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감소, 기후재해, 농민들이 위험하다 | 이상길 한국농어민신문 논설위원,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3/10/30 15:02
- 조회 229
농민들이 위험하다. 농산물 가격은 하락하는데 생산비는 폭등해 농업소득이 쪼그라들고, 시도 때도 없이 덮치는 기후재해로 삶을 위협받고 있다. 영세 고령농은 빈곤화의 늪에 빠졌고, 어느 정도 기반을 닦아나가는 청장년층마저 심각한 경영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이런 위기는 극히 일부 상층 농민, 기업농을 제외하고 전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호당 농가소득은 4615만3000원으로 전년보다 3.4%줄었다. 3년만의 마이너스다.
그런데 호당 농업소득은 1296만1000원에서 948만5000원으로 26.8%(347만6000원)나 감소, 1962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폭으로 줄었다. 농업소득은 1994년 이후 1000만 원대에서 머물다가 이번에 다시 30년 전으로 후퇴한 것이다.
이는 명목소득으로 그렇다는 얘기지, 그동안의 물가 인상을 감안해 계산해보면 지난 30년 동안 실질 농업소득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2015년 물가로 환산한 실질 농업소득은 1994년 호당 1730만원에서 2022년 864만원으로 반 토막 났다.
2022년 농업소득이 급감한 이유는 쌀, 한우, 계란, 채소 등 주요 농산물의 가격은 하락한 반면 비료, 사료, 에너지 가격의 폭등으로 농업경영비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농업경영비가 폭등한 것은 단기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 때문이다.
하지만 농업소득 저하의 근본적 원인은 계속된 농산물 수입 확대로 농산물 가격은 억제 당하는데, 반대로 경영비는 크게 올라 농업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농업총수입에서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농업소득률이 2000년 55.8%에서 2022년 27.4%로 급감한 것은 이를 증명한다.
농업소득이란 농사를 지어 얻는 소득이다. 농업소득이 안정돼야 농민들이 농사를 계속 지어 국민들에게 질 좋은 농산물을 공급할 것이고, 농촌사회와 농촌경관을 지켜나갈 수 있지만, 이것이 악화되면 농업의 지속가능성은 담보할 수 없다.
문제는 이대로 갈 경우, 전망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농업소득이 악화되면서, 영세 고령농가의 상당수가 이미 심각한 빈곤화의 길에 들어섰다. 농가들이 소득을 확보하려면 전업화·규모화로 가거나, 농외소득활동을 하는 방법이 있는데, 고령농의 경우 이도 저도 어려우니 빈곤화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젊은 농가로, 이제 한 참 기반을 닦아가는 농민들의 형편은 나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지난 추석 연휴 과수원에 올라갔다가 농막 화재로 세상을 떠난 경남 진주의 농민운동가 고 정철균 농민(단감 재배, 48세)의 안타까운 사연은 낮은 농업소득과 기후재난으로 위기에 몰린 농민들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6월부터 비가 너무 많이 내려 단감이 탄저병에 걸리자 추석날에도 잠 못 자고 작업장에서 걱정하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평소 그와 가깝던 농민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생산비는 폭등하고 소득은 떨어지는데, 농지와 농기계를 구입한 대출을 갚아야 하고, 자녀 교육시기와 겹치면 버티기 어렵다”면서 “여기에 기후재난이 오면 규모 있는 노지 단작농사가 제일 타격을 받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가장 위험한 농민층은, 농사기반을 닦고 있는 층으로, 젊은 층은 진입도 어렵고 무엇보다 버틸 수가 없다”면서 “기후 재난이 농민을 죽이고 있는데 정부는 눈을 감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천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그의 친구는 “사과, 복숭아, 자두 등 노지과수의 경우 봄철 냉해에 이어 수확기에 지속적으로 내린 비로 탄저병에 큰 피해를 입었다”면서 “소득이 줄어들 것이 뻔한 데 대출금과 농자재비, 인건비 등 들어갈 돈은 많고 수확기에 무시무시한 탄저병이 들었으니, 그 마음이 얼마나 조마조마 했을까”라고 탄식했다.
그는 “철균이의 죽음 배후에는 척박한 농촌현실과 기후재해가 있다”면서 “자연재해에도 실질적인 영농비가 보장되는 ‘정철균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정부대책은 별로 눈에 띠는 게 없다. 직불금을 늘린다고 하지만, 이것으로는 가격하락이나 재해로 인한 경영위험의 근본 대책이 되지 못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농가별 수입(소득)정보에 기반한 경영안정 프로그램 도입방안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제도는 농업인 정의, 농업경영체, 농지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어떤 결론이 날지 알 수 없다.
당장 농가의 위기에 대응하려면 단기적으로 폭등한 농업생산비를 경감할 수 있는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기후위기와 농업재해에서 농민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농업재해에 대한 복구비와 생계지원을 현실화 하고, 농작물재해보험의 피해 산정 방식과 보상률을 실제 피해에 맞춰 고쳐야 한다.
농업경제학자인 A 박사는 “농업소득은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문제로 농업정책의 대부분이 정책결합을 통해 집중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사료, 비료, 유류 같이 가격이 급등한 농자재에 대해서는 차액을 지원하고, 농업의 구조적 한계로 발생한 고비용 문제는 장기적으로 저비용 생산구조로 바꿔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채소가격안정제도, 수매비축, 시장격리 등은 수급불안 해소가 목적이므로 가격안정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전체 농가의 경영위험을 관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생산비 폭등과 기후재해로 인한 재앙은 단감을 재배하던 정철균 농민만이 아니라, 사과, 복숭아, 자두, 축산 등에 이미 큰 피해를 입히고 있고, 모든 농민들에게 현실화된 위기다. 이는 농민들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위협이란 점에서 전면적인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
농민들이 위험하다. 현 시점에서 농가소득 안정, 경영안정 만큼 절실하고 시급한 과제는 없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2072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호당 농가소득은 4615만3000원으로 전년보다 3.4%줄었다. 3년만의 마이너스다.
