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천 농림 장관이 사는 길 | 송기호 변호사·조선대 겸임교수
- 작성일2020/03/04 18:45
- 조회 379
정운천 농림 장관이 사는 길
|송기호/변호사·조선대 겸임교수
"‘광우병 고시‘ 입법예고는 무효"
"정운천 회장님, 참 존경 합니다.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07년 3월 2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 하는 농림부 업무 보고 대회‘에서, 당시 농업인CEO연합회 회장이었던 정운천 농림부 장관을 면전에서 치하하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평가처럼, 정 장관은 농림부 장관으로서도 존경받을 수 있었다. 그는 농림부의 명칭에 처음으로 ‘식품‘이 들어간 중요한 시점에 장관으로 취임했다. 농업이 변방으로 밀리지 않고, 식품을 매개로 해서 국민과의 연계를 밀접히 할 시대적 과제가 있었다. 농업에게는 국민의 이름으로, 국민에게는 식품의 이름으로 변화를 요구해야 했다. 우리 모두를 위해 그는 꼭 성공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 그는 회복하기 어려운 시련에 처했다. 바로 ‘식품‘ 때문에. 그가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검역 기준에 대해, 종래 농림부가 견지하려고 한 최소한의 원칙을 하루아침에 뒤집었던 순간,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그는 그 순간에, 국내의 축산 농가를 염려했고, 그 대책을 점검했었을 것이다. (나는 그가 ‘독박‘을 쓰게 되었다면서 웃고 넘어갔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농림수산‘식품‘부의 장관으로서, 푸드 시스템의 신뢰성을 관리해야만 했다. 보통 푸드 시스템이라는 개념으로 파악되는, 농업-식품산업-외식산업의 상호 연관 체계는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 기여도도 매우 높다. 이명헌 인천대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는 한 해에 약 117조 원을 먹을거리에 지출한다.
그런데 푸드 시스템에서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아이는 엄마를 믿기 때문에, 엄마가 주는 음식을 받아먹는다. 이처럼 신뢰야말로 푸드 시스템의 핵심이다. 그러므로 정 장관이 성공하려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했다.
정 장관은 주무 장관으로서, 한국 푸드 시스템의 신뢰성 위기를 직시해야 한다. 정부가 광우병 위험 부위 기준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광우병 검역의 공인된 방화벽인 30개월령마저 해제하고, 끊임없는 왜곡과 은폐를 쏟아 내자, 소비자들은 푸드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거두었다. 정부가 국민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믿었던 막연한 기대마저 좌절되자, 소비자들은 이제 스스로의 힘으로 식품 안전성을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해결 불가능한 과제이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쇠고기 자체를 먹지 않는 결정을 하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실제로 상륙할 경우, 소비자들은 더 직접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이 상태에서는 한국의 푸드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 한국인이 믿지 않는 한국의 푸드 시스템을 외국인이 믿어 줄 리 없다.
국회 청문회에서 정 장관이 ‘현장으로 가겠다‘는 말을 되풀이 하는 모습은 옆에서 지켜보기에도 매우 안쓰러웠다. 그러나 정 장관이 가야할 현장은 농촌이 아니다. 그는 한국의 푸드 시스템의 관리자이어야 한다. 그리고 푸드 시스템의 현장은 농촌만이 아니다.
