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l 서정민(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 작성일2023/08/25 09:30
- 조회 204
초등학교 유지로 농촌인구 유입 확대
가족이 정착하도록 주거·일자리 만들고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돌봄 지원을
얼마 전 ○○면에서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나를 한 여성이 쫓아와 “초등학교 살리기가 농촌 활성화에 매우 중요하다고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인사한다. “그동안 수차례 주민들에게 학교살리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자신은 중학생과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라고 했다. “학교살리기가 아이들과 학부모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주민 모두의 문제이고 지역사회가 학교살리기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라고도 했다.
감사원(2022년)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0년까지 20년 사이 전국 6세∼21세 학령인구 356만명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 학령인구는 26%, 지방 학령인구는 36%가 감소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전체 학생 수가 60명 이하인 소규모학교 수는 2001년 전국 1402개에서 2020년 2188개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지방 소재 소규모학교 수는 91.1%인 1994개이며, 이 가운데 1366개는 초등학교이다.
1988년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을 통해 자치분권이 본격화되면서 교육부문에도 영향을 주었다. 1991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약칭 : 교육자치법)』을 제정, 지방교육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역할과 동시에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간 협력을 주문하고 있다. 교육자치법 제정을 계기로 과거 임명제이던 교육감은 시도의회 교육위원과 학부모 대표가 선출하는 간선제를 거쳐, 2010년 지역 주민들이 직선제로 선출하게 되면서 실질적인 지방교육자치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직선제로 교육감을 선출하면서 지방교육자치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특히,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 존립을 위협받고 있는 농산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학교와 학부모, 지역사회를 연결하기 위한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이 확산되었다. 그런데, 교육자치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일반행정은 우리가 교육까지 신경을 써야 하냐고 반문하고, 교육행정은 교육은 전문 영역이기 때문에 일반행정의 간섭은 곤란하다고 선을 긋는다. 일반행정과 교육행정 간 연계·협력은 차치하더라도, 교육 현장에서 학교와 학부모, 지역사회 간 협력은 더욱 심각하다.
전국적으로 폐교가 증가하면서 ‘1면 1학교 살리기’가 한때 주목받기도 했지만, 지속적인 인구감소 속에 초등학교 살리기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주민들도 있다. 일부 주민들은 “우리 면에 아이들이 몇 명이나 된다고 아이들을 위한 사업을 하느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주민들은 우리 면에 초등학교 하나라도 유지되는 것과 폐교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괴산군 청안면 백봉초등학교는 2018년 입학생 1명, 유치원생 포함 전교생 16명으로 폐교 위기에 놓이게 됐다. 지역 주민들은 당시 준비 중이던 창조적마을만들기사업보다 학교살리기가 더 시급하다는 것을 인식, 사업을 포기하면서 남은 예산과 괴산군 지원금으로 전·입학생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지었다. 그 결과 전국에서 14가구가 청안면으로 이주, 현재 백봉초등학교 전교생은 유치원생 포함 59명까지 늘었다고 한다. 괴산군은 청안면 사례를 기초로 모든 면지역에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하여 84가구 285명이 괴산군으로 이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영광군 묘량면도 묘량중앙초등학교는 2010년 전교생 12명으로 폐교 위기에 놓이면서 지역사회에서 작은학교살리기 운동이 시작됐다. 주민들이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통학버스를 운영하고, 2015년 학부모와 주민들이 참여하는 사회적협동조합 깨움마을학교를 설립, 지역사회와 연계한 방과후 수업과 돌봄교실 운영 등 소규모학교의 장점을 살려 교육의 질을 높였다. 현재 초등학생 77명, 유치원생 25명으로 전교생이 100명을 넘는 학교가 되었다. 2022년에는 교육부 주관 ‘참좋은 학교’에 ‘사회적협동조합 깨움마을학교’가 선정되기도 했다.
면 지역 초등학교는 단순히 교육적 접근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숙제이다. 아이들을 위한 좋은 학교교육도 중요하지만, 그 가족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와 일자리가 연계되어야 하고, 사교육에 접근하기 어려운 농산어촌 현실을 고려, 지역사회와 연계한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 운영과 돌봄을 지원할 수 있는 공간과 인력 확보 등 지역사회가 종횡으로 상호 연계·협력해야만 풀 수 있는 과제들이다. 면 지역 초등학교 유지로 아이들과 그 가족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수 있는 선순환 사이클을 형성하기 위해 온 마을의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0498)
가족이 정착하도록 주거·일자리 만들고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돌봄 지원을
얼마 전 ○○면에서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나를 한 여성이 쫓아와 “초등학교 살리기가 농촌 활성화에 매우 중요하다고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인사한다. “그동안 수차례 주민들에게 학교살리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자신은 중학생과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라고 했다. “학교살리기가 아이들과 학부모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주민 모두의 문제이고 지역사회가 학교살리기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라고도 했다.
