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쓰레기 문제, 누가 해결해야 하는가? | 구자인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 소장, 지역재단 자문위원
- 작성일2021/07/13 10:36
- 조회 577
농촌 쓰레기 문제, 누가 해결해야 하는가?
| 구자인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 소장, 지역재단 자문위원
농촌도 넘쳐나는 쓰레기에 골치
농업방식·생활양식 변화 불가피
영농폐기물은 국가가 대책 세워야
도시사회 문제를 연구할 당시 쓰레기 문제에 집중한 적이 있었다. 1990년대 초반이고 김포매립지가 처음 생겨나 재활용품이 섞여 반입되는 것을 주민들이 강하게 점검하고 구청마다 ‘쓰레기 대란’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던 시기였다. 또 쓰레기는 ‘지자체 자체 처리 원칙’이 결정되어 소각장이 적극 검토되고 주민들의 소각장반대운동이 아주 활발하기도 하였다. 1995년에 이루어진 행정구역 개편에서 도시가 인근 농촌 지자체를 흡수하여 통합하는 것도 결국에는 쓰레기 문제 해결 때문이라는 말도 나돌았다. 전 세계 최대 규모라는 김포매립지까지 청소차를 타고 왕복하며 바라본 광경은 괴기하다고 할 정도였다.
생태학적으로 도시는 농촌에 ‘기생’하는 존재라는 것을 결국 알게 되었다. 도시에 필요한 농산물은 물론이고 물과 에너지 등 필요한 물자는 모두 농촌에서 가져오고, 반대로 쓰레기는 모두 농촌에 갖다버리는 셈이다. 그렇게 버리는 쓰레기도 지자체 행정이 당연히 바로바로 치워줘야 한다고 시민들은 생각했다. 도시 생활에 필요한 도로나 지하철, 상하수도 등의 인프라는 계속 정비되어야 하고, 그 또한 국가가 당연히 해줘야 할 역할로 생각했다.
이제는 농촌에도 쓰레기가 넘쳐난다. 근대화와 경제성장 과정을 거치며 농업의 공업화, 농민의 소비자화, 농촌의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된 결과이다. 농업 생산과정은 대량생산을 위한 단작화, 기계화, 화학화도 병행되어 공업적으로 변했다. 생산자 농민도 농산물을 자급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먹거리를 마트에서 사먹는 소비자와 유사해졌다. 이런 변화과정에서 농촌은 스스로의 장점을 잃어버렸고 주민들의 생활양식은 도시를 닮아 왔다. 겉으로 보이는 풍경은 농촌임에 분명하지만 어딘가 농촌답지 않은 모습이 넘쳐난다. 농촌 체험을 위해 방문했던 도시민들이 하루 이틀 생활해보면 이런 점을 금방 간파한다. 가장 쉽게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농촌의 쓰레기 문제인 셈이다. 농가 주변은 물론이고 논밭이나 하천, 도로변 곳곳에 쓰레기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특히 시골 어르신들은 무엇 하나 허투루 버리지 않고 알뜰살뜰 아낄 줄 아는 재사용, 재활용의 달인들이었다. 남은 음식물은 퇴비로, 소주병은 기름 담는 병으로, 깨진 장독은 화분으로, 종이는 불쏘시개로 등등 쉽게 버리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물자가 넘쳐나니 이것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값싼 플라스틱 제품이 넘쳐나고, 나이가 드니 만사가 귀찮고 힘들 뿐이다. 고추밭의 멀칭 비닐은 걷을 힘도 없다. 태우자니 주변 눈이 무섭지만 다른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동네 대청소를 반복하고 있지만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청소할 때마다 차량 한 대씩은 나온다.