정 장관이 식품부처의 장관으로서 성공하려면, 광우병 고시 공고를 강행해서는 안 된다. 고시 강행은 비상구를 스스로 닫아 버리는 것이다. 푸드 시스템의 신뢰를 이어줄 실낱마저 싹둑 잘라버리는 것이다. 만일 어느 푸드 시스템이 소비자의 80%이상이 요구하는 안전 기준을 끝내 거부하면서도, 그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 시스템의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정 장관이 푸드 시스템을 살리는 첫 단추는 고시 강행을 중단하는 것이다. 만일 법률가로서 조언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정 장관에게 광우병 고시를 중단하고 새로운 내용으로 입법예고를 다시 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행정절차법‘과 ‘법제업무운용규정‘에서 그렇게 다시 입법예고 하도록 되어 있다. 장관의 광우병 고시는 행정절차법 41조의 ‘행정상 입법예고‘에 해당한다. 그리고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23조는 행정절차법 제 41조 제 4항의 위임을 받아, 행정상 입법예고에 관해서는 대통령령인 ‘법제업무운용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규정하였다. 그런데 법제업무규정 제 14조 제3항에는, 입법예고 후 예고내용에 중요한 변경이 발생하거나 국민 생활과 직접 관련되는 내용이 추가되는 경우에는 해당 부분에 대한 입법예고를 다시 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바로 광우병 고시 입법예고가 여기에 해당한다. 정부는 어제의 한국과 미국의 서한 교환을 통해 애초의 입법예고와는 달리 검역주권을 명문화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애초의 입법예고에서의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SRM)을 미국과 동일하게 변경하였다고 했다. 게다가 한국의 입법예고 진행 중에 미국은 완화된 사료 조치를 발표했고, 한국은 전면적으로 30개월령을 풀어주는 결과가 되었다. 이 모든 사정은 애초 예고한 내용에 중요한 변경이 발생한 경우에 해당하며 국민 식생활과 직접 관련되는 내용이 추가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정 장관은 위 부분에 대하여 입법예고를 다시 해야 한다. ‘법제업무운영규정 시행규칙‘ 제 9조에서 정한, 입법이 긴급을 요하는 경우로서의 돌발사태 등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둘째, 입법예고된 광우병 고시 5항, 22항, 23항, 부칙 2항은 그 내용이 ‘세계무역기구협정의 이행에 관한 특별법‘과 ‘가축전염병예방법‘을 위반한 무효의 고시이므로, 장관은 이 무효 조항을 고쳐 입법예고를 다시 해야 한다.
광우병 고시 5항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여러 건 발생하더라도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의 광우병 관리등급을 하향 변경하지 않는 한 한국이 수입중단을 할 수 없도록 하였다. 이는 아래의 ‘세계무역기구협정의 이행에 관한 특별법‘ 제8조 위반이다.
8조 (국민건강의 보호) 정부는 식품, 그 용기, 그 밖의 수입물품에 「검역법」, 「식품위생법」, 「식물방역법」, 「가축전염병예방법」 등의 법령으로 정하는 세균·병해충 또는 유해물질 등이 포함되어 있어 국민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세계무역기구)협정과 관계 법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다음 각 호의 물품에 대하여 수입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1. 그 수입물품
2. 그 수입물품을 원료로 하여 제조·가공된 물품
3. 그 수입물품을 제조·가공한 제조원의 유사 물품
광우병 고시 23항은,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SRM)이 미국산 쇠고기에서 발견되더라도, 해당 위반 작업장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 한국은 수입 검역을 계속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의 해석상, 위반 작업장이 아닌 다른 작업장에서 수출한 쇠고기에 대해서는 한국은 당연히 수입 검역을 계속해야 한다. 그런데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 52조는 농림부 장관에게 광우병 국내 유입 방지를 위해 검역 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여기에 어떤 제한이나 단서가 붙이지 않았다. 그런데 앞에서 본 광우병 고시 23항에 의하면, 광우병 위험부위 혼입이라는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도, 농림부 장관은 검역 중단을 할 수 없다. 이는 위 법률 조항이 장관에게 부여한 재량권의 핵심을 포기한 행위로서, 허용될 수 없다.
또한 광우병 고시 23항은 정삼 검사 비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미국산 쇠고기에 대하여 표본 검사만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가축전염병예방법 30조 제 4항은, 지정 검역물, 그 용기 및 포장 등 검역관이 검역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물건에 대하여 검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전수검사를 포기한 것은 위 조항이 부여한 검사권의 핵심을 포기한 것과 같다.
광우병 고시 22항은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수출국 검역 증명서에 기재해야 할 사항 가운데 다음의 11항을 삭제해 주었다.
