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 네트워크와 경제 플랫폼을 구상해보자 | 구자인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 소장,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3/11/17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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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만들기-사회적경제 더 강력히 결합
농촌 마을공동체 지역 네트워크 구축
도시-농촌 손잡고 경제플랫폼 도전할 때
지난 2020년부터 농식품부가 마을만들기 사무를 지자체로 이양하면서 농촌마을정책까지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어 왔다. 내년에는 농어촌의 체험휴양마을 사무장 지원 예산도 전액 삭감돼 실업자가 1000명 이상 발생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마을공동체 활동이 행정 보조사업에 지나치게 의존한 탓도 있지만, 그만큼 마을공동체 스스로 자체 기금을 만들어낼 여력이 없는 탓도 크다. 열심히 농사짓는다고 소득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농어민수당이나 공익직불금은 개인 주머니로 들어가도록 제도가 설계되어 마을기금으로 유입되는 경로는 없는 셈이다. 지자체가 별도로 기금을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민간이 그런 사회적 자산을 형성한 것도 아니라 더 어려운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 정책은 특출한 마을과 법인에만 투자를 집중했다. 공모라는 방식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선도모델을 만들겠다는 전략이고, 기존의 국토개발에서 채택한 ‘거점개발’처럼 유출효과(spill over)를 기대하는 방법론이다. 하지만 이렇게 전국에 ‘씨앗’만 계속 뿌리는 방식이고, 결과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토양과 생태계를 만드는 것에는 너무 인색했다.
물론 정부 정책만의 한계는 아니고, 민간 스스로도 이런 지역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한 책임도 없지 않다. 전국적으로 마을만들기의 중간지원조직이 설치된 곳도 많이 있지만 행정사업을 집행하는 것에 급급하고 중장기 전략으로 기본계획을 수립한 곳은 아주 소수에 불과할 뿐이다. 행정 사업도 많았지만, 마을공동체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함께 동반성장’하는 전략을 찾는 지자체는 그리 많지 않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지만 마을공동체가 협력하여 새롭게 경제모델을 만들 방안은 없을까? 그런 꿈을 함께 꿀 수 없을까? 이제는 더 늦기 전에 농촌 마을공동체의 지역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경제플랫폼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이미 선도적인 사례는 전국 여러 곳에서 시도되었다. 전북 진안군에서 100여 명의 주주가 모여 2011년에 설립했던 진안마을주식회사는 마을만들기의 지역 네트워크이자 경제플랫폼으로 아주 선진적인 시도였다. 비록 여러 복합적인 요인으로 지금은 침체기에 있지만, 당시의 치열했던 고민은 여전히 유효하다.
또 이웃 완주군의 로컬푸드 모델도 풀뿌리 마을공동체와 생산자 작목반을 조직하며 지역순환경제를 구축하고자 했던 선진사례에 해당한다.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사회적경제의 선진지로도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전국 곳곳에서 여러 단초는 보인다. 이런 선도 사례에서 나타났던 시행착오 경험은 매우 소중한 자산이고, 깊이 학습할 가치가 있다. 또 최근 10여 년간 도시에서 성장해온 마을공동체도 적지 않고, 이들과 전면적으로 교류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경제플랫폼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런 지향점에서 몇 가지 검토할 과제가 있다.
먼저, 마을공동체 스스로 경제활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부에서는 마을공동체의 경제 활동에 아주 비판적이지만, 생계 기반이 되는 경제(특히 농업)를 소홀히 하면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것도 명확하다. 마을마다 유기농업, 도농교류, 귀농귀촌, 6차산업 등을 연계하며 작목반처럼 작게 출발하여 마을 특성에 맞게끔 경제조직을 설립해 나가면 된다. 그리고 읍면 단위로 마을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주민자치회도 설립하고 지역농업과 지역순환경제를 검토해야 한다. 지역의 자치력과 자급력을 높여가는 방향으로 서로 협력해야 한다.
