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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농촌의 생활서비스 제공,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 구자인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 소장,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3/07/04 17:35
    • 조회 181
    정책 칸막이 극복해야 지역사회에 기여
    ‘공부하는 마을’이 출발점이자 종착점
    비영리 법인 육성, 읍면 거점공간 확보를


    지난 주말 부산 벡스코에서 제5회 사회적경제박람회의 부대행사 일환으로 사회적농업 포럼이 작년에 이어 연속 개최되었다. 사회적농업은 전통적으로 농업이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며 수행해오던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복원하자는 취지로 2018년부터 시작되었다. 이제는 전국에 사회적 농장이 100개소가 넘고 광역별로 거점농장이 지정되어 있고 (사)사회적농업협회도 설립되었다. 농촌복지 상황이 심각해질수록 관심도 증가하여 토론회마다 사람들이 꼭 찰 정도로 모여든다. 작년부터는 농촌 생활서비스를 체계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지역서비스공동체’ 사업 유형도 시작되어 올해로 총 30개소가 활동중이다. 때마침 국회에서는 지난 4월에 “농촌 지역 공동체 기반 경제·사회 서비스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이 상임위를 통과하였다. 이제 막 시작되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의 사업이지만 농촌재생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정책이고, 향후 발전방향과 관련하여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정책 칸막이를 극복하고 다른 영역의 읍·면 정책과도 강하게 연계해야 한다. 농촌복지를 지나치게 좁게 접근하지 않고 지역사회 전체를 ‘통으로’ 이해하며 접근해야 한다. 농촌의 사람과 자원, 사업, 공간 등을 서로 연계시키며 사회적 관계망을 계속 강화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주민들이 함께 만나서 논의하고 토론하는 공론장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중시해야 한다. 모든 행정사업이 그러하듯 칸막이 안에서는 성과를 만들어낼 수 없다. 그래서 농업경제를 기반으로 마을만들기와 사회적경제, 주민자치회, 먹거리, 통합돌봄, 마을교육공동체 등과 서로 협력하는 관계 만들기가 중요하다. 행정도 민간도 이런 관점을 고수해야 기존 정책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둘째, 읍·면 학습조직(협력 네트워크) 형태로 출발해야 한다. ‘뜻 맞는 사람끼리만’ 하는 활동은 또다른 칸막이를 만들 수 있지만 시작단계에서는 내부공감대 형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동원할 수 있는 행정사업은 앞으로도 많지만 출발 단계에서는 지역을 함께 조사하고 공부하며 서로의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학습과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여기에 기존의 기관·단체들과 연계·협력하면서 한단계씩 전진할 수 있다. 그러면서 ‘박힌 돌’, ‘굴러온 돌’이란 차이를 극복하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공통 인식이 넓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읍·면 행정과 주민자치회,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의 협력관계도 필수적이다. ‘공부하는 마을’이 출발점이자 종착점에 해당하는 셈이다.

    셋째, 초기 사업은 지역사회 내부에 있는 긴급한 과제(주민 필요가 강한 영역)에 먼저 주목해야 한다. 해볼 수 있는 아이디어 사업은 많지만 색다른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역량이 성장하는 것도 아니다. 주민들이 빨리 공감하고 효능감이 높은 사업, 예를 들어 주거서비스나 노인돌봄, 먹거리복지, 생활환경 개선 등이 우선 배치되어야 한다. 후주민(귀농귀촌인)이 주도할수록 이런 측면에 더 주목해야 한다. 기후변화(탄소중립)나 지역화폐, 기본소득 등 용어부터 지나치게 어려운 주제는 서로에 대한 불신감을 더 심화시키기 쉽다. 작고 소소한 사업으로 성과를 축적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하고 주민 효능감도 높으면 지역사회 참여도 더욱 확대된다. 농촌은 사회적 가치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인 결과를 보면서 행동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넷째, 지역서비스공동체에 참여하는 주체의 자치역량을 강화하면서 결과적으로 비영리 법인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 모든 프로그램 사업들은 사람과 조직의 발굴 및 육성으로 연결되어야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앞으로도 많은 정책사업이 시행될 것인데, 지역 내부에서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조직이 많이 설립되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 농촌에는 지역사회(읍·면) 대표성과 전문성을 갖춘 비영리 법인이 아예 없다 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부문별 사업조직이나 영리법인 형태로만 설립되어 있을 뿐이다. 주민자치회로부터 대표성을 인정받고, 지역문제를 깊이 고민하며 전문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비영리 법인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 읍·면 단위 중간지원조직 역할은 이런 비영리 법인이 담당해야 한다.

    다섯째, 중심지활성화(기초생활거점조성) 같은 하드웨어 사업을 계기로 읍·면소재지에 농촌복지의 거점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공공복지가 지나치게 비대해지는 것을 예방하면서(보건·의료와 복지의 전달체계를 계속 개편하면서) 농촌 공동체의 전통적인 상호부조 시스템을 기반으로 생활서비스를 스스로 생산하고 공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주민들이 농촌복지를 자조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주간보호센터나 공동생활홈, 공유부엌, 목공실 등의 시설은 이런 공간에도 입주할 수 있다. 행정은 ‘공유재산관리법’의 사용허가(20조)와 관리위탁(27조) 개념만 잘 적용하면 된다. 읍·면소재지의 거점공간(시설)에 이런 요구를 당연하게 반영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운영할 비영리 법인에게 위탁만 하면 된다. 협약기간 동안에 매년 5천만원 내외를 지원(인건비 포함)한다면 거점공간 자체가 활성화되고 공공성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읍·면 단위 거버넌스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읍·면정책의 실효성을 계속 높여야 한다. 행정의 모든 정책사업도 주민들의 직접 참여도 결국 읍·면 단위에서 서로 만나고 실질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시·군-읍·면-행정리의 층위별로 거버넌스 체계를 잘 구축하고, 이런 방향으로 풀뿌리 주민운동과 공공정책이 협력하는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주민생활권에 해당하는 읍·면 단위를 매개로 하향식의 제도개선과 상향식의 주민참여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좋은 순환을 5년, 10년을 반복한다면 농촌재생도 어렵지 않다. 물론 읍·면 행정의 정책 책임성(자치분권)과 주민자치회의 대표성(주민참여)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제도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우리는 단순히 몇몇 행정 사업을 열심히 추진해본다고 농촌이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오랫동안 경험했다. 본 사업에 참여하는 지역서비스공동체도 이런 전체적인 구도를 잘 이해하며 접근해야 한다. 실질적인 주민생활권에 해당하는 읍·면 단위에서 학습조직으로 출발하여 횡적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사회적 관계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 이런 경로에서 난관은 많을 수밖에 없는데 일상의 실천을 반복하면 재미도 보람도 많아진다. 청년이 돌아오는 일자리도 많이 만들 수 있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9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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