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파괴의 현실을 보며 | 하승수 공익별률센터 농본 대표, 지역재단 자문위원
- 작성일2022/08/19 12:23
- 조회 433
농촌 파괴의 현실을 보며
폐기물을 많이 배출하는 곳도 공장과 도시이고, 전기를 많이 쓰는 곳도 그곳이다. 토석을 필요로 하는 건설사업이 많이 벌어지는 곳도 도시이다. 그런데 피해와 부담은 고스란히 농촌이 지는 구조이다.
|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작년에 농촌, 농사, 농민을 돕겠다면서 <공익법률센터 농본>이 출발한지 1년 반이 지났다. 그동안 농본을 찾아온 여러 농촌 지역의 사안들을 모아보면, 농촌의 현실이 어느 정도 보인다.
가장 많은 사안은 산업페기물문제였다. 공장에서 나오는 산업폐기물, 병원에서 나오는 의료폐기물들이 농촌으로 밀려들고 있다. 농촌에 소각장, 매립장, SRF(폐기물고형연료) 발전소 등등의 시설들을 설치해서, 폐기물을 태우고 묻겠다는 것이다. 전라남도 벌교에서부터 강원도 강릉까지 전국 곳곳에 이런 사안들이 있는 상황이다.
매우 우려스러운 것은 산업폐기물, 의료폐기물 사업이 돈이 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사모펀드들과 대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폐기물 기업들이 기업 인수합병 시장에서 수천억원대에 거래되는 것이 현실이다. 돈은 자본이 벌고, 피해는 농촌주민들이 입고, 여러 가지 문제해결 부담은 지방자치단체가 지는 잘못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산업폐기물과 연결된 문제로 산업단지 문제도 심각하다. 과거에는 꼭 필요한 산업단지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산업단지가 이미 1262개(2022년 3월 기준)에 달한 상황이다. 이명박 정권 시절에 만들어진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 때문에 인·허가가 쉬워지자, 산업단지가 부동산 사업, 산업폐기물사업으로 변질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싼값에 농지와 임야를 강제수용해서, 높은 가격으로 분양하면 이윤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다. 심지어 산업단지로 인·허가를 받은 후 그 안에 아파트를 건설하려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산업단지와 함께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추진하면서, 실제로는 산업폐기물매립장으로 더 많은 이윤을 노리는 듯한 현상도 나타난다. 산업단지가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주변 주민들이 환경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다.
토석채취(채석장) 문제도 심각하다. 농촌지역에 있는 산을 까뭉개면서 토석을 채취하는데, 돌가루로 인한 농사피해, 저수지피해, 소음, 진동 등 인근 주민들은 살 수가 없다고 호소한다. 그런데 업체들은 일단 토석채취허가를 받으면 연장하고 확장하면서 사업을 계속하려고 한다. 심지어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
발전소와 송전탑 피해도 계속되고 있다. 전기도 많이 쓰지 않는 농촌지역에 대규모 발전소를 짓고 송전선까지 건설해서 공장과 도시로 송전하려는 것이다. 화석연료 발전소 뿐만 아니라, 태양광과 풍력같은 재생가능에너지도 이런 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공공이 재생가능에너지를 책임지지 않고 민간자본에게 맡기다보니, 돈을 벌기 쉬운 쪽으로 재생에너지 사업도 추진되는 것이다. 대규모 축사로 인한 문제도 심각한 지역들이 많다. 악취, 수질·토양오염 등의 문제들을 호소하는 지역들이 많다.
결국 이 모든 문제들의 원인은 농촌보다는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라는 현재의 산업구조에 있고, 인구가 많은 대도시에 있다. 폐기물을 많이 배출하는 곳도 공장과 도시이고, 전기를 많이 쓰는 곳도 그곳이다. 토석을 필요로 하는 건설사업이 많이 벌어지는 곳도 도시이다. 그런데 피해와 부담은 고스란히 농촌이 지는 구조이다.
이런 구조가 바뀌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공감’과 ‘연대’이다. 농촌에 사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이런 문제들을 겪고 있는 농촌주민들의 아픔에 대해 알고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인간이 인간다울 때는 타자의 고통에 대해 공감할 때이다. 그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연대’가 필요하다. 결국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려면 정책이 바뀌고, 법률이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개별 농촌마을의 힘으로는 그런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 비슷한 일들을 겪고 있는 농촌지역들이 연대하고, 그에 공감하는 단체와 조직들이 연대해서 정치권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잘못된 구조를 바꿀 수 있다.
언론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농촌 구석구석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정말 기막힌 일들이 많다. 자본과 행정·정치가 유착한 정황들도 많다. 서울 어디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면, 아마 난리가 날 것이다. 그런데 단지 농촌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다. 그러나 농촌문제는 이미 단지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전체의 문제이고, 국가 전체의 문제이다. 양식있는 언론의 진지한 관심이 필요하다.