감사원(2022년)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0년까지 20년 사이 전국 6세∼21세 학령인구 356만명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 학령인구는 26%, 지방 학령인구는 36%가 감소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전체 학생 수가 60명 이하인 소규모학교 수는 2001년 전국 1402개에서 2020년 2188개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지방 소재 소규모학교 수는 91.1%인 1994개이며, 이 가운데 1366개는 초등학교이다.
1988년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을 통해 자치분권이 본격화되면서 교육부문에도 영향을 주었다. 1991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약칭 : 교육자치법)』을 제정, 지방교육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역할과 동시에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간 협력을 주문하고 있다. 교육자치법 제정을 계기로 과거 임명제이던 교육감은 시도의회 교육위원과 학부모 대표가 선출하는 간선제를 거쳐, 2010년 지역 주민들이 직선제로 선출하게 되면서 실질적인 지방교육자치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직선제로 교육감을 선출하면서 지방교육자치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특히,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 존립을 위협받고 있는 농산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학교와 학부모, 지역사회를 연결하기 위한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이 확산되었다. 그런데, 교육자치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일반행정은 우리가 교육까지 신경을 써야 하냐고 반문하고, 교육행정은 교육은 전문 영역이기 때문에 일반행정의 간섭은 곤란하다고 선을 긋는다. 일반행정과 교육행정 간 연계·협력은 차치하더라도, 교육 현장에서 학교와 학부모, 지역사회 간 협력은 더욱 심각하다.
전국적으로 폐교가 증가하면서 ‘1면 1학교 살리기’가 한때 주목받기도 했지만, 지속적인 인구감소 속에 초등학교 살리기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주민들도 있다. 일부 주민들은 “우리 면에 아이들이 몇 명이나 된다고 아이들을 위한 사업을 하느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주민들은 우리 면에 초등학교 하나라도 유지되는 것과 폐교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괴산군 청안면 백봉초등학교는 2018년 입학생 1명, 유치원생 포함 전교생 16명으로 폐교 위기에 놓이게 됐다. 지역 주민들은 당시 준비 중이던 창조적마을만들기사업보다 학교살리기가 더 시급하다는 것을 인식, 사업을 포기하면서 남은 예산과 괴산군 지원금으로 전·입학생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지었다. 그 결과 전국에서 14가구가 청안면으로 이주, 현재 백봉초등학교 전교생은 유치원생 포함 59명까지 늘었다고 한다. 괴산군은 청안면 사례를 기초로 모든 면지역에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하여 84가구 285명이 괴산군으로 이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영광군 묘량면도 묘량중앙초등학교는 2010년 전교생 12명으로 폐교 위기에 놓이면서 지역사회에서 작은학교살리기 운동이 시작됐다. 주민들이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통학버스를 운영하고, 2015년 학부모와 주민들이 참여하는 사회적협동조합 깨움마을학교를 설립, 지역사회와 연계한 방과후 수업과 돌봄교실 운영 등 소규모학교의 장점을 살려 교육의 질을 높였다. 현재 초등학생 77명, 유치원생 25명으로 전교생이 100명을 넘는 학교가 되었다. 2022년에는 교육부 주관 ‘참좋은 학교’에 ‘사회적협동조합 깨움마을학교’가 선정되기도 했다.
면 지역 초등학교는 단순히 교육적 접근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숙제이다. 아이들을 위한 좋은 학교교육도 중요하지만, 그 가족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와 일자리가 연계되어야 하고, 사교육에 접근하기 어려운 농산어촌 현실을 고려, 지역사회와 연계한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 운영과 돌봄을 지원할 수 있는 공간과 인력 확보 등 지역사회가 종횡으로 상호 연계·협력해야만 풀 수 있는 과제들이다. 면 지역 초등학교 유지로 아이들과 그 가족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수 있는 선순환 사이클을 형성하기 위해 온 마을의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0498)
- 첨부파일1 서정민.png (용량 : 126.7K / 다운로드수 :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