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보다 ‘식량주권’ 확보가 더 중요하다 | 유정규 행복의성지원센터장,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4/02/0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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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세계 200여개 국가별 경제, 정치 전반에 대한 분석과 중장기 예측 및 각종 국가 거시경제, 산업 지표를 제공하는 기관으로써 영국의 시사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자회사다. EIU에서 발표하는 자료 중 세계식량안보지수(GFSI)라는 것이 있는데, 식량안보지수는 한 국가가 자국민에게 양질의 식량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척도로써 각국의 식량에 관한 부담능력과 식량 공급능력, 영양학적 품질, 식품안전 등을 종합해서 평가한다. 한국의 식량안보지수는 △2019년 73.6(29위) △2021년 71.6(32위) △2022년 70.2(39위)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서 매년 초 개최하는 농업전망 대회가 있다. 지난해 대회의 제2부 1분과 주제가 ‘식량안보와 농가경영안정’이었다. 핵심내용은 미국-중국 간 분쟁,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생산 감소 등 세계식량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과제로 ‘식품 물가안정’과 ‘수입곡물 전방산업의 경영안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토론자로 참여한 미국곡물협회 한국사무소 대표는 “식량안보 측면에서 곡물유통망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또 다른 토론자 중 한 명인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쌀 중심에서 밀·콩 등 타작물로의 전환’과 ‘국내 부족분 확보를 위한 해외 곡물 엘리베이터 활용’이 농식품부의 정책기조라고 밝혔다. 곡물엘리베이터는 민간기업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곡물유통시설로 현재 포스코 등 일부 기업이 곡물엘리베이터를 우크라이나, 미국 등에 갖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현 정권 내에 5개소까지 확보해 국내 곡물반입량의 18~20%까지 우리 자본으로 들여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오랫동안 암묵적으로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을 동의어로 사용해 왔다. 물론, 부족한 식량의 안정적 확보를 강조하는 입장에서 이른바 ‘공급망 확보’의 중요성을 얘기하면서 해외농업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처럼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을 정책당국자가 공개적이고 노골적으로 구분해서 주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식량주권’이라는 용어는 우리 농정에서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식량주권’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식량안보’가 얼마나 취약한가는 그동안의 경험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우선 식량안보 수준을 나타내는 ‘식량안보지수’를 각 국가별로 보면, 2021년 기준 △1위 아일랜드 △2위 오스트리아 △3위 영국 △4위 핀란드 △5위 스위스 △6위 네덜란드 △7위 캐나다 △8위 일본 △9위 미국 순이다. 뒤를 이어 국토 특성상 농경지의 비중이 매우 낮은 아랍에미리트가 23위, 카타르가 30위로, 한국보다 높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농산물 수출국가이지만 ‘식량안보지수’는 일본보다도 낮다. 그러면 일본이 미국보다 식량이 더 안전하다는 것일까?
식량안보(food security)라는 개념은 무역을 통한 식량의 확보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식량주권(food sovereignty)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개념이다. 즉, 식량안보는 아무런 제약없이 자유무역이 완전히 보장된다는 전제 위에 성립할 수 있는 개념이다. 그러나 2008년 세계적인 원자재가격의 상승, 바이오디젤에 대한 관심 증가로 옥수수 수요증가와 투기자본의 농간으로 농산물가격이 폭등하자 30여 국가에서 식량폭동이 일어났고, 20여개 국 이상이 곡물수출 금지나 제한조치를 취했다. 2010년 동유럽 폭염으로 밀 작황이 악화되자 당시 세계 5위의 밀 수출국이던 우크라이나와 3위 수출국인 러시아가 곡물금수조치를 취함으로써 아프리카 저개발국이 고통을 겪었던 바 있다. 또 2019년 코로나19의 발병에 따라 세계 각국이 곡물의 이동을 금지시킨 바 있고, 2022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곡물의 자유로운 이동이 불가능해지게 됐다. 더구나 향후에는 전쟁과 같은 인위적인 요인이 아니라 기후변화 등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불안요인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식량의 자유무역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더구나 세계 곡물시장은 몬산토, 듀폰, 신젠타 등 4~5개의 메이저 그룹이 지배하는 과점상태기 때문에 공급 측에서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시장교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농산물 수입국가이고, 2022년 식량자급률(생체기준)은 49.2%, 곡물자급률 22.3%(밀 0.7%, 옥수수 0.8%, 콩 7.7%)에 불과하다. 