11. 수출용 쇠고기 또는 쇠고기 제품을 생산한 소는 국제수역사무국이 채택하고 있는 동물위생규약에 정의된 바와 같이, 광우병이 의심되거나 확정된 개체, 광우병 감염 소의 확정된 후대, 또는 광우병 감염 소의 확정된 동거축이 아니다.
그러나 가축전염병예방관리법 제 34조 제 1항은 수출국 검역 증명서를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수출국의 정부기관이 가축전염병의 병원체를 퍼뜨릴 우려가 없다고 증명한 검역증명서를 첨부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러함에도 광우병 고시 22항은, 위와 같은 검역증명서 요건의 핵심적 사항인 광우병 판정 소 혹은 감염 의심 소에서 나온 쇠고기가 아닐 것을 검역증명서의 기재 내용에서 제외시켜 주었다.
광우병 고시 부칙 2항은 30개월령을 풀어주면서 미국의 이른바 강화된 사료조치를 공포할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장관의 고시 제정권은 무제한의 권한이 아니다. 가축전염병예방법 제 34조 제2항은 장관이 가축방역 및 공중위생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본 광우병 고시와 같은 검역 내용을 고시할 수 있도록 했다. 어디까지나, 광우병 고시는 공중위생상 필요할 것이라는 요건을 갖추어야만 한다. 그러나 미국의 사료조치가 공포되기만 해도, 그 시행과는 관계없이 30개월령이라는 핵심적 검역 수단을 포기한 것은 전혀 공중위생상 필요한 조치라 할 수 없다. 서로 균형과 비례가 맞지 않는다. 이 점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에 대한 표시제를 포기하는 대신, 티본스테이크 등에 180일만 표시를 하도록 한 부칙 4항에도 마찬가지로 해당한다.
셋째, 광우병 고시에 미국의 실정 법률이 등장하는 것은 위헌이다. 1항 1호의 쇠고기 개념에서부터 미국의 연방육류검사법에 따라 정의된다. (as described in the U.S. Federal Meat Inspection Act) 그리고 엊그제의 서한 교환에서도 광우병 위험부위 제거에 대한 미국의 유효 규정이 판단 기준으로 제시되어 있다. (satisfy prevailing U.S. Regulations on SRM removal)이라고 되어 있다. 이 구조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미국 국내 법률이 직접 광우병 고시를 통해 한국의 내부 법률관계를 형성하고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헌법은 ‘포로에 관한 제네바 협정‘과 같이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가 아닌 한, 그 어떠한 외국의 법률이 자동적으로 국내 규범으로 편입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헌법 제 6조 제1항) 그러므로 한국의 어떠한 장관도 그의 행위 준칙의 근거를 직접 외국의 법률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 1항 1호와 위 서한은 위헌이다.
넷째, 정부는 서한 교환을 통해 애초의 입법예고보다 더 엄격한 검역 기준을 설정하였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한국은 이를 반영하여, 세계무역기구 협정에서 정한 60일간의 입법예고를 해야 한다. 세계무역기구 위생검역 협정(SPS) 제 7조 및 부속서2의 5(d)항, 그리고 위생검역위원회의 가이드라인(G/SPS/7/Rev.2) 33항에 의하면, 위생검역기준을 변경하는 경우 입법예고기간은 일반적으로 최소한 60일이다.(Members shall normally allow a period of at least sixty days for comments) 아마도 행정절차법 제 43조가 정한 20일 이상의 입법예고 기간을 준수했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서한 교환 이전의 일이다. 전라북도 학교급식 조례 무효 판결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의 대법원은 일관되게 세계무역기구 협정들을 국내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 장관은 서한 교환의 내용을 반영하여 60일간 입법예고를 해야 한다.
우리 모두를 위해 정 장관은 성공해야 한다. 정운천 장관은 광우병 고시를 중단하고 새로운 내용으로 입법예고를 다시 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의 푸드 시스템이 살 수 있다. 정 장관의 현장은 결코 농촌만이 아니라, 푸드 시스템이다.
