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인 농업인 정의를 개정해야 한다 | 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3/08/11 17:18
- 조회 153
농업인 정의 포괄적 규정만으로 충분
정책 지원 과정서 자격 개별 설정해야
농가를 사업체로 간주해 보호·육성을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고쳐야 하는 것이 있다. 농업인 정의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너무 시대착오적이어서 농업 현장에서도, 정책에서도, 연구에서도, 별로 유용하지 않은 개념이고 오히려 여러 현상에 대한 국민적 오해를 촉발하는 정의다. 그런데도 20여 년이 넘게 꼼짝하지 않고 그대로 있다. 이에 대해서 먼저, 연구자들이 비판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농민의 동의를 구하고 정부와 국회의원을 통해서 법 규정을 고쳐야 한다. 아니, 세부 정의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 왜 그런지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국가적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있었던 시점인 1999년 2월에 처음 도입된 「농업농촌기본법」 제3조에 농업인의 정의가 있다. “농업에 종사하는 자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이고, 시행령 제3조에서 “1천 제곱미터 이상의 농지를 경영 또는 경작하는 자, 농업경영을 통한 농산물의 연간 판매액이 100만 원 이상인 자, 또는 1년 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는 자” 등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당시에 이런 규정을 도입하면서 밝힌 입법취지는 ‘경쟁력 제고에 의한 소득 상승’과 ‘공익적 기능 강화로 국토환경보전 기여’하여 ‘농업을 국가기간산업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그동안 32차례에 걸친 개정 과정에서 영농조합법인과 농업회사법인에 1년 이상 근무한 사람도 농업인에 포함시켰고, 농산물 판매액 기준이 120만 원으로 증액되었다. 그러나, 핵심은 300평 정도의 농지에서 경작을 하면 무조건 법적으로 농업인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현재 우리나라의 농가 수가 2021년도 기준으로 131만 호 정도이고 300평 이하 농지 소유 농가가 2만 호, 1,500평 이하는 52만 호로 이들이 전체 농가의 52%를 차지하고 있다. 1만 평 이상 농지 소유 농가는 불과 75,000호이고 7% 남짓이다.
이런 농업인 규정이 현재는 농업정책의 지원을 받는 자격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2020년에 공익형 직불제가 도입되면서 소농직불금의 대상이 되는 0.5ha 이하 농가 수가 46만 호에서 53만 호로 크게 증가하여 1980년대 중반 수준으로 돌아갔다. 산업적으로 크게 발전할 수도 없는 농가들이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 농업인 자격을 취득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반적인 농가소득 평균을 증가시키는 것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농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자 노력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헛돈 쓰고 있는 셈이다.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 소규모로 농사하는 농민들이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위한 자연환경보전이나 생태계 보전 활동을 할까? 아니면, 더 많은 생산량을 얻기 위해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하는 고투입 농업을 시행할까? 소규모 농업인의 역할을 폄훼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일반적 특성과 한계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혹자들은 이들이 농촌에 거주하는 것만으로도 기여한다고 하지만, 이건 농업정책의 지원금을 받으면서 할 이야기는 아니다.
농업인 정의는 법률 제3조에 있는 포괄적인 규정만으로 충분하고, 굳이 시행령에서 세부 기준을 제시할 필요는 없다. 그래야 정책 추진의 신축성과 효과성이 담보될 수 있다. 말하자면, 정책에서 지원하고자 하는 지원 대상자의 자격을 정책 추진 규정에서 개별적으로 설정하는 되는 것이지, 이를 사전에 규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농업의 산업적 발전을 위한 직불금 지원 대상을 3ha 이상으로 설정할 경우, 관련 정책의 시행 기준에 이를 포함시키면 되는 것이다. EU와 영국에서 직불금 대상자의 자격기준을 이렇게 정하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환경보전을 실행하고자 하는 농가의 자격에 대해서는 더 많은 농가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비식용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도 적극적으로 포함하면서 매우 작은 면적을 경작하는 농민도 지원대상에 포함하는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농업인을 적극적인 농업의 산업적 생산 또는 농촌 환경관리의 담당자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업도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직업이고 아무나 농지만 있으면 겸업으로 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소한 산업적 발전을 위해서는 이런 인식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일반 회사의 장부처럼, 이들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자료들이 필요하다. 즉, 농가를 일종의 사업체로 간주하고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육성하며,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피해를 효과적으로 보상해서 이들이 안정적인 농업경영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근거가 필요하다. 최근 정밀농업, 수직농업, 스마트팜 등 다양한 형태의 농업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따라서 경작면적을 기준으로 농업인을 정의하는 것은 앞으로 더욱 정상적인 농업발전과 농정 추진의 발목을 잡는 것이 될 것이다. 법령 개정을 위한 논의를 서둘러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0144