농촌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누구의 책임인가? 지난 7월 9일, 마을학회가 주관하는 35차 월례세미나의 주제는 ‘농촌 생활환경과 쓰레기’였다. 이 자리에서 진안군 봉곡마을의 사례발표가 있었다. 10여 년 전부터 마을에 분리수거장을 자발적으로 설치하고 부녀회가 관리하며 판매 수익금으로 연간 100만 원 정도의 마을자치기금을 모으는 마을이다. 또 늦게 시작했지만 판매 수익금을 독거노인 반찬나눔 기금으로 잘 활용하는 홍성군 두리마을 사례도 발표되었다. 그리고 환경운동 일환으로 주민교육과 시범사업을 열심히 실천해온 예산환경운동연합 사례, 분리수거 실태를 조사하고 면 단위 모델을 검토중인 홍성군 장곡면 주민자치회 사례, 마지막으로 농식품부 농업환경실천프로그램 일환으로 영농폐기물을 수집하고 분리수거하는 홍성군 도산2리 사례도 발표되었다. 이 자리에서 다양한 경험들이 공유되고 해결책도 논의되었다. 하지만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 현실에서 주민들이 자주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도 많이 제기되었다. 몇 가지 정리된 이야기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주민의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한데 글을 모르시는 어르신까지 고려하여 좀 더 농촌 현실에 맞도록 다양한 교재를 개발해야 한다. 행정이 만드는 안내책자는 너무 어렵고 현실과 맞지 않다. 이해하기 쉬운 영상물을 많이 만들고, 좋은 강사도 많이 양성해야 한다. 행정도 전문성을 높이고 주민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둘째, 지자체는 너무 넓고 다양하기 때문에 면 단위 실정에 맞게끔 자원순환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쓰레기 감소(Reduce)를 우선하고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쓰레기가 돈(마을기금)이다'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행정리 단위, 읍면 단위의 역할분담도 명확해질 수 있다. 그 이후에 지자체의 청소행정과 맞물려 수집과 폐기의 경로를 따라 외부로 반출되어야 한다.
셋째, 농촌 면 단위마다 재활용품의 분리수거와 판매를 담당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례 발표자들은 마을 가까이에 ‘고물상’이 하나쯤 있다면 훨씬 편하게 활동할 수 있고, 노인이나 청년 일자리와 연계한다면 사회적기업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사회적기업이 도로변 제초작업이나 가로수 관리, 꽃가꾸기 등의 행정사업까지 대행한다면 충분히 지속가능하고, 농촌의 환경지킴이 역할도 감당할 수 있다. 주민자치회에서 충분히 논의해볼 만하다.
물론 농촌 쓰레기 문제는 현재의 농업방식과 주민 생활양식의 변화 없이는 근본적으로 해결이 어렵다. 특히 영농폐기물 문제는 국가가 제도적으로 대책을 세워야만 한다. 생산을 규제하고 수집가격을 높여야 한다. 주민들은 쓰레기 문제가 어렵고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봉곡마을), '10년을 내다보고'(두리마을) 계속 해나갈 요량이라 한다. '다함께 대청소하며 주민들 사이의 우애도 생기고 좋은 귀농귀촌 교육도 된다'(도산2리)며 즐거워한다. 이런 노력에 국가와 행정은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간단한 문제 하나도 잘 해결되지 않는 것이 농촌 현실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2370
| 구자인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 소장, 지역재단 자문위원
농촌도 넘쳐나는 쓰레기에 골치
농업방식·생활양식 변화 불가피
영농폐기물은 국가가 대책 세워야
도시사회 문제를 연구할 당시 쓰레기 문제에 집중한 적이 있었다. 1990년대 초반이고 김포매립지가 처음 생겨나 재활용품이 섞여 반입되는 것을 주민들이 강하게 점검하고 구청마다 ‘쓰레기 대란’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던 시기였다. 또 쓰레기는 ‘지자체 자체 처리 원칙’이 결정되어 소각장이 적극 검토되고 주민들의 소각장반대운동이 아주 활발하기도 하였다. 1995년에 이루어진 행정구역 개편에서 도시가 인근 농촌 지자체를 흡수하여 통합하는 것도 결국에는 쓰레기 문제 해결 때문이라는 말도 나돌았다. 전 세계 최대 규모라는 김포매립지까지 청소차를 타고 왕복하며 바라본 광경은 괴기하다고 할 정도였다.
생태학적으로 도시는 농촌에 ‘기생’하는 존재라는 것을 결국 알게 되었다. 도시에 필요한 농산물은 물론이고 물과 에너지 등 필요한 물자는 모두 농촌에서 가져오고, 반대로 쓰레기는 모두 농촌에 갖다버리는 셈이다. 그렇게 버리는 쓰레기도 지자체 행정이 당연히 바로바로 치워줘야 한다고 시민들은 생각했다. 도시 생활에 필요한 도로나 지하철, 상하수도 등의 인프라는 계속 정비되어야 하고, 그 또한 국가가 당연히 해줘야 할 역할로 생각했다.