*2008년 글입니다.
[출 처 : 프레시안]
|송기호/변호사·조선대 겸임교수
"‘광우병 고시‘ 입법예고는 무효"
"정운천 회장님, 참 존경 합니다.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07년 3월 2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 하는 농림부 업무 보고 대회‘에서, 당시 농업인CEO연합회 회장이었던 정운천 농림부 장관을 면전에서 치하하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평가처럼, 정 장관은 농림부 장관으로서도 존경받을 수 있었다. 그는 농림부의 명칭에 처음으로 ‘식품‘이 들어간 중요한 시점에 장관으로 취임했다. 농업이 변방으로 밀리지 않고, 식품을 매개로 해서 국민과의 연계를 밀접히 할 시대적 과제가 있었다. 농업에게는 국민의 이름으로, 국민에게는 식품의 이름으로 변화를 요구해야 했다. 우리 모두를 위해 그는 꼭 성공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 그는 회복하기 어려운 시련에 처했다. 바로 ‘식품‘ 때문에. 그가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검역 기준에 대해, 종래 농림부가 견지하려고 한 최소한의 원칙을 하루아침에 뒤집었던 순간,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그는 그 순간에, 국내의 축산 농가를 염려했고, 그 대책을 점검했었을 것이다. (나는 그가 ‘독박‘을 쓰게 되었다면서 웃고 넘어갔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농림수산‘식품‘부의 장관으로서, 푸드 시스템의 신뢰성을 관리해야만 했다. 보통 푸드 시스템이라는 개념으로 파악되는, 농업-식품산업-외식산업의 상호 연관 체계는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 기여도도 매우 높다. 이명헌 인천대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는 한 해에 약 117조 원을 먹을거리에 지출한다.
그런데 푸드 시스템에서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아이는 엄마를 믿기 때문에, 엄마가 주는 음식을 받아먹는다. 이처럼 신뢰야말로 푸드 시스템의 핵심이다. 그러므로 정 장관이 성공하려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했다.
정 장관은 주무 장관으로서, 한국 푸드 시스템의 신뢰성 위기를 직시해야 한다. 정부가 광우병 위험 부위 기준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광우병 검역의 공인된 방화벽인 30개월령마저 해제하고, 끊임없는 왜곡과 은폐를 쏟아 내자, 소비자들은 푸드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거두었다. 정부가 국민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믿었던 막연한 기대마저 좌절되자, 소비자들은 이제 스스로의 힘으로 식품 안전성을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해결 불가능한 과제이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쇠고기 자체를 먹지 않는 결정을 하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실제로 상륙할 경우, 소비자들은 더 직접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이 상태에서는 한국의 푸드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 한국인이 믿지 않는 한국의 푸드 시스템을 외국인이 믿어 줄 리 없다.
국회 청문회에서 정 장관이 ‘현장으로 가겠다‘는 말을 되풀이 하는 모습은 옆에서 지켜보기에도 매우 안쓰러웠다. 그러나 정 장관이 가야할 현장은 농촌이 아니다. 그는 한국의 푸드 시스템의 관리자이어야 한다. 그리고 푸드 시스템의 현장은 농촌만이 아니다.
