과 지역소멸 위기 등에 대응하여 농촌공간의 재구조화와 재생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삶터·일터·쉼터로서의 농촌다움을 회복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 법의 주요 내용은 △농촌공간계획의 수립 △농촌특화지구의 지정과 관리 △농촌협약 및 주민협정 △추진체계 구축 등이다.
농촌공간재구조화법은 그동안 단위사업별로 추진돼 온 농촌공간에 대한 정책을 장기적인 계획에 입각해 통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하며, 농촌특화지구 도입을 통해 농촌공간을 주거와 산업, 보전지역 등으로 구분함으로써 난개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근거가 됐다. 이 법의 시행에 따라 통합적인 재정지원을 강화하게 되면 시군이 수립한 농촌공간계획의 실행력이 더 제고될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하지만 이 법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내용인 ‘농촌특화지구 지정과 관리’ 그리고 ‘농촌협약 및 주민협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그 실현가능성이 의문이다. 먼저 마을의 난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매우 낮기 때문에 특화지구의 지정과 지구별 토지이용조정에 대해서도 동의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마을의 난개발에 대해 ‘심각하지 않다’는 생각은 59.2%인데 반해 ‘심각하다’는 인식은 8.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러한 상황에서 ‘특화지구’를 지정하기 위한 ‘주민협정’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 또, 특화지구가 지정됐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계획대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스럽다. 주민 입장에서는 특화지구 지정이 곧 토지이용의 규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농촌특화지구 지정과 관리, 주민협정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다. 뿐만 아니라 행정리 단위로 특화지구를 지정한다면 행정리와 행정리 간의 이해조정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화지구 지정의 공간 단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 농촌공간계획의 실천 주체 측면에서도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남는다. 농촌인구의 고령화율이 25%이고, 면 지역의 고령화율이 32.4%에 달하는 상황(2022년 기준)에서 주민협정과 특화지구지정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을까. 주민주도의 상향식 정책 추진의 경험이 일천하고, 고령화된 농촌주민의 특성상 주민참여를 확대하더라도 난개발 방지와 공간의 합리적 이용이라는 장기적인 전망보다는 개별이익과 단기적 목표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서 미래지향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농촌공간지원기관의 지정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광역단위의 농촌활성화지원센터 경험이나 현재 기초단위의 지원센터 역시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책적 필요에 따라 설치되는 중간지원조직은 그 본연의 기능이나 역할보다는 사업유치를 위한 절차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의 경험에 대한 평가와 내용의 개선 없이 또다시 이름만 바꿔 지원센터를 지정한다 한들 그것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결론은 모든 정책을 너무 단기적 관점에서 추진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실패를 반성하고 평가하여 실현 가능한 대안을 찾기보다는 문제를 그대로 덮어둔 채 또 다른 법과 제도를 만들고, 그 집행을 서두르기 때문에 과거의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공간정책의 경우 토지이용의 조정을 전제하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정책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농촌정책 추진을 위한 주체의 형성과 주민주도 추진방식의 정착, 중간지원조직의 구축과 성장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대안들은 모두 단기간에 확보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기존 정책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찾아서 개선하기보다는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서 과거의 문제를 덮는 방식을 반복해 왔다. 특히, 농촌정책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심했다. 이번 농촌공간재구조화법은 이러한 우를 반복하지 않기를 기대하며 이 법이 우리 농촌을 진정한 삶터·일터·쉼터로 만들어 가는 토대가 되기를 염원한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https://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63436)
| 유정규 행복의성지원센터장, 지역재단 이사
지난 3월 29일부터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농촌공간재구조화법)」이 시행됐다. ‘농촌의 난개발과 지역소멸 위기 등에 대응하여 농촌공간의 재구조화와 재생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삶터·일터·쉼터로서의 농촌다움을 회복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 법의 주요 내용은 △농촌공간계획의 수립 △농촌특화지구의 지정과 관리 △농촌협약 및 주민협정 △추진체계 구축 등이다.
농촌공간재구조화법은 그동안 단위사업별로 추진돼 온 농촌공간에 대한 정책을 장기적인 계획에 입각해 통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하며, 농촌특화지구 도입을 통해 농촌공간을 주거와 산업, 보전지역 등으로 구분함으로써 난개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근거가 됐다. 이 법의 시행에 따라 통합적인 재정지원을 강화하게 되면 시군이 수립한 농촌공간계획의 실행력이 더 제고될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하지만 이 법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내용인 ‘농촌특화지구 지정과 관리’ 그리고 ‘농촌협약 및 주민협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그 실현가능성이 의문이다. 먼저 마을의 난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매우 낮기 때문에 특화지구의 지정과 지구별 토지이용조정에 대해서도 동의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마을의 난개발에 대해 ‘심각하지 않다’는 생각은 59.2%인데 반해 ‘심각하다’는 인식은 8.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러한 상황에서 ‘특화지구’를 지정하기 위한 ‘주민협정’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 또, 특화지구가 지정됐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계획대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스럽다. 주민 입장에서는 특화지구 지정이 곧 토지이용의 규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농촌특화지구 지정과 관리, 주민협정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다. 뿐만 아니라 행정리 단위로 특화지구를 지정한다면 행정리와 행정리 간의 이해조정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화지구 지정의 공간 단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 농촌공간계획의 실천 주체 측면에서도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남는다. 농촌인구의 고령화율이 25%이고, 면 지역의 고령화율이 32.4%에 달하는 상황(2022년 기준)에서 주민협정과 특화지구지정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을까. 주민주도의 상향식 정책 추진의 경험이 일천하고, 고령화된 농촌주민의 특성상 주민참여를 확대하더라도 난개발 방지와 공간의 합리적 이용이라는 장기적인 전망보다는 개별이익과 단기적 목표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서 미래지향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농촌공간지원기관의 지정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광역단위의 농촌활성화지원센터 경험이나 현재 기초단위의 지원센터 역시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책적 필요에 따라 설치되는 중간지원조직은 그 본연의 기능이나 역할보다는 사업유치를 위한 절차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의 경험에 대한 평가와 내용의 개선 없이 또다시 이름만 바꿔 지원센터를 지정한다 한들 그것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결론은 모든 정책을 너무 단기적 관점에서 추진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실패를 반성하고 평가하여 실현 가능한 대안을 찾기보다는 문제를 그대로 덮어둔 채 또 다른 법과 제도를 만들고, 그 집행을 서두르기 때문에 과거의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공간정책의 경우 토지이용의 조정을 전제하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정책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농촌정책 추진을 위한 주체의 형성과 주민주도 추진방식의 정착, 중간지원조직의 구축과 성장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대안들은 모두 단기간에 확보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기존 정책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찾아서 개선하기보다는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서 과거의 문제를 덮는 방식을 반복해 왔다. 특히, 농촌정책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심했다. 이번 농촌공간재구조화법은 이러한 우를 반복하지 않기를 기대하며 이 법이 우리 농촌을 진정한 삶터·일터·쉼터로 만들어 가는 토대가 되기를 염원한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https://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6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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