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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미국 농업보호, 세계 식량파동 불렀다 | 권영근 농어연 소장 
    • 작성일2020/03/04 18:41
    • 조회 548
    미국 농업보호, 세계 식량파동 불렀다
     |권영근 농어연 소장 


    세계가 식량파동으로 요동치고 있고 국민식량 확보와 먹을거리 안전성문제는 우리 사회의 긴급하고도 중요한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자국 농업 보호를 위한 적극적 전략을 펴고 있는 이때 우리 정부는 한미 FTA 체결을 외치며 농업·농촌·농민을 외면하고 있다.

    치솟는 곡물가격 정권 위협

    아래의 부시 대통령의 언급을 통해, 시장경제 만능주의 자유무역 지상주의를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한심한 한국의 정치지도자와 비교하면서, 최근의 사태에 대하여 대안을 마련하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①2001년 1월 Austrailan Financial Review 지(誌)=먹을거리의 자급자족은 국가 안보적 관심사항입니다. 우리가 먹을거리가 보장되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은 매우 다행한 일입니다.
    ②2001년 7월 Future Farmers of America 회원들에게=여러분은 국민의 먹을거리를 충분히 조달할 수 없는 나라를 상상할 수 있겠습니까? 그 나라는 국제적 식량 압력에 종속되는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③2002년 초 National Cattlemen’s Beef Association 회원들에게=우리가 먹을거리를 자급해야 한다는 것은 국가 안보적 관심사항입니다. 고맙지만, 우리는 다른 어떤 이들에게도 국민 건강과 영양을 담보하는 육류 공급을 내맡길 수 없습니다.

    2002년 베를린에서 개최된 독일과 일본의 소비자 포럼에 참석한 독일의 ‘소비자 보호·식료·농업부’차관 알렉산더 뮬러는 다음과 같이 인사말을 했다.
    “소비자 보호 문제는 환경문제와 유사하며, 분야도 넓다, 광우병(BSE)문제에서, 소비자 보호정책이 (국내에서) 추진됐지만, 국경을 초월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EU의 범위에서도 좁으며, 세계적 규모에서 해결을 도모해 가야할 필요가 있다. 또한, 환경보호나 소비자 보호가 추진되고 있는 국가가 환경보호나 소비자 보호가 비관세장벽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상황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공정한(Fair) 글로벌화는 불가능하다.”
    치솟는 곡물가격은 그 나라의 정권을 위협하기 시작하고 있다. 주간지 타임은 ‘굶주림이 어떻게 정권을 무너뜨리는가’라는 기사에서, 세계은행 총재 로버트 졸릭은 “최소 33개국이 곡물가 인상으로 사회적 불안정에 직면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월31일, 멕시코시티의 중심가에서 수만여명의 농가와 소비자의 항의 데모가 일어났다. 그 이유는, USA로부터 수입하는 옥수수의 양이 급감하여, 일거에 먹을거리와 사료가 부족하게 되고, 옥수수 가루로 만드는 멕시코인의 주식인 또르띠야의 가격이 3개월에 40% 가까이, 1년에 3배 정도 상승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먹을거리 가격 급등으로 아이티에서는 유혈폭동이 일어나서 최소 8명이 죽었다고 보도됐다. 아이티 상원은 12일 자크에두아르 알렉시 총리에 대한 해임 안을 가결했고, 르네 프레발 대통령은 쌀 가격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2004년에도 같은 이유로 폭동이 일어나서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대통령이 축출되었다. 이집트도 빵 값 급등으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3년간 곡물가격이 세계 평균 80% 정도로 급등했기 때문에, 코트디부아르, 카메룬, 모잠비크, 우즈베키스탄, 예멘, 인도네시아 등도 폭동과 시위사태를 맞이했다.
    중국, 인도 기타 개발도상국들의 경제성장ㆍ소득증가 및 중산층의 급성장으로 소비생활 패턴의 변화가 초래됐다. 육류소비의 증가로 곡물가격의 급등이 초래되었으며, 공업화에 따른 석유 에너지 수요의 증가, 자동차 보유자의 증가와 레저 관광산업 진전으로 석유 에너지 수요의 증가로, 석유가격 인상과 사료가격 인상에 따른 농업생산비 증가 및 축산물 생산비 증가가 초래됐다.