둘째, 마을만들기와 사회적경제는 이제야말로 더 강력하게 결합해야 한다. 마을만들기의 경제 모델이 사회적경제이고, 사회적경제의 공동체 모델이 마을만들기인 셈이다. 서로의 차이점을 강조하기보다 공통점에 더 주목하며 현장에서 윈-윈 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정책사업은 서로가 협력할 때 중요한 마중물로 활용할 수 있다. ‘정책 칸막이’만 탓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 협력하며 좋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내년도 행정예산이 삭감된다고 정부 탓만 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진지하게 성찰하며 원칙에 더 충실해야 한다. 현장에서 더 실용적으로 연결되어 뿌리를 내려야 한다.
셋째, 무엇보다 ‘지자체 모델’을 구상하고 이를 지원하고 보완하는 형태로 광역 지자체로, 또 전국적으로 협력하는 모델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그동안 진안군이나 완주군이나 또 그 밖의 지역에서 축적해온 다양한 경험이 우리에게는 좋은 자산이 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작은 마을공동체의 단점을 협력과 연대로 극복해야 한다.
특히 중간지원조직은 이런 공론장을 연속 개최하고, 5년, 10년 앞을 내다보는 지자체 모델을 구상해야 한다. 지자체마다 조례에 규정되어 있는 ‘마을만들기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여기에 이런 큰 비전이 담길 수 있도록 해보자. 큰 꿈을 함께 꾸면서 작은 차이는 극복될 수 있다.
넷째, 도시와 농촌의 마을공동체가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는 방식으로 손을 잡아야 한다. 작은 군 단위조차 읍내에 소비자가 아주 많다. 광역 지자체로, 전국으로 확장하면 마을공동체 영역에서 결합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이나 거점시설, 온라인 플랫폼은 더 많아진다. 도농순환이란 관점에서 농촌관광, 귀농귀촌, 공정여행, 산촌유학, 먹거리, 노인복지, 사회적농업 등 서로 연계하고 협력할 영역은 아주 넓다.
도시의 소비자 생협이 농촌의 유기농업 생산자와 결합하여 안정된 경제모델을 만들었던 역사적 경험을 참고하면서, ‘마을공동체의 지역 네트워크와 경제플랫폼’을 이제는 진지하게 검토해보자. 서구의 몬드라곤이나 제3이태리, 퀘벡 등을 부러워만 하지 말고, 이제는 우리도 더 큰 그림을 그려보며 논의를 시작해보자. 올 겨울 농한기가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2656)
농촌 마을공동체 지역 네트워크 구축
도시-농촌 손잡고 경제플랫폼 도전할 때
지난 2020년부터 농식품부가 마을만들기 사무를 지자체로 이양하면서 농촌마을정책까지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어 왔다. 내년에는 농어촌의 체험휴양마을 사무장 지원 예산도 전액 삭감돼 실업자가 1000명 이상 발생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마을공동체 활동이 행정 보조사업에 지나치게 의존한 탓도 있지만, 그만큼 마을공동체 스스로 자체 기금을 만들어낼 여력이 없는 탓도 크다. 열심히 농사짓는다고 소득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농어민수당이나 공익직불금은 개인 주머니로 들어가도록 제도가 설계되어 마을기금으로 유입되는 경로는 없는 셈이다. 지자체가 별도로 기금을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민간이 그런 사회적 자산을 형성한 것도 아니라 더 어려운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 정책은 특출한 마을과 법인에만 투자를 집중했다. 공모라는 방식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선도모델을 만들겠다는 전략이고, 기존의 국토개발에서 채택한 ‘거점개발’처럼 유출효과(spill over)를 기대하는 방법론이다. 하지만 이렇게 전국에 ‘씨앗’만 계속 뿌리는 방식이고, 결과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토양과 생태계를 만드는 것에는 너무 인색했다.
물론 정부 정책만의 한계는 아니고, 민간 스스로도 이런 지역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한 책임도 없지 않다. 전국적으로 마을만들기의 중간지원조직이 설치된 곳도 많이 있지만 행정사업을 집행하는 것에 급급하고 중장기 전략으로 기본계획을 수립한 곳은 아주 소수에 불과할 뿐이다. 행정 사업도 많았지만, 마을공동체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함께 동반성장’하는 전략을 찾는 지자체는 그리 많지 않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지만 마을공동체가 협력하여 새롭게 경제모델을 만들 방안은 없을까? 그런 꿈을 함께 꿀 수 없을까? 이제는 더 늦기 전에 농촌 마을공동체의 지역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경제플랫폼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이미 선도적인 사례는 전국 여러 곳에서 시도되었다. 전북 진안군에서 100여 명의 주주가 모여 2011년에 설립했던 진안마을주식회사는 마을만들기의 지역 네트워크이자 경제플랫폼으로 아주 선진적인 시도였다. 비록 여러 복합적인 요인으로 지금은 침체기에 있지만, 당시의 치열했던 고민은 여전히 유효하다.