이제는 농촌에도 쓰레기가 넘쳐난다. 근대화와 경제성장 과정을 거치며 농업의 공업화, 농민의 소비자화, 농촌의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된 결과이다. 농업 생산과정은 대량생산을 위한 단작화, 기계화, 화학화도 병행되어 공업적으로 변했다. 생산자 농민도 농산물을 자급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먹거리를 마트에서 사먹는 소비자와 유사해졌다. 이런 변화과정에서 농촌은 스스로의 장점을 잃어버렸고 주민들의 생활양식은 도시를 닮아 왔다. 겉으로 보이는 풍경은 농촌임에 분명하지만 어딘가 농촌답지 않은 모습이 넘쳐난다. 농촌 체험을 위해 방문했던 도시민들이 하루 이틀 생활해보면 이런 점을 금방 간파한다. 가장 쉽게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농촌의 쓰레기 문제인 셈이다. 농가 주변은 물론이고 논밭이나 하천, 도로변 곳곳에 쓰레기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특히 시골 어르신들은 무엇 하나 허투루 버리지 않고 알뜰살뜰 아낄 줄 아는 재사용, 재활용의 달인들이었다. 남은 음식물은 퇴비로, 소주병은 기름 담는 병으로, 깨진 장독은 화분으로, 종이는 불쏘시개로 등등 쉽게 버리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물자가 넘쳐나니 이것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값싼 플라스틱 제품이 넘쳐나고, 나이가 드니 만사가 귀찮고 힘들 뿐이다. 고추밭의 멀칭 비닐은 걷을 힘도 없다. 태우자니 주변 눈이 무섭지만 다른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동네 대청소를 반복하고 있지만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청소할 때마다 차량 한 대씩은 나온다.
농촌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누구의 책임인가? 지난 7월 9일, 마을학회가 주관하는 35차 월례세미나의 주제는 ‘농촌 생활환경과 쓰레기’였다. 이 자리에서 진안군 봉곡마을의 사례발표가 있었다. 10여 년 전부터 마을에 분리수거장을 자발적으로 설치하고 부녀회가 관리하며 판매 수익금으로 연간 100만 원 정도의 마을자치기금을 모으는 마을이다. 또 늦게 시작했지만 판매 수익금을 독거노인 반찬나눔 기금으로 잘 활용하는 홍성군 두리마을 사례도 발표되었다. 그리고 환경운동 일환으로 주민교육과 시범사업을 열심히 실천해온 예산환경운동연합 사례, 분리수거 실태를 조사하고 면 단위 모델을 검토중인 홍성군 장곡면 주민자치회 사례, 마지막으로 농식품부 농업환경실천프로그램 일환으로 영농폐기물을 수집하고 분리수거하는 홍성군 도산2리 사례도 발표되었다. 이 자리에서 다양한 경험들이 공유되고 해결책도 논의되었다. 하지만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 현실에서 주민들이 자주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도 많이 제기되었다. 몇 가지 정리된 이야기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주민의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한데 글을 모르시는 어르신까지 고려하여 좀 더 농촌 현실에 맞도록 다양한 교재를 개발해야 한다. 행정이 만드는 안내책자는 너무 어렵고 현실과 맞지 않다. 이해하기 쉬운 영상물을 많이 만들고, 좋은 강사도 많이 양성해야 한다. 행정도 전문성을 높이고 주민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둘째, 지자체는 너무 넓고 다양하기 때문에 면 단위 실정에 맞게끔 자원순환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쓰레기 감소(Reduce)를 우선하고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쓰레기가 돈(마을기금)이다'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행정리 단위, 읍면 단위의 역할분담도 명확해질 수 있다. 그 이후에 지자체의 청소행정과 맞물려 수집과 폐기의 경로를 따라 외부로 반출되어야 한다.
셋째, 농촌 면 단위마다 재활용품의 분리수거와 판매를 담당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례 발표자들은 마을 가까이에 ‘고물상’이 하나쯤 있다면 훨씬 편하게 활동할 수 있고, 노인이나 청년 일자리와 연계한다면 사회적기업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사회적기업이 도로변 제초작업이나 가로수 관리, 꽃가꾸기 등의 행정사업까지 대행한다면 충분히 지속가능하고, 농촌의 환경지킴이 역할도 감당할 수 있다. 주민자치회에서 충분히 논의해볼 만하다.
물론 농촌 쓰레기 문제는 현재의 농업방식과 주민 생활양식의 변화 없이는 근본적으로 해결이 어렵다. 특히 영농폐기물 문제는 국가가 제도적으로 대책을 세워야만 한다. 생산을 규제하고 수집가격을 높여야 한다. 주민들은 쓰레기 문제가 어렵고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봉곡마을), '10년을 내다보고'(두리마을) 계속 해나갈 요량이라 한다. '다함께 대청소하며 주민들 사이의 우애도 생기고 좋은 귀농귀촌 교육도 된다'(도산2리)며 즐거워한다. 이런 노력에 국가와 행정은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간단한 문제 하나도 잘 해결되지 않는 것이 농촌 현실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2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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