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녹색평론 김종철’ l 하승수 공익별률센터 농본 대표, 지역재단 자문위원
- 작성일2023/06/0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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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발행인은 시민이 참여하는 숙의민주주의가 대안이라고 보았다. 정치인이나 관료보다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이 토론하면 더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후위기나 선거제도 등과 관련해서 이런 숙의민주주의 시도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최근 미국 뉴욕의 하늘이 주홍빛으로 물들고 뉴욕의 대기질이 세계 최악 수준이라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캐나다에서 400군데 이상 산불이 났는데, 그 연기가 미국 동부지역까지 퍼졌다는 것이다. 캐나다 산불은 진화작업에도 불구하고 절반 이상이 통제불능 상태라고 한다. 이 보도를 보면서, 인류의 미래가 잿빛이라는 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곳곳에서 일어나는 통제불가능한 산불, 폭염, 가뭄, 폭우, 슈퍼태풍 등의 단어는 이제 일상이 되고 있다.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로 인한 것이라는 것도 이제는 이론이 없다.
지구의 온실가스 농도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유엔이 정한 마지노선인 450ppm이라는 숫자를 넘어설 날이 이제 10년 남짓 남았다. 그 이후의 상황은 정말 알 수 없다. 이렇게 급속도로 지구의 온실가스 농도가 상승한 적이 없었으니,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기후위기와 관련해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할 점이, 국가와 지역에 따라 영향이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단지 해수면 상승만 걱정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대한민국의 식량수급이다. 지금처럼 외부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재난이나 전쟁으로 식량수입에 차질이 생길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인지?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농민들의 고령화와 농지 감소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농어업 조사’에 따르면, 농가인구는 216만 6천명으로 전년 대비 2.3% 줄어들었다. 농가경영주 평균연령은 68.0세이고, 70세 이상 농가경영주 비율이 전체 농가경영주의 45.5%에 달한다. 농지는 또 어떤가? 2022년 전국 경지면적은 152만 8천ha로 전년 대비 1.2%(1만 9천ha)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2021년 44.4%였던 식량자급률을 2027년까지 55.5%로 끌어올리겠다는 정부 대책은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 목표만 있을 뿐, 그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도 정책수단도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심각한 상황인데도, 정치는 기후위기나 농업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고, 엉뚱한 소재로 정쟁을 하기에 바쁘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3년 전 돌아가신 고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을 생각하게 된다.
김종철 발행인은 지금과 같은 문명은 유지될 수 없으며,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던 지식인이다. 그리고 생태문명의 핵심은 ‘농(農)’에 있다고 보았다.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갈 수 있는 길은 농사에 있다고 보았고, 특히 소농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김종철 발행인의 사상을 ‘농본주의’라고 부를 수 있다.
또한 그는 이런 문명의 전환은 ‘민주주의의 강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 때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서 대표자를 뽑아 위임을 하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현행 대의제는 기후변화와 같은 장기적인 배려가 필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대응할 능력이 없다는, 결정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선거가 전부인 이 제도에서는 모든 정치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며, 따라서 그들의 시야는 늘 4~5년을 주기로 하는 단기적인 국면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그의 지적은 지금의 정치현실을 보면 정확하게 들어맞는 듯하다. 언론사의 정치기사에서는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식량자급률을 어떻게 올릴 수 있을지에 관한 얘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유력 정치인과 거대정당이 그에 대한 발언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공동체가 어떻게 되든 눈앞의 권력을 위한 쟁투에만 몰두할 뿐이다.
그래서 김종철 발행인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숙의민주주의가 대안이라고 보았다. 정치인이나 관료들보다는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이 토론하면 더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후위기나 선거제도 등과 관련해서 이런 숙의민주주의 시도가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지고, 미래가 잿빛으로 보이는 상황일수록 김종철 발행인의 사상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다행히 그의 분신과도 같았던 녹색평론이 복간되었고, 3주기를 맞은 6월 24일에는 ‘김종철 연구소’도 발족할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김종철의 농본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를 소망해 본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8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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