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빈집 문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 유정규 행복의성지원센터장,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3/11/2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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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농촌빈집은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않은 주택’을 말한다. 농촌빈집 문제는 사람이 살기 어려운 우리 농업·농촌의 현실을 보여주는 슬픈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2022년 말 기준, 농촌빈집은 6만6,024호에 달하는데, 이는 2018년 3만8,988호에 비해 70% 가까이 늘어난 숫자다. 지역별로 보면 전남 1만6,310호(24.7%), 경북 1만3,886호(21.0%), 전북 9,904호(15.0%), 경남 9,106호(13.8%), 충남 3,901호(5.9%), 강원 3,886호(5.9%), 충북 3,446호(5.2%) 순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빈집이 늘어나는 원인은 ‘소유주 사망 이후 상속’이 76%로 가장 많고, ‘노환 등에 따른 요양병원 입소’가 20%, ‘다른 지역으로 이주’가 4%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재 고령농가의 비율이 49.8%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농촌빈집의 증가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농가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도 그만큼 빨리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농촌빈집은 농촌의 경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화재나 붕괴 등 안전사고의 발생 우려나 범죄장소로 악용될 소지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행정에서는 빈집 현황을 조사하고, 활용·정비계획을 수립·추진해 오고 있다. 현행 농어촌정비법상 지자체는 빈집 실태조사, 빈집 정비계획의 수립과 시행, 관리가 필요한 빈집에 대한 행정지도, 빈집 철거 업무를 담당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빈집 관리업무가 지자체로 이관된 이후 농촌빈집 관리는 더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집 관리는 크게 철거와 활용으로 나뉘는데, 철거대상으로 파악된 농촌빈집 중 실제 철거된 빈집의 비율은 2020년 23.5%, 2021년 18.8%, 2022년 18.5%로 그 비율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으며, 활용 가능한 빈집 중 활용된 빈집의 비율은 2020년 0.81%, 2021년 0.91%, 2022년 0.74% 등 큰 진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철거와 활용비율이 낮은 것은 지자체의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시·군당 빈집관련 예산은 평균 1억6,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통상 농촌빈집 한 채를 철거하는데 약 2,000만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1년에 겨우 8채 정도 정비할 수 있는 예산이다. 현재와 같은 방식이라면 정비하는 속도보다 새로이 발생하는 빈집의 증가 속도가 더 빠르고, 그 결과 앞으로도 빈집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월 20일, 2027년까지 농촌빈집을 현재의 절반으로 줄인다는 ‘농촌빈집정비활성화대책’을 발표하고, 이를 위해 2024년에 농촌빈집의 종합적 관리를 위한 ‘농촌 빈집 특별법’을 제정해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빈집 정비 관련 역할 정립, 신속한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절차의 간소화, 건축규제 완화 특례 등 빈집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지원근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또, 농촌빈집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공공과 민간이 함께 재원을 투자하여 빈집을 농촌지역에 필요한 시설로 재활용하는 ‘농촌빈집 재생사업’을 기획하고, 전남 해남군에서 첫번째 사업을 시행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 지난 6월 8일에는 국토교통부·농식품부·해양수산부가 모여 그동안 나타난 빈집관리의 혼선을 피하기 위해 빈집실태조사의 세부절차와 지자체의 빈집관리 전담조직 지정 등을 명시한 ‘전국 빈집실태조사 통합가이드라인(지침)’을 마련, 배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은 농촌빈집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농촌빈집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한 분석 없이 발생한 빈집에 대한 대응책만 강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에 이관돼 있는 농촌빈집 관리업무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뒷받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이미 사문화된 농촌빈집 관리에 대한 소유자의 책무를 명확히 하여야 한다. 또, 빈집에 대한 소유자 스스로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써 ‘빈집세(일본 교토시, 2026년부터 시행 예정)' 도입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촌빈집의 발생원인을 완화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우리 농촌을 살만한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고, 이를 위해 지금 시급한 것은 농촌빈집 감소대책이 아니라 우리 농업·농촌을 살릴 수 있는 농정 대전환이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을 묶어서 사용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https://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62101)
