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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농어촌 거점시설 유휴화 예방, “뭣이 중헌디?” l 서정민(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 작성일2023/07/11 17:36
    • 조회 201
    지역사회 전체 고려 공간 배치, 활용 고민
    놀이방·공부방 등 부족한 공공시설 조성
    노인친화형 장치 등 ‘주민 수요’ 수용해야


    몇 년 전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이 완료된 A읍, 주민의견과는 달리 행정주도로 하드웨어가 조성되면서 주민 간 갈등과 조성된 거점시설의 활용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주민들은“일제시대에 지어진 목조건물은 우리 지역의 역사이니 잘 복원해서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돈 많은데 헐고 이층으로 신축하자”는 팀장의 생각대로 1924년 목조건물을 허물고 그 자리에 이층 현대식 건물이 들어섰다.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범부처별로 인구감소위기지역에 재정투입이 이뤄지고 있다. 예산의 대부분은 주거·교육·문화·복지 등 기초생활 인프라 확충에 우선 지원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 시설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유휴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농어촌 현장에서는 “짓고 나면 유휴화될 시설에 뭐하러 힘을 빼냐”는 냉소적인 반응과 마주치게 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계획 수립단계에서 주민들과 소통하거나 정보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배후마을 주민과 사업대상 지역 다양한 주민조직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나 공청회는 물론이고, 심지어 주민위원으로 발탁된(?) 주민들조차도 사업의 취지나 추진방향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업을 통해 조성될 하드웨어의 이용자이며 운영관리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주민들이 사업추진 초기부터 주체가 아닌 객체로 동원되는 방식이다.

    하드웨어 설계 및 시공과정에 주민참여가 배제되는 점도 문제다. 하드웨어 설계 및 건축계획 수립과정은 행정과 농어촌공사, 용역사 간 협의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B면 주민위원들은 다목적회관 부지 전면의 호수 경관을 활용할 수 있도록 폴딩도어 설치를 제시하였지만, 용역사와 농어촌공사에서 공사비용과 냉난방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폴딩도어 대신 작은 창문이 여러 개 배치되었다.

    C면은 당초 동아리실로 조성된 공간을 사업 종료 후 주민들이 체력단련실로 활용하면서 탈의실과 샤워실이 갖춰지지 않아 이용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D면은 야외공연장을 설치하여 축제와 공연 등에 활용하고자 하였으나, 완공 후 시설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전력이 부족하여 정전되는 일이 발생하였다.

    E면은 야외공연장에 스피커와 음향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완공 후 행정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여 추가로 설치하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많은 지역에서 하드웨어 준공 후 1년 이내 전력부족으로 인한 전력 증설이나 주민활용 목적과 맞지 않아 용도변경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사업을 통해 조성된 시설을 주민들이 다양한 용도로 잘 활용하고 있는 지역도 여러 곳이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주민위원회의 자발적·주체적 역할이다. F면은 지역주민 가운데 전기기술자가 현장을 방문하여, 준공 후 주민들이 활용하고자 하는 전력수요에 부족하지는 않는지 확인 후 전력 증설을 요구하여 시공과정에서 보완하였다.

    G면은 준공 후 활용방안을 고민 중 지역 내 마을교육공동체의 요청을 수용, 아이들을 위한 방과후돌봄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당초 계획 수립단계에서 지역 학교와 학부모, 아이들의 참여와 소통이 없었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돌봄시설로 활용하는데 부족한 점이 많아 추가사업을 지원받아 리모델링을 검토 중이다.

    주민들이 찾고 잘 활용되고 있는 하드웨어를 들여다보면, 참여 주민들이 하드웨어 조성과정에서 지역사회 전체를 염두에 두고 공간을 배치하고 활용방안을 고민하였다, 아이들 놀이방과 청소년 공부방 등 면 지역에 부족한 공공시설을 조성하여 활용도를 높였다. 공간 조성 및 인테리어 시공과정에서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여 자신들의 공간이라는 애착을 형성할 수 있도록 시도하는 지역도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노인친화형 장치들을 추가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정에서 주민들의 이러한 수요를 수용하려는 자세이다.

    고 정기용 건축가는 “좋은 건축이란 쓰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개입할 여지를 열어두는 것”이라고 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조성된 하드웨어가 유휴화되거나 저이용되면서 농어촌지역 재정투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인사들도 있다. 재정투입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공공건축물에 대한 행정의 공급자 중심의 관점에서 이용자인 주민들의 눈눞이를 고려한 수요자 중심의 공공건축물을 조성하려는 인식의 전환이 우선 필요하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9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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