농촌이 파괴되고 나서 후회해도 소용없다. 사라진 농지는 복구하기 어렵고, 오염된 환경은 회복하기 어렵다. 파괴된 공동체도 마찬가지이다. 더 늦기 전에, 더 파괴되기 전에 농촌을 파괴해 온 일들을 돌아보고 바꿔야 한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1830
폐기물을 많이 배출하는 곳도 공장과 도시이고, 전기를 많이 쓰는 곳도 그곳이다. 토석을 필요로 하는 건설사업이 많이 벌어지는 곳도 도시이다. 그런데 피해와 부담은 고스란히 농촌이 지는 구조이다.
|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작년에 농촌, 농사, 농민을 돕겠다면서 <공익법률센터 농본>이 출발한지 1년 반이 지났다. 그동안 농본을 찾아온 여러 농촌 지역의 사안들을 모아보면, 농촌의 현실이 어느 정도 보인다.
가장 많은 사안은 산업페기물문제였다. 공장에서 나오는 산업폐기물, 병원에서 나오는 의료폐기물들이 농촌으로 밀려들고 있다. 농촌에 소각장, 매립장, SRF(폐기물고형연료) 발전소 등등의 시설들을 설치해서, 폐기물을 태우고 묻겠다는 것이다. 전라남도 벌교에서부터 강원도 강릉까지 전국 곳곳에 이런 사안들이 있는 상황이다.
매우 우려스러운 것은 산업폐기물, 의료폐기물 사업이 돈이 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사모펀드들과 대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폐기물 기업들이 기업 인수합병 시장에서 수천억원대에 거래되는 것이 현실이다. 돈은 자본이 벌고, 피해는 농촌주민들이 입고, 여러 가지 문제해결 부담은 지방자치단체가 지는 잘못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산업폐기물과 연결된 문제로 산업단지 문제도 심각하다. 과거에는 꼭 필요한 산업단지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산업단지가 이미 1262개(2022년 3월 기준)에 달한 상황이다. 이명박 정권 시절에 만들어진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 때문에 인·허가가 쉬워지자, 산업단지가 부동산 사업, 산업폐기물사업으로 변질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싼값에 농지와 임야를 강제수용해서, 높은 가격으로 분양하면 이윤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다. 심지어 산업단지로 인·허가를 받은 후 그 안에 아파트를 건설하려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산업단지와 함께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추진하면서, 실제로는 산업폐기물매립장으로 더 많은 이윤을 노리는 듯한 현상도 나타난다. 산업단지가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주변 주민들이 환경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다.
토석채취(채석장) 문제도 심각하다. 농촌지역에 있는 산을 까뭉개면서 토석을 채취하는데, 돌가루로 인한 농사피해, 저수지피해, 소음, 진동 등 인근 주민들은 살 수가 없다고 호소한다. 그런데 업체들은 일단 토석채취허가를 받으면 연장하고 확장하면서 사업을 계속하려고 한다. 심지어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
발전소와 송전탑 피해도 계속되고 있다. 전기도 많이 쓰지 않는 농촌지역에 대규모 발전소를 짓고 송전선까지 건설해서 공장과 도시로 송전하려는 것이다. 화석연료 발전소 뿐만 아니라, 태양광과 풍력같은 재생가능에너지도 이런 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공공이 재생가능에너지를 책임지지 않고 민간자본에게 맡기다보니, 돈을 벌기 쉬운 쪽으로 재생에너지 사업도 추진되는 것이다. 대규모 축사로 인한 문제도 심각한 지역들이 많다. 악취, 수질·토양오염 등의 문제들을 호소하는 지역들이 많다.
결국 이 모든 문제들의 원인은 농촌보다는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라는 현재의 산업구조에 있고, 인구가 많은 대도시에 있다. 폐기물을 많이 배출하는 곳도 공장과 도시이고, 전기를 많이 쓰는 곳도 그곳이다. 토석을 필요로 하는 건설사업이 많이 벌어지는 곳도 도시이다. 그런데 피해와 부담은 고스란히 농촌이 지는 구조이다.
이런 구조가 바뀌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공감’과 ‘연대’이다. 농촌에 사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이런 문제들을 겪고 있는 농촌주민들의 아픔에 대해 알고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인간이 인간다울 때는 타자의 고통에 대해 공감할 때이다. 그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연대’가 필요하다. 결국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려면 정책이 바뀌고, 법률이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개별 농촌마을의 힘으로는 그런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 비슷한 일들을 겪고 있는 농촌지역들이 연대하고, 그에 공감하는 단체와 조직들이 연대해서 정치권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잘못된 구조를 바꿀 수 있다.
언론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농촌 구석구석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정말 기막힌 일들이 많다. 자본과 행정·정치가 유착한 정황들도 많다. 서울 어디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면, 아마 난리가 날 것이다. 그런데 단지 농촌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다. 그러나 농촌문제는 이미 단지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전체의 문제이고, 국가 전체의 문제이다. 양식있는 언론의 진지한 관심이 필요하다.
농촌이 파괴되고 나서 후회해도 소용없다. 사라진 농지는 복구하기 어렵고, 오염된 환경은 회복하기 어렵다. 파괴된 공동체도 마찬가지이다. 더 늦기 전에, 더 파괴되기 전에 농촌을 파괴해 온 일들을 돌아보고 바꿔야 한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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