2022년 말 기준, 농촌빈집은 6만6,024호에 달하는데, 이는 2018년 3만8,988호에 비해 70% 가까이 늘어난 숫자다. 지역별로 보면 전남 1만6,310호(24.7%), 경북 1만3,886호(21.0%), 전북 9,904호(15.0%), 경남 9,106호(13.8%), 충남 3,901호(5.9%), 강원 3,886호(5.9%), 충북 3,446호(5.2%) 순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빈집이 늘어나는 원인은 ‘소유주 사망 이후 상속’이 76%로 가장 많고, ‘노환 등에 따른 요양병원 입소’가 20%, ‘다른 지역으로 이주’가 4%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재 고령농가의 비율이 49.8%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농촌빈집의 증가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농가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도 그만큼 빨리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농촌빈집은 농촌의 경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화재나 붕괴 등 안전사고의 발생 우려나 범죄장소로 악용될 소지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행정에서는 빈집 현황을 조사하고, 활용·정비계획을 수립·추진해 오고 있다. 현행 농어촌정비법상 지자체는 빈집 실태조사, 빈집 정비계획의 수립과 시행, 관리가 필요한 빈집에 대한 행정지도, 빈집 철거 업무를 담당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빈집 관리업무가 지자체로 이관된 이후 농촌빈집 관리는 더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집 관리는 크게 철거와 활용으로 나뉘는데, 철거대상으로 파악된 농촌빈집 중 실제 철거된 빈집의 비율은 2020년 23.5%, 2021년 18.8%, 2022년 18.5%로 그 비율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으며, 활용 가능한 빈집 중 활용된 빈집의 비율은 2020년 0.81%, 2021년 0.91%, 2022년 0.74% 등 큰 진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철거와 활용비율이 낮은 것은 지자체의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시·군당 빈집관련 예산은 평균 1억6,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통상 농촌빈집 한 채를 철거하는데 약 2,000만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1년에 겨우 8채 정도 정비할 수 있는 예산이다. 현재와 같은 방식이라면 정비하는 속도보다 새로이 발생하는 빈집의 증가 속도가 더 빠르고, 그 결과 앞으로도 빈집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월 20일, 2027년까지 농촌빈집을 현재의 절반으로 줄인다는 ‘농촌빈집정비활성화대책’을 발표하고, 이를 위해 2024년에 농촌빈집의 종합적 관리를 위한 ‘농촌 빈집 특별법’을 제정해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빈집 정비 관련 역할 정립, 신속한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절차의 간소화, 건축규제 완화 특례 등 빈집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지원근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또, 농촌빈집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공공과 민간이 함께 재원을 투자하여 빈집을 농촌지역에 필요한 시설로 재활용하는 ‘농촌빈집 재생사업’을 기획하고, 전남 해남군에서 첫번째 사업을 시행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 지난 6월 8일에는 국토교통부·농식품부·해양수산부가 모여 그동안 나타난 빈집관리의 혼선을 피하기 위해 빈집실태조사의 세부절차와 지자체의 빈집관리 전담조직 지정 등을 명시한 ‘전국 빈집실태조사 통합가이드라인(지침)’을 마련, 배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은 농촌빈집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농촌빈집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한 분석 없이 발생한 빈집에 대한 대응책만 강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에 이관돼 있는 농촌빈집 관리업무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뒷받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이미 사문화된 농촌빈집 관리에 대한 소유자의 책무를 명확히 하여야 한다. 또, 빈집에 대한 소유자 스스로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써 ‘빈집세(일본 교토시, 2026년부터 시행 예정)' 도입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촌빈집의 발생원인을 완화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우리 농촌을 살만한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고, 이를 위해 지금 시급한 것은 농촌빈집 감소대책이 아니라 우리 농업·농촌을 살릴 수 있는 농정 대전환이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을 묶어서 사용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https://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6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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