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종자체계’ 갖춰 토종종자 지켜가자 | 황영모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지역재단 자문위원
- 작성일2023/02/0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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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이 생산하는 토종종자 보존이 중요
지자체마다 ‘농민 종자체계’ 지원 주목
국가적 인정 규정 마련, 공급 이뤄져야
지난 해 10월, 민간육종연구단지(김제)에서 개최된 ‘국제종자박람회’ 장 한 곳에는 여성 농민들의 토종 종자 홍보와 체험 부스가 등장했다. 여성 농민들은 현지(지역)에서 조사하여 증식한 토종종자를 전시했다. 씨앗나눔 행사와 GMO 농산물 반대 서명을 진행했다. 홍보 부스 앞에는 노란색 바탕에 푸른 글씨의 ‘오래된 미래, 토종씨앗 함께 지켜요’라는 현수막이 눈길을 끌었다. 산업적 방식의 종자에 농민적 방식의 토종 종자를 강조하는 전시는 여러 의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일반적으로 지역 또는 국가에서 종자를 생산하고, 보관하며, 교환 판매하는 경로와 방식을 ‘종자체계’(seed system)’라고 지칭한다(FAO). 최근 식량안보 차원에서 충분한 종자의 확보가 글로벌 수준에서 주요 이슈가 되었다. 국가 차원에서의 연구개발과 산업화 지원 등이 이어져 왔다. 종자의 생산과 판매에 국가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종자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하여 기업적 방식의 종자 공급사슬을 갖춰가고 있다. 단계별로 고도의 전문화도 이뤄가고 있다. 상업적 거래 시장에서 종자 로열티는 매우 중요하다. 파프리카 씨앗이 반도체보다 비싸다는 걸 보면 그 경제적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이 ‘공식 종자체계’(formal seed system)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종자체계’는 ‘농민(소농)’에 의해 형성되고 작동 발전되어 왔다. 이를 ‘농민 종자체계(farmers’ seed systems)’로 통칭한다. ‘농민 종자체계’는 종자의 생산자이자 사용자인 농민이 직접 생산하여 사용하는 구조이다. 공동체 등을 통해 교환하거나 지역시장에서 거래되는 형태를 가진다. 지역의 종자시장, 종자은행, 농민들의 사회적 연결망 등을 통해 종자를 얻는 체계이다. 이 점에서 상업적 거래를 목적으로 하는 종자체계와 구별된다.
특히 종자는 물, 농지와 함께 핵심 농업자원이다. 이를 공동으로 관리하는 농민의 집단적 권리를 규정하기에 이른다(유엔 농민권리선언). 이를 통해 농민적 종자체계의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종자체계’는 기후위기나 재난 등에 대비한 생물 다양성의 확보와 식량안보의 보장을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 실현에 기여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공식 종자체계와 농민 종자체계의 협력적 결합이 필요하다. 그래서 EU는 ‘토종종자 보존을 위함 지침’을 2008년 제정하였다. 이 지침은 지역 공동체가 자가 채종하면서 이어온 종자를 현지 내 보존으로 인정하고, 유전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보호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농민 종자체계는 ‘토종 종자’를 조사 발굴하고, 재배 생산하고, 나눔 교환하여 농작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의 방식이다. 그래서 대대로 계속 심고 씨를 받아 유지하는 종자가 핵심이다. 현지 내 보존이 중요하다. 토종 종자는 ‘교배’에 의해 만들어진 씨앗, 보급종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최근 농민 종자체계를 지켜나가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지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국의 8개 광역 지자체(도)에서 ‘토종 농작물 보존과 육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경남, 전남, 제주, 강원, 경기, 충남, 전북, 경북). 사라져가는 토종 종자를 지역별로 조사 발굴하고, 채종 증식하는 활동을 지원한다. 경남도와 경기도는 ‘토종 종자은행’을 별도로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토종 종자를 발굴하고 일정한 기준으로 보존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군에 ‘무상 분양’을 추진하고 있다.
경남도는 2009년부터 토종 농작물 재배를 촉진하기 위해 절대적 불리함(낮은 수확량, 높은 경영비 등)을 ‘토종 농작물 직불제’로 보전 지원하고 있다. 토종 농작물 직불제는 일년생과 다년생으로 구분하고, 농가당 최소 규모와 지원 한도 등을 정하고 있다. 지원하는 토종 농작물의 수만도 17개 품목에 달한다.
전북도는 2017년부터 매년 ‘토종 농작물 시험재배포’를 지원하여 토종 종자의 채종과 나눔, 교류 등을 촉진하고 있다. 토종 종자 활동을 전개해온 민간단체(여성농민회, 씨앗모임 등)가 주체가 되어 채종 증식포에 토종 종자를 재배하고, 체험과 교육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사실 지자체가 토종 종자와 농작물을 지켜가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민간단체와 시민사회운동의 역량이 그 배경이다. 전국적으로 ‘전국씨앗도서관, 토종씨드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은 오랫동안 토종 종자 지킴이 역할을 수행해 왔다. 지역적으로 토종 종자의 ‘조사·발굴, 채종·증식, 보관·보존, 교환·나눔, 이용·활용’의 활동을 담당하고 있다. 토종 씨앗을 지키는 이들의 노력은 도시민과 함께하는 실천 활동으로 진화하고 있다. 익산시여성농민회는 ‘토종 농작물 녹색 아파트 사업’을 통해 도시민의 토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넓혀가는 접점을 만들고 있다.