정 장관이 식품부처의 장관으로서 성공하려면, 광우병 고시 공고를 강행해서는 안 된다. 고시 강행은 비상구를 스스로 닫아 버리는 것이다. 푸드 시스템의 신뢰를 이어줄 실낱마저 싹둑 잘라버리는 것이다. 만일 어느 푸드 시스템이 소비자의 80%이상이 요구하는 안전 기준을 끝내 거부하면서도, 그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 시스템의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정 장관이 푸드 시스템을 살리는 첫 단추는 고시 강행을 중단하는 것이다. 만일 법률가로서 조언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정 장관에게 광우병 고시를 중단하고 새로운 내용으로 입법예고를 다시 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행정절차법‘과 ‘법제업무운용규정‘에서 그렇게 다시 입법예고 하도록 되어 있다. 장관의 광우병 고시는 행정절차법 41조의 ‘행정상 입법예고‘에 해당한다. 그리고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23조는 행정절차법 제 41조 제 4항의 위임을 받아, 행정상 입법예고에 관해서는 대통령령인 ‘법제업무운용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규정하였다. 그런데 법제업무규정 제 14조 제3항에는, 입법예고 후 예고내용에 중요한 변경이 발생하거나 국민 생활과 직접 관련되는 내용이 추가되는 경우에는 해당 부분에 대한 입법예고를 다시 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바로 광우병 고시 입법예고가 여기에 해당한다. 정부는 어제의 한국과 미국의 서한 교환을 통해 애초의 입법예고와는 달리 검역주권을 명문화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애초의 입법예고에서의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SRM)을 미국과 동일하게 변경하였다고 했다. 게다가 한국의 입법예고 진행 중에 미국은 완화된 사료 조치를 발표했고, 한국은 전면적으로 30개월령을 풀어주는 결과가 되었다. 이 모든 사정은 애초 예고한 내용에 중요한 변경이 발생한 경우에 해당하며 국민 식생활과 직접 관련되는 내용이 추가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정 장관은 위 부분에 대하여 입법예고를 다시 해야 한다. ‘법제업무운영규정 시행규칙‘ 제 9조에서 정한, 입법이 긴급을 요하는 경우로서의 돌발사태 등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둘째, 입법예고된 광우병 고시 5항, 22항, 23항, 부칙 2항은 그 내용이 ‘세계무역기구협정의 이행에 관한 특별법‘과 ‘가축전염병예방법‘을 위반한 무효의 고시이므로, 장관은 이 무효 조항을 고쳐 입법예고를 다시 해야 한다.
광우병 고시 5항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여러 건 발생하더라도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의 광우병 관리등급을 하향 변경하지 않는 한 한국이 수입중단을 할 수 없도록 하였다. 이는 아래의 ‘세계무역기구협정의 이행에 관한 특별법‘ 제8조 위반이다.
8조 (국민건강의 보호) 정부는 식품, 그 용기, 그 밖의 수입물품에 「검역법」, 「식품위생법」, 「식물방역법」, 「가축전염병예방법」 등의 법령으로 정하는 세균·병해충 또는 유해물질 등이 포함되어 있어 국민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세계무역기구)협정과 관계 법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다음 각 호의 물품에 대하여 수입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1. 그 수입물품
2. 그 수입물품을 원료로 하여 제조·가공된 물품
3. 그 수입물품을 제조·가공한 제조원의 유사 물품
광우병 고시 23항은,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SRM)이 미국산 쇠고기에서 발견되더라도, 해당 위반 작업장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 한국은 수입 검역을 계속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의 해석상, 위반 작업장이 아닌 다른 작업장에서 수출한 쇠고기에 대해서는 한국은 당연히 수입 검역을 계속해야 한다. 그런데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 52조는 농림부 장관에게 광우병 국내 유입 방지를 위해 검역 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여기에 어떤 제한이나 단서가 붙이지 않았다. 그런데 앞에서 본 광우병 고시 23항에 의하면, 광우병 위험부위 혼입이라는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도, 농림부 장관은 검역 중단을 할 수 없다. 이는 위 법률 조항이 장관에게 부여한 재량권의 핵심을 포기한 행위로서, 허용될 수 없다.
또한 광우병 고시 23항은 정삼 검사 비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미국산 쇠고기에 대하여 표본 검사만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가축전염병예방법 30조 제 4항은, 지정 검역물, 그 용기 및 포장 등 검역관이 검역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물건에 대하여 검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전수검사를 포기한 것은 위 조항이 부여한 검사권의 핵심을 포기한 것과 같다.
광우병 고시 22항은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수출국 검역 증명서에 기재해야 할 사항 가운데 다음의 11항을 삭제해 주었다.
