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농정과 탈산업화 농정 그리고 중소농의 역할 | 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3/09/22 17:21
- 조회 193
지역발전 이끄는 중소농 역할 주목
농촌경제 활성화·농촌 공동체 복원 기대
농업의 산업적 발전과 병행 이뤄져야
최근 여러 문헌에서 중소농의 기능과 역할을 강조하는 글을 접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강소농’을 육성한다는 정책도 등장했고, 소농직불금도 실시되고 보니 우리 농업과 농촌의 발전을 위해서 중소농이 수행하는 실제 역할보다도 과도하게 평가하는 주장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농업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인 중소농의 활동을 얕보는 것은 아니지만,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좀 더 정확한 개념을 갖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 몇 가지 이론으로 중소농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대학 시절 농업경제학 강의를 들으면서 미국에서나 볼 수 있는 대규모 농장과 같은 형태로 농업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기업적 방식의 농장 경영 기법을 도입해야 선진적인 농업경제가 된다는 것, 그리고 이것이 우리나라 농업의 지향점이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또한, 효율적 경영을 위해서는 최신 기계 설비를 도입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력을 줄여서 이윤을 높여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그래서 ‘농업구조조정’하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농민 수 또는 농가 호수를 줄이는 것이다. 잘 요약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이 농업에 경제학 이론을 적용한 산업화 농정의 핵심논리이다.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어쨌든 이론적으로 적합하고, 선진국 농업이 발전해 온 방식이다. 그래서 농업의 산업화를 추진하는 농정은 규모화를 추구하는 정책이고, 중소규모 농가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
젊은 혈기에 재벌같은 대규모 기업을 우리 농업에서 인정하는 것 같아서 심정적으로 싫었지만, 아쉽게도 필자의 대학 학부 생활 중에 이를 이론적으로 비판하는 강의를 들어본 적은 없다. 여러 문헌을 통해서 배운 케인즈, 신자유주의, 마르크스 경제학에서도 농업과 관련해서는 마찬가지 주장이었다. 여러 강의와 문헌을 통해서 산업화 농정의 부작용과 폐해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지만, 여전히 이론의 근간을 흔드는 주장은 아니었고, 소농(가족농)이론도 자본주의 발전과정에서 소농이 존속하는 상황을 설명한 것이지 농업발전의 지향점으로 설명하는 것은 아니었다.
산업화 농정을 대체하는 탈산업화 농정의 논리는 구(舊)제도경제학을 근간으로 제기된 제도주의 발전이론에서 찾을 수 있다. 지역과 농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농가의 집단적이고 협력적인 활동에 초점을 두고 이들이 지역 내에서 상호 연계하는 다양한 네트워크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제도적 관계가 지역 내에 다양하고 두텁게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지역 주체들의 발전 역량을 향상시켜서 지역발전을 이룬다는 것이다. 즉, 내생적 발전의 추진 주체로서 중소농가의 역할이 새롭게 조명되는 것이다.
두 가지 논리는 농가가 서로 다른 목적으로 농업생산을 수행하는 상황을 상정하고 있다. 산업적 농가는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영농을 하는 것이지만, 탈산업적 상황에서 중소농가는 지역 내 공동의 번영과 존속을 위해서 사회경제적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는 각 형태의 농가들이 지속적으로 생존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타나는 차이이고, 각자가 서로 잘 할 수 있는 분야이다. 혹자는 중소규모 농가도 경제적 이익을 지향하는 생산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텐데, 실제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대규모 농가와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고, 또 여러 농가들이 공동으로 이런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게 되면, 지역 내 다른 비농업 부문과의 순환 관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제도주의 이론에서 주장하는 중소규모 농가의 장점은 다른 여러 농가와 함께 상호 신뢰의 지역 사회 분위기를 기반으로 상호 이익이 되는 순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근간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러한 중소농가들의 활동은 단지 농업에만 한정할 수 없고, 다양한 농외활동, 비경제적 활동이 포함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농촌경제의 활성화와 농촌 공동체의 복원과 유지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농업이 우리나라 전체 먹거리 시스템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중소농이 중심이 되는 지역적 체계로는 농업에 대한 국민과 산업의 요구에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 농업과 농촌의 발전을 위해서 대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한 농업의 산업적 발전과 중소농가를 중심으로 환경친화적 농업을 기반으로 한 농촌 지역사회 생산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병행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발전이 모두 전개되는 것이 탈산업화 시대의 패러다임이기 때문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1327)
