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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3무(三無) 시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 유정규 행복의성지원센터장,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3/04/16 13:26
    • 조회 346
    오늘날 우리는 ‘3고(三高)’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서 삼고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을 말한다.

    그렇다면 혹시 ‘3무(三無)’의 어려움이란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도시생활을 접고 농촌으로 귀농·귀촌한 청년이 직면하는 어려움을 삼무의 어려움이라고 한다. 무자본, 무기술, 무연고의 삼무다. 기존의 농민조차도 정상적인 농업경영이 어려워지는 현실인데 삼무 상태인 청년 귀농·귀촌인의 어려움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농업·농촌의 어려움을 심화시키는 것은 이러한 의미의 삼무만이 아니다. 믿고 따를 수 있는 정책이 없고(無농정), 정책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실천할 주체 즉, 사람이 없으며(無주체), 심어서 돈이 될 만한 작목이 없다(無작목)는 의미의 삼무야말로 오늘날 우리 농업·농촌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

    역대 정부 모두 이러한 삼무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저마다의 대안을 제시해 왔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역대 어느 정부의 대안도 삼무시대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것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어떨까? 지난해 5월 발표된 현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농업·농어촌 관련 내용은 70~73번 과제로 ‘살고 싶은 농산어촌을 만들겠습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농산촌 지원강화 및 성장환경 조성(70) △농업의 미래 성장산업화(71) △식량주권 확보와 농가 경영안정 강화(72) △풍요로운 어촌, 활기찬 해양(73)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구체적으로 70번에는 △농촌 맞춤형 사회안전망 구축 △농촌공간재구조화 △이·통장 처우개선 △산림자원 조성 △임업인‧산림복지 강화 등이 담겼고, 71번에는 △청년농민 3만명 육성 △농업 디지털 혁신 △식품산업 육성 △농산업 혁신생태계 구축 △환경친화적 농업육성 △방역체계 고도화로 구성된다. 72번에는 △식량주권 확보 △농업직불금 확대 △농가경영 안정 △수산물 수급안정 △먹거리 지원, 73번에는 △어촌활력 제고 △수산업 경쟁력 강화 △어업인 복지강화 △해양 신산업 육성 등이 포함돼 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도 1년여가 지났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삼무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흐름을 보면 농업·농촌의 현실이 과거보다 더 나아지리라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 농업·농촌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무엇인지, 당면한 농업‧농촌의 현실을 타개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기조차 하다. 2023년 농식품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을 보면 국정과제조차도 무시하는 듯하다. 가령, 국정과제에서 제시하고 있는 ‘청년농민 3만명 육성’을 위해서는 매년 6,000명씩의 청년농민을 육성해야 하지만 이를 위한 대책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농정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회의 입법결과를 무작정 거부할 것이 아니라 생산자·소비자·학계·정부가 참여하는 사회적인 농정 대타협기구를 설치·운영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나가야 한다. 이미 형해화된 농특위로는 이러한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둘째, 농정의 일관성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농정의 방향과 내용이 바뀐다면 농민은 어느 장단에 맞추란 말인가? 사회적 대타협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정책은 정권의 교체에 무관하게 지속돼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농정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첩경이다.

    셋째, 주체육성을 위한 획기적인 육성·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청년농은 이미 전체 농민의 1%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대로 간다면 농촌의 소멸이 앞서 우리 농업이 먼저 소멸할지도 모른다. 청년농민의 확보와 육성은 우리 농업·농촌의 미래를 담보해 나갈 가장 확실하고 절실한 대책이다.

    넷째, 농촌과 도시를 연계하는 농촌활성화대책이 필요하다. 농업·농촌의 노력만으로는 당면한 문제해결이 불가능하다. 도시 또한 농업농촌의 협력 없이는 늘어나고 있는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섯째, 지방농정의 자치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지방은 국가의 일부이지만 지방의 농정과제는 국가의 농정과제와 일치할 수 없다. 전국적·평균적인 농정으로는 각 지역이 당면하고 있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지역의 농정과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농정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존중하고 보장하는 것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 http://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50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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