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TOP

재단칼럼

    기후위기, ‘농’을 바탕으로 한 플랜B가 필요 l 하승수 공익별률센터 농본 대표, 지역재단 자문위원
    • 작성일2022/11/18 10:21
    • 조회 331
    플랜B는 경제성장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온실가스 감축과 날로 심해질 기후위기에 대한 대처를 각국 정부의 최우선적인 과제로 할 때에만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매우 쉽지 않기에, 각 국가별로 자기 나라에 맞는 대비책도 세워야 한다.  
    대한민국의 경우에 가장 강조할 것은 ‘농(農)’이다. 

    올해 이집트에서는 27번째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가 열렸다. 매년 이렇게 총회가 열리고, 세계 각국의 정부는 뭔가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후위기를 둘러싼 실제 상황은 매우 절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정부를 포함한 세계 각국 정부는 표면적으로만 ‘탄소중립’을 표방하고 있을 뿐이다.

    최근 발표된 숫자들을 보면,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란 이미 불가능해 보인다. UN차원에서는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와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최근 발표된 2개의 보고서가 이를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이 2022년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0년 수준보다 오히려 10.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가별로 수립한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한다고 해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늘어난다는 것이다.

    또한 11월 11일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GCP)가 발표한 ‘글로벌 탄소예산 2022’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작년 대비 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배출량 1위 국가인 중국은 0.9% 줄어들지만, 배출량 2위 국가인 미국은 1.5% 늘어나고, 배출량 3위인 인도 역시 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그조차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가 2022년 6월에 발표한 ‘2021년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은 6억 7000만톤으로, 2020년보다 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제는 상황을 좀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현재처럼 여전히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가들의 정부가 경제성장에 집착하는 이상,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5% 감축한다는 목표는 달성불가능하다.

    이는 국가간의 협상과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을 통해서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플랜A’의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교토의정서부터 파리기후변화협약까지의 과정이 의미가 있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은 실패했다.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논의가 불가능하다. 실패를 인정해야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랜A의 실패는 ‘유체이탈’같은 상황을 방치했기 때문이다. 협상테이블에서는 고상하게 ‘온실가스 감축’을 얘기하지만, 실제로 많은 국가의 정부는 여전히 정책의 우선순위를 ‘경제성장’에 두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은 기후위기 관련된 협상테이블에서나 하는 얘기이고, 정부 내의 담당부처에서나 하는 얘기일 뿐이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이다. 한 국가내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하려면 범 정부 차원에서 산업구조 전환을 포함한 포괄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조정해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의 일차적인 관심은 여전히 기후위기에 있지 않고 ‘경제성장’에 있다.

    그렇다면 플랜B는 과연 있을까? 플랜B는 경제성장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온실가스 감축과 날로 심해질 기후위기에 대한 대처를 각국 정부의 최우선적인 과제로 할 때에만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매우 쉽지 않기에, 각 국가별로 자기 나라에 맞는 대비책도 세워야 한다.

    대한민국의 경우에 가장 강조할 것은 ‘농(農)’이다. 농사, 농민, 농촌에 대한 최우선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식량자급률과 곡물자급률이 너무 낮다. 45.8%의 식량자급률과 20.2%의 곡물자급률(2020년 기준)인 상황에서 외부로부터의 식량조달에 차질이 생길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는 매번 식량자급률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왔지만, 실제로는 자급률이 계속 떨어져 온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위기감이 없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진정으로 기후위기를 걱정한다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농지를 보전하고, 농사짓는 농민들이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도록 농산물 가격을 보장하고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다. 농촌으로 사람들이 갈 수 있도록 농촌의 주택, 교육, 의료, 복지, 환경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다. 이런 일을 당장 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에는 플랜B의 기회조차 없을 것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3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