11. 수출용 쇠고기 또는 쇠고기 제품을 생산한 소는 국제수역사무국이 채택하고 있는 동물위생규약에 정의된 바와 같이, 광우병이 의심되거나 확정된 개체, 광우병 감염 소의 확정된 후대, 또는 광우병 감염 소의 확정된 동거축이 아니다.
그러나 가축전염병예방관리법 제 34조 제 1항은 수출국 검역 증명서를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수출국의 정부기관이 가축전염병의 병원체를 퍼뜨릴 우려가 없다고 증명한 검역증명서를 첨부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러함에도 광우병 고시 22항은, 위와 같은 검역증명서 요건의 핵심적 사항인 광우병 판정 소 혹은 감염 의심 소에서 나온 쇠고기가 아닐 것을 검역증명서의 기재 내용에서 제외시켜 주었다.
광우병 고시 부칙 2항은 30개월령을 풀어주면서 미국의 이른바 강화된 사료조치를 공포할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장관의 고시 제정권은 무제한의 권한이 아니다. 가축전염병예방법 제 34조 제2항은 장관이 가축방역 및 공중위생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본 광우병 고시와 같은 검역 내용을 고시할 수 있도록 했다. 어디까지나, 광우병 고시는 공중위생상 필요할 것이라는 요건을 갖추어야만 한다. 그러나 미국의 사료조치가 공포되기만 해도, 그 시행과는 관계없이 30개월령이라는 핵심적 검역 수단을 포기한 것은 전혀 공중위생상 필요한 조치라 할 수 없다. 서로 균형과 비례가 맞지 않는다. 이 점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에 대한 표시제를 포기하는 대신, 티본스테이크 등에 180일만 표시를 하도록 한 부칙 4항에도 마찬가지로 해당한다.
셋째, 광우병 고시에 미국의 실정 법률이 등장하는 것은 위헌이다. 1항 1호의 쇠고기 개념에서부터 미국의 연방육류검사법에 따라 정의된다. (as described in the U.S. Federal Meat Inspection Act) 그리고 엊그제의 서한 교환에서도 광우병 위험부위 제거에 대한 미국의 유효 규정이 판단 기준으로 제시되어 있다. (satisfy prevailing U.S. Regulations on SRM removal)이라고 되어 있다. 이 구조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미국 국내 법률이 직접 광우병 고시를 통해 한국의 내부 법률관계를 형성하고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헌법은 ‘포로에 관한 제네바 협정‘과 같이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가 아닌 한, 그 어떠한 외국의 법률이 자동적으로 국내 규범으로 편입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헌법 제 6조 제1항) 그러므로 한국의 어떠한 장관도 그의 행위 준칙의 근거를 직접 외국의 법률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 1항 1호와 위 서한은 위헌이다.
넷째, 정부는 서한 교환을 통해 애초의 입법예고보다 더 엄격한 검역 기준을 설정하였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한국은 이를 반영하여, 세계무역기구 협정에서 정한 60일간의 입법예고를 해야 한다. 세계무역기구 위생검역 협정(SPS) 제 7조 및 부속서2의 5(d)항, 그리고 위생검역위원회의 가이드라인(G/SPS/7/Rev.2) 33항에 의하면, 위생검역기준을 변경하는 경우 입법예고기간은 일반적으로 최소한 60일이다.(Members shall normally allow a period of at least sixty days for comments) 아마도 행정절차법 제 43조가 정한 20일 이상의 입법예고 기간을 준수했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서한 교환 이전의 일이다. 전라북도 학교급식 조례 무효 판결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의 대법원은 일관되게 세계무역기구 협정들을 국내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 장관은 서한 교환의 내용을 반영하여 60일간 입법예고를 해야 한다.
우리 모두를 위해 정 장관은 성공해야 한다. 정운천 장관은 광우병 고시를 중단하고 새로운 내용으로 입법예고를 다시 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의 푸드 시스템이 살 수 있다. 정 장관의 현장은 결코 농촌만이 아니라, 푸드 시스템이다.
*2008년 글입니다.
[출 처 : 프레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