그런데 호당 농업소득은 1296만1000원에서 948만5000원으로 26.8%(347만6000원)나 감소, 1962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폭으로 줄었다. 농업소득은 1994년 이후 1000만 원대에서 머물다가 이번에 다시 30년 전으로 후퇴한 것이다.
이는 명목소득으로 그렇다는 얘기지, 그동안의 물가 인상을 감안해 계산해보면 지난 30년 동안 실질 농업소득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2015년 물가로 환산한 실질 농업소득은 1994년 호당 1730만원에서 2022년 864만원으로 반 토막 났다.
2022년 농업소득이 급감한 이유는 쌀, 한우, 계란, 채소 등 주요 농산물의 가격은 하락한 반면 비료, 사료, 에너지 가격의 폭등으로 농업경영비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농업경영비가 폭등한 것은 단기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 때문이다.
하지만 농업소득 저하의 근본적 원인은 계속된 농산물 수입 확대로 농산물 가격은 억제 당하는데, 반대로 경영비는 크게 올라 농업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농업총수입에서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농업소득률이 2000년 55.8%에서 2022년 27.4%로 급감한 것은 이를 증명한다.
농업소득이란 농사를 지어 얻는 소득이다. 농업소득이 안정돼야 농민들이 농사를 계속 지어 국민들에게 질 좋은 농산물을 공급할 것이고, 농촌사회와 농촌경관을 지켜나갈 수 있지만, 이것이 악화되면 농업의 지속가능성은 담보할 수 없다.
문제는 이대로 갈 경우, 전망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농업소득이 악화되면서, 영세 고령농가의 상당수가 이미 심각한 빈곤화의 길에 들어섰다. 농가들이 소득을 확보하려면 전업화·규모화로 가거나, 농외소득활동을 하는 방법이 있는데, 고령농의 경우 이도 저도 어려우니 빈곤화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젊은 농가로, 이제 한 참 기반을 닦아가는 농민들의 형편은 나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지난 추석 연휴 과수원에 올라갔다가 농막 화재로 세상을 떠난 경남 진주의 농민운동가 고 정철균 농민(단감 재배, 48세)의 안타까운 사연은 낮은 농업소득과 기후재난으로 위기에 몰린 농민들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6월부터 비가 너무 많이 내려 단감이 탄저병에 걸리자 추석날에도 잠 못 자고 작업장에서 걱정하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평소 그와 가깝던 농민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생산비는 폭등하고 소득은 떨어지는데, 농지와 농기계를 구입한 대출을 갚아야 하고, 자녀 교육시기와 겹치면 버티기 어렵다”면서 “여기에 기후재난이 오면 규모 있는 노지 단작농사가 제일 타격을 받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가장 위험한 농민층은, 농사기반을 닦고 있는 층으로, 젊은 층은 진입도 어렵고 무엇보다 버틸 수가 없다”면서 “기후 재난이 농민을 죽이고 있는데 정부는 눈을 감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천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그의 친구는 “사과, 복숭아, 자두 등 노지과수의 경우 봄철 냉해에 이어 수확기에 지속적으로 내린 비로 탄저병에 큰 피해를 입었다”면서 “소득이 줄어들 것이 뻔한 데 대출금과 농자재비, 인건비 등 들어갈 돈은 많고 수확기에 무시무시한 탄저병이 들었으니, 그 마음이 얼마나 조마조마 했을까”라고 탄식했다.
그는 “철균이의 죽음 배후에는 척박한 농촌현실과 기후재해가 있다”면서 “자연재해에도 실질적인 영농비가 보장되는 ‘정철균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정부대책은 별로 눈에 띠는 게 없다. 직불금을 늘린다고 하지만, 이것으로는 가격하락이나 재해로 인한 경영위험의 근본 대책이 되지 못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농가별 수입(소득)정보에 기반한 경영안정 프로그램 도입방안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제도는 농업인 정의, 농업경영체, 농지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어떤 결론이 날지 알 수 없다.
당장 농가의 위기에 대응하려면 단기적으로 폭등한 농업생산비를 경감할 수 있는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기후위기와 농업재해에서 농민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농업재해에 대한 복구비와 생계지원을 현실화 하고, 농작물재해보험의 피해 산정 방식과 보상률을 실제 피해에 맞춰 고쳐야 한다.
농업경제학자인 A 박사는 “농업소득은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문제로 농업정책의 대부분이 정책결합을 통해 집중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사료, 비료, 유류 같이 가격이 급등한 농자재에 대해서는 차액을 지원하고, 농업의 구조적 한계로 발생한 고비용 문제는 장기적으로 저비용 생산구조로 바꿔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채소가격안정제도, 수매비축, 시장격리 등은 수급불안 해소가 목적이므로 가격안정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전체 농가의 경영위험을 관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생산비 폭등과 기후재해로 인한 재앙은 단감을 재배하던 정철균 농민만이 아니라, 사과, 복숭아, 자두, 축산 등에 이미 큰 피해를 입히고 있고, 모든 농민들에게 현실화된 위기다. 이는 농민들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위협이란 점에서 전면적인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
농민들이 위험하다. 현 시점에서 농가소득 안정, 경영안정 만큼 절실하고 시급한 과제는 없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2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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