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플랫폼 시대, 농정조직 혁신이 필요하다 |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 작성일2021/09/03 14:35
- 조회 645
정책 플랫폼 시대, 농정조직 혁신이 필요하다
|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정책 생산자 넘어 정부가 ‘정책 플랫폼’ 돼
부처간 칸막이 허물고 협업 촉진
주민관계망 복원 방식 공공혁신 시급
행정조직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중앙부처별 조직 개편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조직 예산과 조직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행정조직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은 ‘자치분권’에 따른 중앙사무 지방이양과 재정분권, 주민자치 기반 풀뿌리 민주주의의 확산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과거 경제성장기 행정의 핵심적 가치가 ‘개발’과 ‘성장’이었다면, 최근 중앙정부의 행정기능 변화 흐름은 공동체 내부에서 소통과 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간접적이고 보조적인 방식으로 지원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데 공감대가 모아지고 있는 듯하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최근 지방 분권화에 대응한 농정조직 관리 방안에 대해 검토하였는데, 농림축산식품부 사무의 경우 현장 중심 추진업무가 많고(현장성), 지역주민 수요와 지역 농정환경의 다양성에 대한 정책적 대응(민주성)이 중요한 판단기준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농림축산식품사무 분야별로는 농촌개발 및 농촌산업 분야에서 현지성(민주성, 대응성), 경제성(효율성)이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농촌지역개발(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사무가 중앙부처별 지방이양 사무 가운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사무 가운데 중앙과 광역, 기초 모두에서 관련 부처(부서) 간 협력관계가 많은 사무 역시 농촌지역개발 및 농촌산업 분야로 분석되었다. 농촌지역개발사업은 농정조직 이외에 교육, 문화, 보건복지, 자치행정, 건설, 토목 등 다양한 부처(부서) 간 협력이 불가피한 사업이기 때문에,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에서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광역지자체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 이외에 다른 중앙부처와 협력 경험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같은 농정조직 내 부서 간 협력 역시 녹록치 않아 보인다.
행정이 안고 있는 이러한 문제는 농촌지역개발사업이 추진되는 현장에서 그대로 노출되고 있었다. 최근 사업 완료 또는 완료예정인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추진지역 주민위원들과 인터뷰 결과, 시군 행정과 한국농어촌공사의 문제가 공통으로 제기되었다.
첫째, 순환보직에 따른 담당자의 잦은 교체이다. 사업 추진기간(대체로 5∼6년) 동안 행정과 농어촌공사 담당자가 평균 4∼5번 교체되고, 많은 지역은 8번까지 교체되기도 했다. 주민위원들은 업무의 불연속성을 공통으로 지적했다. 사업 초기에는 행정과 농어촌공사가 주도하다 담당자가 교체되면서 주민위원들이 사업 추진경과를 담당자들에게 설명하기 바쁘다고 했다. 그나마 사업부지가 확정되고 시공사가 결정되면 농어촌공사는 추진회의에 아예 참여하지 않고 용역사를 통해 관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둘째, 정보공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민위원 가운데 사업추진 매뉴얼과 관련 지침을 가지고 있는 위원은 아무도 없었다. 행정과 농어촌공사에서 알려주지 않으면 모른다고 했다. 지침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사업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지침에 벗어난다고 안 된다고만 한다고 했다. 사업예산 집행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사업비가 어떻게 집행되고 있는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 주민위원은 “주민들이 따온 사업비를 왜 농어촌공사 허락을 받으며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제기된 과제는 사후관리의 문제이다. 사업추진 기간 중에도 담당자가 여러 번 교체되는 상황에서, 사업이 종료된 완료지구는 중앙 또는 감사원, 의회 등 별도 기관에서 관심을 갖지 않는 이상 잊혀진 대상이 된다. 초기 사업을 주도했던 행정과 농어촌공사 모두 떠나고 사후관리는 주민들의 몫으로 남겨진다. 중앙정부는 지방이양 이후 지방농정조직에서 사무 추진과정 및 결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로 인한 사회적 비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는 플랫폼 시대에 성공하는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정책 생산자(policy maker)를 넘어서 ‘개방’과 ‘협업’의 가치 창출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 자체가 정책 플랫폼(policy platform)이 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2020년부터는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무는 다부처 융합예산 편성을 확대하여 유사·중복을 최소화하는 융합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행정조직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 역시 지역에서 공공문제 해결을 위해 행정과 민간, 전문가 등 정책 이해관계자가 협업을 통한 정책 공동생산과 수행을 강조하고 있다. 2021년에는 다부처 정책연계 사업 등 다양한 형태로 정책 간 협업을 촉진하고 있다. 더 이상 행정이 주도하여 주민조직 간 칸막이를 조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동체 내부 소통과 협력을 촉진하여 주민관계망을 복원하는 방식으로 공공혁신이 시급하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2021.08.17 오피니언
