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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농업적 시각 VS 농촌적 시각  |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 작성일2022/08/17 12:21
    • 조회 450
    농업적 시각 VS 농촌적 시각

    EU, 지역균형 회복 위한 농촌개발 강조 
    농업적→농촌적 시각으로 관점 전환
    미래 농촌사회 통찰·관점 전환 필요


    |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농업·농촌은 1986년부터 1993년까지 7년간 지속되던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결과로 세계무역기구(WTO : World Trade Organization)가 출범하면서, 농산물 시장개방이라는 세계질서에 편입되었다.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1992년 EU는 ‘공동농업정책(CAP) 개혁’을 발표하였다. EU 공동농업정책 개혁의 핵심은 산업 중심에서 공간 중심, 즉 농업에서 농촌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사하였고, 이후 많은 국가 농촌정책에 영향을 주었다. 

    EU 농촌정책에서는 농촌 지역균형 회복을 위한 농촌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우선 기존 농촌개발에서 강조되었던 농업뿐만 아니라, 넓은 시야에서 농촌사회의 미래를 내다보고 경제적 측면과 환경적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기존 획일적이고 수직적인 하향식 개발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다양한 주체 간 파트너십에 기초한 상향식 개발방식으로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농촌정책은 “지역의 요구에 부합해야 하고, 지역의 잠재력을 잘 이용하여야 한다”며 내부로부터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EU의 혁신적 농촌정책은 바로 기존 농업적 시각에서 농촌적 시각으로 관점의 전환을 기초로 하고 있다.  

    농업적 시각은 농촌개발을 농업정책의 보조장치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즉, 농업적 시각은 농민과 농업의 이해가 농촌의 이해와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농촌적 시각은 지역 내 사회적 관계와 경제적 지위가 다른 주체들의 다양한 이해를 반영하고, 주체 간 파트너십을 강조한다. 또한, 경쟁력 있는 농업부문이 반드시 농촌활력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인식한다. 농업적 시각과 농촌적 시각을 단순히 용어상 혼란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미래 농촌에서 농업이 사회적·문화적·환경적으로 계속해서 중심에 있을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

    통계청 농가 및 농가인구 조사에 따르면, 2021년 현재 전국 농가 수는 103만1000 가구로 총가구의 5%, 농가인구는 221만5000명으로 총인구의 4.3%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가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46.8%로 전국 고령인구 비율 17.1%와 비교하여 3배에 가까운 수치이다. 연령별로는 70세 이상 농가인구가 전체 농가인구의 32.5%, 60세 이상 농가인구가 29.9%로 60세 이상 농가인구가 전체 농가인구의 62.4%를 차지하고 있다. 전·겸업별 농가비율을 살펴보면, 전체 농가 가운데 전업농가는 58.4%로 매년 감소하고 있는 반면, 겸업농가는 41.6%로 증가하고 있고 특히, 2종 겸업농가 증가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은 지속적인 인구감소에도 불구하고 농촌사회가 당면한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비록 소수더라도 영·유아부터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노동자, 노인까지 사회 구성원이 매우 다양해졌다. 경제적으로도 여전히 농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하더라도 농촌사회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현재 농촌지역에서 농업만으로는 인구감소위기에서 벗어날 수도, 활력을 증진시킬 수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농업발전을 위해서는 환경보전, 경관유지 등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이슈에 대응하는 한편, 농업 기반 유통·가공·소비 등 연관산업 활성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교육·문화·복지 여건 개선으로 아이와 청년들이 정착할 수 있는 정주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고령사회에 대응하여 노인복지와 의료·보건서비스 기반도 갖추어야 한다. 농업발전이 곧 농촌발전이라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농촌재생을 위해 통합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이다. 

    농업·농촌을 둘러싼 여건변화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 내부에서 줄곧 선임국의 위치를 지켜왔던 농업정책국은 2011년 농촌정책국에게 선임국 자리를 내주었다. 농업정책과 농촌정책은 그 대상과 접근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농업정책은 국가정책과 그 방향을 토대로 수직적 하향식 추진체계에 의해 작동되며, 정책의 수혜가 농민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농촌정책은 일정한 공간을 대상으로 하며 정책수혜자가 주민 다수이기 때문에 지역 내 다양한 주체 간 파트너십과 거버넌스에 기초한 새로운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농촌의 현실은 농업적 시각과 농촌적 시각이 혼재되어 정책 주체(행정과 주민 모두) 간 접근방식에 혼선을 빚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농촌사회의 복잡한 당면과제 해결과 농촌재생을 위해서는 미래 농촌사회에 대한 통찰과 관점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17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