농촌경제 활성화·농촌 공동체 복원 기대
농업의 산업적 발전과 병행 이뤄져야
최근 여러 문헌에서 중소농의 기능과 역할을 강조하는 글을 접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강소농’을 육성한다는 정책도 등장했고, 소농직불금도 실시되고 보니 우리 농업과 농촌의 발전을 위해서 중소농이 수행하는 실제 역할보다도 과도하게 평가하는 주장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농업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인 중소농의 활동을 얕보는 것은 아니지만,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좀 더 정확한 개념을 갖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 몇 가지 이론으로 중소농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대학 시절 농업경제학 강의를 들으면서 미국에서나 볼 수 있는 대규모 농장과 같은 형태로 농업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기업적 방식의 농장 경영 기법을 도입해야 선진적인 농업경제가 된다는 것, 그리고 이것이 우리나라 농업의 지향점이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또한, 효율적 경영을 위해서는 최신 기계 설비를 도입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력을 줄여서 이윤을 높여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그래서 ‘농업구조조정’하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농민 수 또는 농가 호수를 줄이는 것이다. 잘 요약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이 농업에 경제학 이론을 적용한 산업화 농정의 핵심논리이다.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어쨌든 이론적으로 적합하고, 선진국 농업이 발전해 온 방식이다. 그래서 농업의 산업화를 추진하는 농정은 규모화를 추구하는 정책이고, 중소규모 농가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
젊은 혈기에 재벌같은 대규모 기업을 우리 농업에서 인정하는 것 같아서 심정적으로 싫었지만, 아쉽게도 필자의 대학 학부 생활 중에 이를 이론적으로 비판하는 강의를 들어본 적은 없다. 여러 문헌을 통해서 배운 케인즈, 신자유주의, 마르크스 경제학에서도 농업과 관련해서는 마찬가지 주장이었다. 여러 강의와 문헌을 통해서 산업화 농정의 부작용과 폐해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지만, 여전히 이론의 근간을 흔드는 주장은 아니었고, 소농(가족농)이론도 자본주의 발전과정에서 소농이 존속하는 상황을 설명한 것이지 농업발전의 지향점으로 설명하는 것은 아니었다.
산업화 농정을 대체하는 탈산업화 농정의 논리는 구(舊)제도경제학을 근간으로 제기된 제도주의 발전이론에서 찾을 수 있다. 지역과 농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농가의 집단적이고 협력적인 활동에 초점을 두고 이들이 지역 내에서 상호 연계하는 다양한 네트워크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제도적 관계가 지역 내에 다양하고 두텁게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지역 주체들의 발전 역량을 향상시켜서 지역발전을 이룬다는 것이다. 즉, 내생적 발전의 추진 주체로서 중소농가의 역할이 새롭게 조명되는 것이다.
두 가지 논리는 농가가 서로 다른 목적으로 농업생산을 수행하는 상황을 상정하고 있다. 산업적 농가는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영농을 하는 것이지만, 탈산업적 상황에서 중소농가는 지역 내 공동의 번영과 존속을 위해서 사회경제적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는 각 형태의 농가들이 지속적으로 생존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타나는 차이이고, 각자가 서로 잘 할 수 있는 분야이다. 혹자는 중소규모 농가도 경제적 이익을 지향하는 생산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텐데, 실제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대규모 농가와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고, 또 여러 농가들이 공동으로 이런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게 되면, 지역 내 다른 비농업 부문과의 순환 관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제도주의 이론에서 주장하는 중소규모 농가의 장점은 다른 여러 농가와 함께 상호 신뢰의 지역 사회 분위기를 기반으로 상호 이익이 되는 순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근간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러한 중소농가들의 활동은 단지 농업에만 한정할 수 없고, 다양한 농외활동, 비경제적 활동이 포함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농촌경제의 활성화와 농촌 공동체의 복원과 유지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농업이 우리나라 전체 먹거리 시스템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중소농이 중심이 되는 지역적 체계로는 농업에 대한 국민과 산업의 요구에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 농업과 농촌의 발전을 위해서 대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한 농업의 산업적 발전과 중소농가를 중심으로 환경친화적 농업을 기반으로 한 농촌 지역사회 생산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병행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발전이 모두 전개되는 것이 탈산업화 시대의 패러다임이기 때문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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