| 서정민 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정책 생산자 넘어 정부가 ‘정책 플랫폼’ 돼
부처간 칸막이 허물고 협업 촉진
주민관계망 복원 방식 공공혁신 시급
행정조직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중앙부처별 조직 개편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조직 예산과 조직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행정조직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은 ‘자치분권’에 따른 중앙사무 지방이양과 재정분권, 주민자치 기반 풀뿌리 민주주의의 확산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과거 경제성장기 행정의 핵심적 가치가 ‘개발’과 ‘성장’이었다면, 최근 중앙정부의 행정기능 변화 흐름은 공동체 내부에서 소통과 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간접적이고 보조적인 방식으로 지원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데 공감대가 모아지고 있는 듯하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최근 지방 분권화에 대응한 농정조직 관리 방안에 대해 검토하였는데, 농림축산식품부 사무의 경우 현장 중심 추진업무가 많고(현장성), 지역주민 수요와 지역 농정환경의 다양성에 대한 정책적 대응(민주성)이 중요한 판단기준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농림축산식품사무 분야별로는 농촌개발 및 농촌산업 분야에서 현지성(민주성, 대응성), 경제성(효율성)이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농촌지역개발(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사무가 중앙부처별 지방이양 사무 가운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사무 가운데 중앙과 광역, 기초 모두에서 관련 부처(부서) 간 협력관계가 많은 사무 역시 농촌지역개발 및 농촌산업 분야로 분석되었다. 농촌지역개발사업은 농정조직 이외에 교육, 문화, 보건복지, 자치행정, 건설, 토목 등 다양한 부처(부서) 간 협력이 불가피한 사업이기 때문에,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에서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광역지자체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 이외에 다른 중앙부처와 협력 경험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같은 농정조직 내 부서 간 협력 역시 녹록치 않아 보인다.
행정이 안고 있는 이러한 문제는 농촌지역개발사업이 추진되는 현장에서 그대로 노출되고 있었다. 최근 사업 완료 또는 완료예정인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추진지역 주민위원들과 인터뷰 결과, 시군 행정과 한국농어촌공사의 문제가 공통으로 제기되었다.
첫째, 순환보직에 따른 담당자의 잦은 교체이다. 사업 추진기간(대체로 5∼6년) 동안 행정과 농어촌공사 담당자가 평균 4∼5번 교체되고, 많은 지역은 8번까지 교체되기도 했다. 주민위원들은 업무의 불연속성을 공통으로 지적했다. 사업 초기에는 행정과 농어촌공사가 주도하다 담당자가 교체되면서 주민위원들이 사업 추진경과를 담당자들에게 설명하기 바쁘다고 했다. 그나마 사업부지가 확정되고 시공사가 결정되면 농어촌공사는 추진회의에 아예 참여하지 않고 용역사를 통해 관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둘째, 정보공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민위원 가운데 사업추진 매뉴얼과 관련 지침을 가지고 있는 위원은 아무도 없었다. 행정과 농어촌공사에서 알려주지 않으면 모른다고 했다. 지침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사업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지침에 벗어난다고 안 된다고만 한다고 했다. 사업예산 집행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사업비가 어떻게 집행되고 있는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 주민위원은 “주민들이 따온 사업비를 왜 농어촌공사 허락을 받으며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제기된 과제는 사후관리의 문제이다. 사업추진 기간 중에도 담당자가 여러 번 교체되는 상황에서, 사업이 종료된 완료지구는 중앙 또는 감사원, 의회 등 별도 기관에서 관심을 갖지 않는 이상 잊혀진 대상이 된다. 초기 사업을 주도했던 행정과 농어촌공사 모두 떠나고 사후관리는 주민들의 몫으로 남겨진다. 중앙정부는 지방이양 이후 지방농정조직에서 사무 추진과정 및 결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로 인한 사회적 비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는 플랫폼 시대에 성공하는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정책 생산자(policy maker)를 넘어서 ‘개방’과 ‘협업’의 가치 창출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 자체가 정책 플랫폼(policy platform)이 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2020년부터는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무는 다부처 융합예산 편성을 확대하여 유사·중복을 최소화하는 융합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행정조직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 역시 지역에서 공공문제 해결을 위해 행정과 민간, 전문가 등 정책 이해관계자가 협업을 통한 정책 공동생산과 수행을 강조하고 있다. 2021년에는 다부처 정책연계 사업 등 다양한 형태로 정책 간 협업을 촉진하고 있다. 더 이상 행정이 주도하여 주민조직 간 칸막이를 조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동체 내부 소통과 협력을 촉진하여 주민관계망을 복원하는 방식으로 공공혁신이 시급하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2021.08.17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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