    아시아국에서 쌀은 정치재

    세계의 쌀 생산량은, 전년 대비 0.7% 증가됐으나, 소비량은 0.9%(4억2천만 톤)가 증가됐다. 쌀에 대한 신자유주의ㆍ통제조치ㆍ보호정책의 철폐는 세계시장에 노출됐다. 쌀 생산 및 교역업자는 국외의 업자에게 고가 경매입찰 판매함으로써, 국내 쌀 공급 부족 현상과 가격상승이 초래되자, 국내 쌀 가격 안정을 위해, 수출제한 및 금지조치가 단행되고, 생산자 및 교역업자는 국제시세 보다도 낮은 국내 가격을 피하기 위해, 사재기ㆍ비축을 시작하고, 또 다시 공급부족과 가격급등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인도, 러시아, 태국, 베트남, 아르헨티나, 이집트 등이 자국의 식량 확보를 위해 쌀과 밀에 대한 수출규제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농업을 경쟁력 중심의 시장기능에 맡겨야 하고, 농축수산물을 자유무역을 해야 하는지, 시장만능 주의자와 자유무역주의자를 자처하여 온 정치지도자와 소위 학자라는 사람들은 명백한 답변을 해야 하고, 그 대안도 제시해야 할 것이다.
    WTO와 FTA의 자유무역 체제 하에서, WTO 규정의 식량수출 규제조항을 양국간 협정에서 삭제하다면, 우선적으로 수출물량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식량부족 위기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낙관적 견해를 제시하는 이도 있지만, 어린애 같은 생각이다.
    역사적으로도 긴급한 비상시국에 양국간 협정의 실효성은 없다. EU까지도, 밀접한 역내통합을 추진하면서도, 각국은 각자의 자급률의 유지를 중시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고, 또한 각국은 그러한 정책추진을 당연한 것으로 상호 인정하고 있다. 농산물의 자유무역ㆍ무역자유화는 자급률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WTO든, FTA든, 무역자유화는 수출산업의 일부에서는 단기적 이익이 초래되지만, 이를 대가로 먹을거리를 값이 싸다는 이유로 서로 교환하면 국가적으로 경제적인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단견이다.
    이런 사고를 토대로 추진된 정책의 결과가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먹을거리 위기 현상이다.
    먹을거리 공급산업의 쇠퇴ㆍ몰락으로 국토와 지역사회의 황폐화와 지속가능성이 위협을 받게 되고, 국가안전보장과 먹을거리의 안전성과 안정성이 위협받게 되면, 더욱 큰 경제적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다.
    국가 안전보장 문제를 포함한 각국의 다양한 농업이 지속되는 것이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음을 재인식하고, 세계의 식량무역 자유화와 무제한적인 농업보호 삭감을 추진하려는 WTO-FTA 추진의 논리를 이번의 사태를 계기로 재검토해야 한다. 그래서 종합적이고 다면적인 경제적 지표, 장기적인 지표, 생태ㆍ환경 및 먹을거리의 안전성에 미치는 간접적인 영향을 고려한 경제적 지표를 토대로 한 판단기준을 도입하는 것을, 정치적 재화인 쌀을 생산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연대강화를 통해, 세계에 작용을 가하여 농업과 먹을거리에 대한 기존의 논리를 바꾸지 않으면, 기존의 자유무역ㆍ시장만능주의 논리적 추세는 중지되지 않을 것이다.
    EU든 USA든 선진국은 전략물자인 식량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자국 농업을 보호하고 있다. 그들 농산물 수출국들은 농산물 생산의 경쟁력이 높아서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 의한 두터운 농업보호 정책의 결과 때문에 높은 자급률을 유지하고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앞에서 언급한 부시의 연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은 기본적으로 먹을거리를 국가안전보장(National Security)문제로서 접근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한국의 주식인 쌀과 같은 취급을 하고 있는 낙농에 대한 보호의 수준이 높은 것이며, 우유와 그 유제품의 해외의존도는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식량, 국가안전보장문제 접근

    미국 정부도 낙농업을 전기나 가스 같은 ‘공익사업(Public Utility)’으로 취급하고 있다. 그래서 1996년 농업법에서 폐지됐던 가공원료용 우유 가격지지제도(DPSP)를 완전 부활시켰으며, 퍼머넌트 한 제도라고 한다.
    또한, 마시는 우유에 대해 「목표가격에 대한 미달금액 보상 보조지원정책」(DMLP=전국 낙농시장 손실지불)이라는 WTO 상의 옐로우 박스의 정책도 신설하였다.
    유제품의 국제경쟁력은 호주와 뉴질랜드가 뛰어나기 때문에, EU나 USA도 유제품에 대한 고관세를 유지하고, 낮은 관세로 수입할 기회를 허용하는 미니멈 억세스도 국내 소비량의 5% 정도로 수입량을 억제하고 있다. 이러한 보호조치와 가격지지로 인해 발생한 국내의 잉여 유제품은 정부가 매입하고, 수출보조금에 의한 수출이나 원조에 의해 해외시장에서 처분하여, 국내의 유가하락을 방지하고 있다. 캐나다는 버터, 탈지분유, 치즈의 수출에 연평균 약 1천억 원의 실질적 수출 보조금이 지급되며, 수출가격은 국내가격의 1/2 정도로 억제되고 있다.
    콩, 옥수수 등 GMO 곡물에 대해서도 보조 및 지원제도는 유사하다. USA의 쌀 가격정책을 예로 들어보자. 농민이 정부에 쌀 1섬을 담보로 잡히고, 12만원의 융자단가로 차입을 하고, 국제가격 수준인 4만원에 판매하였다면, 융자상환은 담보로 잡힌 쌀 1섬을 찾아오지 않으면 된다. 결국 정부는 4만원 하는 쌀 1섬을 12만원에 수매한 꼴이 된다.
    농가의 수입은, 쌀 1섬 시장 판매액과, 나머지 8만원은 상환하지 않고, 농가의 실질적 수입으로 된다. 나아가서, 농가는 고정지불이라고 하여 정부로부터 2만원의 보조금 지급을 받는다. 그리고 정부가 설정한 목표가격 18만원과 농가가 얻은 총수입, 〈4만원+8만원+2만원〉의 차액인 4만원도 정부가 보상지불 한다. 최근과 같이, 시장가격이 목표가격 보다 높은 경우에는, 고정지불 2만원만 정부에서 나온다.
    결국, 생산비를 보장하는 목표가격과 수출가능한 가격수준의 격차(목표가격 18만원-국제가격 4만원=14만원)가 전액 보상지급 된다. 이러한 두터운 보조금 지원정책과 수입을 제한하는 보호조치가 없으면, 선진국들은 식량자급률을 100% 달성할 수도 없고, 농축산물의 수출국이 될 수도 없다.

    *2008년 글입니다.
    [출 처 : 한국농정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