정책 지원 과정서 자격 개별 설정해야
농가를 사업체로 간주해 보호·육성을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고쳐야 하는 것이 있다. 농업인 정의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너무 시대착오적이어서 농업 현장에서도, 정책에서도, 연구에서도, 별로 유용하지 않은 개념이고 오히려 여러 현상에 대한 국민적 오해를 촉발하는 정의다. 그런데도 20여 년이 넘게 꼼짝하지 않고 그대로 있다. 이에 대해서 먼저, 연구자들이 비판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농민의 동의를 구하고 정부와 국회의원을 통해서 법 규정을 고쳐야 한다. 아니, 세부 정의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 왜 그런지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국가적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있었던 시점인 1999년 2월에 처음 도입된 「농업농촌기본법」 제3조에 농업인의 정의가 있다. “농업에 종사하는 자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이고, 시행령 제3조에서 “1천 제곱미터 이상의 농지를 경영 또는 경작하는 자, 농업경영을 통한 농산물의 연간 판매액이 100만 원 이상인 자, 또는 1년 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는 자” 등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당시에 이런 규정을 도입하면서 밝힌 입법취지는 ‘경쟁력 제고에 의한 소득 상승’과 ‘공익적 기능 강화로 국토환경보전 기여’하여 ‘농업을 국가기간산업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그동안 32차례에 걸친 개정 과정에서 영농조합법인과 농업회사법인에 1년 이상 근무한 사람도 농업인에 포함시켰고, 농산물 판매액 기준이 120만 원으로 증액되었다. 그러나, 핵심은 300평 정도의 농지에서 경작을 하면 무조건 법적으로 농업인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현재 우리나라의 농가 수가 2021년도 기준으로 131만 호 정도이고 300평 이하 농지 소유 농가가 2만 호, 1,500평 이하는 52만 호로 이들이 전체 농가의 52%를 차지하고 있다. 1만 평 이상 농지 소유 농가는 불과 75,000호이고 7% 남짓이다.
이런 농업인 규정이 현재는 농업정책의 지원을 받는 자격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2020년에 공익형 직불제가 도입되면서 소농직불금의 대상이 되는 0.5ha 이하 농가 수가 46만 호에서 53만 호로 크게 증가하여 1980년대 중반 수준으로 돌아갔다. 산업적으로 크게 발전할 수도 없는 농가들이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 농업인 자격을 취득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반적인 농가소득 평균을 증가시키는 것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농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자 노력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헛돈 쓰고 있는 셈이다.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 소규모로 농사하는 농민들이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위한 자연환경보전이나 생태계 보전 활동을 할까? 아니면, 더 많은 생산량을 얻기 위해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하는 고투입 농업을 시행할까? 소규모 농업인의 역할을 폄훼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일반적 특성과 한계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혹자들은 이들이 농촌에 거주하는 것만으로도 기여한다고 하지만, 이건 농업정책의 지원금을 받으면서 할 이야기는 아니다.
농업인 정의는 법률 제3조에 있는 포괄적인 규정만으로 충분하고, 굳이 시행령에서 세부 기준을 제시할 필요는 없다. 그래야 정책 추진의 신축성과 효과성이 담보될 수 있다. 말하자면, 정책에서 지원하고자 하는 지원 대상자의 자격을 정책 추진 규정에서 개별적으로 설정하는 되는 것이지, 이를 사전에 규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농업의 산업적 발전을 위한 직불금 지원 대상을 3ha 이상으로 설정할 경우, 관련 정책의 시행 기준에 이를 포함시키면 되는 것이다. EU와 영국에서 직불금 대상자의 자격기준을 이렇게 정하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환경보전을 실행하고자 하는 농가의 자격에 대해서는 더 많은 농가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비식용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도 적극적으로 포함하면서 매우 작은 면적을 경작하는 농민도 지원대상에 포함하는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농업인을 적극적인 농업의 산업적 생산 또는 농촌 환경관리의 담당자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업도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직업이고 아무나 농지만 있으면 겸업으로 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소한 산업적 발전을 위해서는 이런 인식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일반 회사의 장부처럼, 이들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자료들이 필요하다. 즉, 농가를 일종의 사업체로 간주하고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육성하며,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피해를 효과적으로 보상해서 이들이 안정적인 농업경영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근거가 필요하다. 최근 정밀농업, 수직농업, 스마트팜 등 다양한 형태의 농업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따라서 경작면적을 기준으로 농업인을 정의하는 것은 앞으로 더욱 정상적인 농업발전과 농정 추진의 발목을 잡는 것이 될 것이다. 법령 개정을 위한 논의를 서둘러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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