또 이웃 완주군의 로컬푸드 모델도 풀뿌리 마을공동체와 생산자 작목반을 조직하며 지역순환경제를 구축하고자 했던 선진사례에 해당한다.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사회적경제의 선진지로도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전국 곳곳에서 여러 단초는 보인다. 이런 선도 사례에서 나타났던 시행착오 경험은 매우 소중한 자산이고, 깊이 학습할 가치가 있다. 또 최근 10여 년간 도시에서 성장해온 마을공동체도 적지 않고, 이들과 전면적으로 교류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경제플랫폼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런 지향점에서 몇 가지 검토할 과제가 있다.
먼저, 마을공동체 스스로 경제활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부에서는 마을공동체의 경제 활동에 아주 비판적이지만, 생계 기반이 되는 경제(특히 농업)를 소홀히 하면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것도 명확하다. 마을마다 유기농업, 도농교류, 귀농귀촌, 6차산업 등을 연계하며 작목반처럼 작게 출발하여 마을 특성에 맞게끔 경제조직을 설립해 나가면 된다. 그리고 읍면 단위로 마을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주민자치회도 설립하고 지역농업과 지역순환경제를 검토해야 한다. 지역의 자치력과 자급력을 높여가는 방향으로 서로 협력해야 한다.
둘째, 마을만들기와 사회적경제는 이제야말로 더 강력하게 결합해야 한다. 마을만들기의 경제 모델이 사회적경제이고, 사회적경제의 공동체 모델이 마을만들기인 셈이다. 서로의 차이점을 강조하기보다 공통점에 더 주목하며 현장에서 윈-윈 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정책사업은 서로가 협력할 때 중요한 마중물로 활용할 수 있다. ‘정책 칸막이’만 탓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 협력하며 좋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내년도 행정예산이 삭감된다고 정부 탓만 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진지하게 성찰하며 원칙에 더 충실해야 한다. 현장에서 더 실용적으로 연결되어 뿌리를 내려야 한다.
셋째, 무엇보다 ‘지자체 모델’을 구상하고 이를 지원하고 보완하는 형태로 광역 지자체로, 또 전국적으로 협력하는 모델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그동안 진안군이나 완주군이나 또 그 밖의 지역에서 축적해온 다양한 경험이 우리에게는 좋은 자산이 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작은 마을공동체의 단점을 협력과 연대로 극복해야 한다.
특히 중간지원조직은 이런 공론장을 연속 개최하고, 5년, 10년 앞을 내다보는 지자체 모델을 구상해야 한다. 지자체마다 조례에 규정되어 있는 ‘마을만들기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여기에 이런 큰 비전이 담길 수 있도록 해보자. 큰 꿈을 함께 꾸면서 작은 차이는 극복될 수 있다.
넷째, 도시와 농촌의 마을공동체가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는 방식으로 손을 잡아야 한다. 작은 군 단위조차 읍내에 소비자가 아주 많다. 광역 지자체로, 전국으로 확장하면 마을공동체 영역에서 결합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이나 거점시설, 온라인 플랫폼은 더 많아진다. 도농순환이란 관점에서 농촌관광, 귀농귀촌, 공정여행, 산촌유학, 먹거리, 노인복지, 사회적농업 등 서로 연계하고 협력할 영역은 아주 넓다.
도시의 소비자 생협이 농촌의 유기농업 생산자와 결합하여 안정된 경제모델을 만들었던 역사적 경험을 참고하면서, ‘마을공동체의 지역 네트워크와 경제플랫폼’을 이제는 진지하게 검토해보자. 서구의 몬드라곤이나 제3이태리, 퀘벡 등을 부러워만 하지 말고, 이제는 우리도 더 큰 그림을 그려보며 논의를 시작해보자. 올 겨울 농한기가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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