신자유주의 무역논리에 근거한 식량안보의 개념에 더이상 의존해서는 안 된다. ‘안정적인 해외 공급망 확보’에 의존하는 식량안보 확보전략은 허구다. ‘식량안보’라는 미몽(迷夢)에서 탈피해 ‘식량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중장기적 대책을 세우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 https://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62807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서 매년 초 개최하는 농업전망 대회가 있다. 지난해 대회의 제2부 1분과 주제가 ‘식량안보와 농가경영안정’이었다. 핵심내용은 미국-중국 간 분쟁,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생산 감소 등 세계식량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과제로 ‘식품 물가안정’과 ‘수입곡물 전방산업의 경영안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토론자로 참여한 미국곡물협회 한국사무소 대표는 “식량안보 측면에서 곡물유통망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또 다른 토론자 중 한 명인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쌀 중심에서 밀·콩 등 타작물로의 전환’과 ‘국내 부족분 확보를 위한 해외 곡물 엘리베이터 활용’이 농식품부의 정책기조라고 밝혔다. 곡물엘리베이터는 민간기업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곡물유통시설로 현재 포스코 등 일부 기업이 곡물엘리베이터를 우크라이나, 미국 등에 갖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현 정권 내에 5개소까지 확보해 국내 곡물반입량의 18~20%까지 우리 자본으로 들여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오랫동안 암묵적으로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을 동의어로 사용해 왔다. 물론, 부족한 식량의 안정적 확보를 강조하는 입장에서 이른바 ‘공급망 확보’의 중요성을 얘기하면서 해외농업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처럼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을 정책당국자가 공개적이고 노골적으로 구분해서 주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식량주권’이라는 용어는 우리 농정에서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식량주권’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식량안보’가 얼마나 취약한가는 그동안의 경험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우선 식량안보 수준을 나타내는 ‘식량안보지수’를 각 국가별로 보면, 2021년 기준 △1위 아일랜드 △2위 오스트리아 △3위 영국 △4위 핀란드 △5위 스위스 △6위 네덜란드 △7위 캐나다 △8위 일본 △9위 미국 순이다. 뒤를 이어 국토 특성상 농경지의 비중이 매우 낮은 아랍에미리트가 23위, 카타르가 30위로, 한국보다 높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농산물 수출국가이지만 ‘식량안보지수’는 일본보다도 낮다. 그러면 일본이 미국보다 식량이 더 안전하다는 것일까?
식량안보(food security)라는 개념은 무역을 통한 식량의 확보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식량주권(food sovereignty)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개념이다. 즉, 식량안보는 아무런 제약없이 자유무역이 완전히 보장된다는 전제 위에 성립할 수 있는 개념이다. 그러나 2008년 세계적인 원자재가격의 상승, 바이오디젤에 대한 관심 증가로 옥수수 수요증가와 투기자본의 농간으로 농산물가격이 폭등하자 30여 국가에서 식량폭동이 일어났고, 20여개 국 이상이 곡물수출 금지나 제한조치를 취했다. 2010년 동유럽 폭염으로 밀 작황이 악화되자 당시 세계 5위의 밀 수출국이던 우크라이나와 3위 수출국인 러시아가 곡물금수조치를 취함으로써 아프리카 저개발국이 고통을 겪었던 바 있다. 또 2019년 코로나19의 발병에 따라 세계 각국이 곡물의 이동을 금지시킨 바 있고, 2022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곡물의 자유로운 이동이 불가능해지게 됐다. 더구나 향후에는 전쟁과 같은 인위적인 요인이 아니라 기후변화 등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불안요인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식량의 자유무역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더구나 세계 곡물시장은 몬산토, 듀폰, 신젠타 등 4~5개의 메이저 그룹이 지배하는 과점상태기 때문에 공급 측에서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시장교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농산물 수입국가이고, 2022년 식량자급률(생체기준)은 49.2%, 곡물자급률 22.3%(밀 0.7%, 옥수수 0.8%, 콩 7.7%)에 불과하다. 신자유주의 무역논리에 근거한 식량안보의 개념에 더이상 의존해서는 안 된다. ‘안정적인 해외 공급망 확보’에 의존하는 식량안보 확보전략은 허구다. ‘식량안보’라는 미몽(迷夢)에서 탈피해 ‘식량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중장기적 대책을 세우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 https://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62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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