토종 종자에 대한 지역적 실험과 사례가 국가적 수준으로 공식화해 나가야 할 때이다. 주류인 ‘공식 종자체계’ 내에 ‘농민 종자체계’를 인정하는 규정이 필요하다. 토종 종자가 공식적 경로를 통해 공급되는 구조를 국가적으로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5798
지자체마다 ‘농민 종자체계’ 지원 주목
국가적 인정 규정 마련, 공급 이뤄져야
지난 해 10월, 민간육종연구단지(김제)에서 개최된 ‘국제종자박람회’ 장 한 곳에는 여성 농민들의 토종 종자 홍보와 체험 부스가 등장했다. 여성 농민들은 현지(지역)에서 조사하여 증식한 토종종자를 전시했다. 씨앗나눔 행사와 GMO 농산물 반대 서명을 진행했다. 홍보 부스 앞에는 노란색 바탕에 푸른 글씨의 ‘오래된 미래, 토종씨앗 함께 지켜요’라는 현수막이 눈길을 끌었다. 산업적 방식의 종자에 농민적 방식의 토종 종자를 강조하는 전시는 여러 의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일반적으로 지역 또는 국가에서 종자를 생산하고, 보관하며, 교환 판매하는 경로와 방식을 ‘종자체계’(seed system)’라고 지칭한다(FAO). 최근 식량안보 차원에서 충분한 종자의 확보가 글로벌 수준에서 주요 이슈가 되었다. 국가 차원에서의 연구개발과 산업화 지원 등이 이어져 왔다. 종자의 생산과 판매에 국가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종자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하여 기업적 방식의 종자 공급사슬을 갖춰가고 있다. 단계별로 고도의 전문화도 이뤄가고 있다. 상업적 거래 시장에서 종자 로열티는 매우 중요하다. 파프리카 씨앗이 반도체보다 비싸다는 걸 보면 그 경제적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이 ‘공식 종자체계’(formal seed system)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종자체계’는 ‘농민(소농)’에 의해 형성되고 작동 발전되어 왔다. 이를 ‘농민 종자체계(farmers’ seed systems)’로 통칭한다. ‘농민 종자체계’는 종자의 생산자이자 사용자인 농민이 직접 생산하여 사용하는 구조이다. 공동체 등을 통해 교환하거나 지역시장에서 거래되는 형태를 가진다. 지역의 종자시장, 종자은행, 농민들의 사회적 연결망 등을 통해 종자를 얻는 체계이다. 이 점에서 상업적 거래를 목적으로 하는 종자체계와 구별된다.
특히 종자는 물, 농지와 함께 핵심 농업자원이다. 이를 공동으로 관리하는 농민의 집단적 권리를 규정하기에 이른다(유엔 농민권리선언). 이를 통해 농민적 종자체계의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종자체계’는 기후위기나 재난 등에 대비한 생물 다양성의 확보와 식량안보의 보장을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 실현에 기여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공식 종자체계와 농민 종자체계의 협력적 결합이 필요하다. 그래서 EU는 ‘토종종자 보존을 위함 지침’을 2008년 제정하였다. 이 지침은 지역 공동체가 자가 채종하면서 이어온 종자를 현지 내 보존으로 인정하고, 유전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보호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농민 종자체계는 ‘토종 종자’를 조사 발굴하고, 재배 생산하고, 나눔 교환하여 농작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의 방식이다. 그래서 대대로 계속 심고 씨를 받아 유지하는 종자가 핵심이다. 현지 내 보존이 중요하다. 토종 종자는 ‘교배’에 의해 만들어진 씨앗, 보급종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최근 농민 종자체계를 지켜나가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지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국의 8개 광역 지자체(도)에서 ‘토종 농작물 보존과 육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경남, 전남, 제주, 강원, 경기, 충남, 전북, 경북). 사라져가는 토종 종자를 지역별로 조사 발굴하고, 채종 증식하는 활동을 지원한다. 경남도와 경기도는 ‘토종 종자은행’을 별도로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토종 종자를 발굴하고 일정한 기준으로 보존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군에 ‘무상 분양’을 추진하고 있다.
경남도는 2009년부터 토종 농작물 재배를 촉진하기 위해 절대적 불리함(낮은 수확량, 높은 경영비 등)을 ‘토종 농작물 직불제’로 보전 지원하고 있다. 토종 농작물 직불제는 일년생과 다년생으로 구분하고, 농가당 최소 규모와 지원 한도 등을 정하고 있다. 지원하는 토종 농작물의 수만도 17개 품목에 달한다.
전북도는 2017년부터 매년 ‘토종 농작물 시험재배포’를 지원하여 토종 종자의 채종과 나눔, 교류 등을 촉진하고 있다. 토종 종자 활동을 전개해온 민간단체(여성농민회, 씨앗모임 등)가 주체가 되어 채종 증식포에 토종 종자를 재배하고, 체험과 교육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사실 지자체가 토종 종자와 농작물을 지켜가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민간단체와 시민사회운동의 역량이 그 배경이다. 전국적으로 ‘전국씨앗도서관, 토종씨드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은 오랫동안 토종 종자 지킴이 역할을 수행해 왔다. 지역적으로 토종 종자의 ‘조사·발굴, 채종·증식, 보관·보존, 교환·나눔, 이용·활용’의 활동을 담당하고 있다. 토종 씨앗을 지키는 이들의 노력은 도시민과 함께하는 실천 활동으로 진화하고 있다. 익산시여성농민회는 ‘토종 농작물 녹색 아파트 사업’을 통해 도시민의 토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넓혀가는 접점을 만들고 있다.
토종 종자에 대한 지역적 실험과 사례가 국가적 수준으로 공식화해 나가야 할 때이다. 주류인 ‘공식 종자체계’ 내에 ‘농민 종자체계’를 인정하는 규정이 필요하다. 토종 종자가 공식적 경로를 통해 공급되는 구조를 국가적으로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5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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