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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의 앵커조직에 기대한다 | 구자인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 소장,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3/10/06 14:17
    • 조회 189
    ‘어촌 공간’ 잘 이해하면서 현장 밀착
    꼭 해야할 사업, 주민 필요 사업 발굴
    정책 칸막이 극복, 주민 참여장치 마련을 


    지난 1월 해양수산부의 ‘어촌신활력증진사업’ 대상지 65개소가 선정됐고, 다음 달에는 내년도 사업을 선정하기 위한 심사에 들어간다. 이 사업은 기존에 토목사업 중심으로 진행된 어촌뉴딜300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취지를 담고 있고, 전국 어촌 300개소에 5년간 3조 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어촌의 규모와 특성에 따라 세 가지 사업 유형이 있는데, 이 중에서 2유형에 해당하는 ‘어촌 생활플랫폼 조성’ 사업은 농식품부 신활력플러스사업과 유사한 측면이 많고, 사전에 전국 4개소(동해시, 거제시, 고흥군, 태안군)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한 경험을 반영하고 있다.

    2유형 사업은 중규모 어항과 그 주변 어촌 마을을 대상으로 정주환경을 개선하고 소득을 창출해 “도시로 나가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한 자립형 어촌”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올해는 30개소가 선정되었고, 앞으로 총 175개소를 선정할 예정이며, 개소당 100억원을 지원한다. 어촌생활권마다 빈집 리모델링이나 공공주택 조성, 생활서비스 지원, 무인 판매시설 설치 등 주민 생활편의를 지원하고, 또 신규 소득원 확대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발굴해 시행할 수 있다.

    사실 어촌은 농촌에 비해 다양한 소득원과 관광자원이 있고, 도시민과의 교류도 상대적으로 활발한 곳이다. 반면 생활환경이 더 취약하고, 소득 양극화나 갈등도 심각하다. 특히 섬지역은 주민 생활이 매우 불편하고 초고령화 현상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어촌은 뛰어난 자연환경으로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 반면에 문제는 훨씬 누적되어 있고, 오래된 내부 갈등으로 문제 해결의 내부 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어촌개발사업이 실패하였고, 주민 주체도 분열되어 공동체적 역량은 취약하며, 이 분야의 전문가나 활동가도 매우 빈약하다고 평가된다.

    이런 상황에서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이 새롭게 시행되어 큰 기대를 가지면서,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의 시행착오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중간지원조직 대신에 현장에 밀착하여 움직이는 ‘앵커조직’은 어촌이란 공간의 인문사회적, 자연환경적 차이점을 잘 이해하면서 보다 현장에 더 밀착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또 선행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공동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슬기롭게 문제를 함께 극복해야 한다. 시범사업 지구에 컨설턴트로 참가하는 입장에서 유의해야 할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길게 내다보며 어촌 현장의 주민 주체를 명확하게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사업기간인 4년 내에 정주환경 개선도 소득원 확대도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기란 쉽지 않다. 4년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 비영리 민간법인을 설립하지 못하면 예전 사업과 달라질 것이 없다. “배의 닻(앵커)을 튼튼하게 내리고 항구를 떠날 때까지” 주민과 함께 호흡하며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주민 주체의 내발적 역량 강화에 기여해야 한다. 인건비도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하고, 위탁수수료도 인정하며, 다양한 사회혁신실험의 기회까지 주어진다는 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 어촌스테이션이란 거점공간의 사후관리까지 책임질 비영리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핵심 성과목표가 되어야 한다.

    둘째, 방법론적으로 주민공론장 형성에 집중하여 풀뿌리 민주주의 학습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어촌 사회는 오랫동안 행정의 보조사업에 익숙한 관행이 강하게 남아 있고, 경제적 목적이 아닌 공동체 발전을 위한 협동 행위에는 매우 서투르다. 그렇게 된 역사적 과정까지 존중하면서 주민들이 모여 지역의 과제를 함께 진단하고, 해결방향에 대해 공동으로 학습하고 토론하며 합의하는 과정 자체를 전체 사업기획에 잘 반영해야 한다. 주민 스스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준비하고 때를 기다리면 정책사업은 언제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세부사업은 인기유행성이 아니라 주민들의 필요에 더 주목하면서 보다 실용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미래를 선도하는 획기적인 사업도 있겠지만, 주민들의 요구와 필요로 연결되지 않으면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앵커조직에서 ‘해보고 싶은 사업’도 시도해야겠지만, 지역문제를 들여다보며 ‘꼭 해야 할 사업, 주민이 필요로 하는 사업’에 더 착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해안가 해양쓰레기만 해결되어도(조금만 깨끗해도) 가장 큰 관광자원이 된다. 초고령화의 독거노인을 위한 주거서비스는 가장 만족도가 높은 사업이다. 로컬푸드 해산물과 농산물을 활용한 반찬 및 도시락 배달 서비스는 새로운 음식개발로 발전할 수 있다. 아이나 노인, 장애인을 위한 복지서비스는 농식품부 사회적 농업의 관점과 방식을 충분히 응용할 수 있다.

    넷째, 정책 칸막이를 극복하고 주민 관점에서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용역사가 주도하는 방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주민이 계획 수립과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민 모두의 ‘꿈과 희망’을 담아 주민 스스로 수립한 발전계획은 언젠가 실현될 수 있다.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되, 공동의 발전목표를 도출하며 세부 사업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어차피 전체 사업비는 제약이 있기에 연계·협력해야 할 행정사업을 더 많이 발굴하고, 또 목록집을 제작하여 주민에게 제공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많이 열어줘야 한다.

    이외에도 유의해야 할 부분은 많을 것인데 지역마다 실정에 차이도 클 것이기에 각 지역마다 학습구조를 형성하여 근본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지나치게 원론적인 제안이고, 하나같이 쉽지 않다고 반박할 수도 있지만 꼭 가야할 ‘방향’이고 ‘원칙’에 해당한다. 농촌정책에서 그동안 축적된 선행 경험이기도 하다. 현장 앵커조직의 험난한 고생길이 훤하게 보여 위로와 함께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그런 여정에서 함께 만나 경험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장을 모색해보자.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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