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주도 자조금, 예산·제도 뒷받침돼야 |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협회 사무총장,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1/04/2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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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주도 자조금, 예산·제도 뒷받침돼야
|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협회 사무총장, 지역재단 이사
지난 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2021년도 자조금 사업비 지원 배정(안)’을 발표했다. 18개 자조금 단체에 95억원을 매칭해 지원하는 것으로 전년도 운영평가 등을 반영해 차등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년 의무자조금을 추진했던 마늘과 양파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정부가 추진 당시 약속했던 매칭 비율만큼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자조금 국고 매칭 비율 문제는 근본적으로 예산 부족 문제로 마늘과 양파 자조금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자조금 단체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된 사안이다. 이번 기회에 문제를 공론화해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당시 주요 농산물의 의무자조금 조성을 농정공약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자조금 예산에 대한 충분한 확보 없이 추진되다 보니 1:1 매칭 비율은 지켜지지 못한 채 추진돼 왔다. 최근 3년간 자조금 국고와 농가 조성액 매칭 비율을 살펴보면 △2019년 국고 76억원·조성금액 102억원·매칭비율 74.5% △2020년 81억원·131억원·61.8% △2021년 95억원·127억원·74.8% 등으로 농민들이 조성한 금액에 비해 국고가 턱없이 부족한 것을 알 수 있다. 즉 자조금을 납부하는 농민들에게는 정부가 100% 매칭해 준다고 이야기해 왔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정부가 밝힌대로 생산자 중심의 자율적 수급안정 체계 구축을 위해 자조금을 적극 확대 육성하겠다면 당초 약속한대로 농민들이 조성한 금액에 맞게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
자조금 제도는 농산물 수입개방에 대응해 해당 품목에 종사하는 농민들이 힘을 합쳐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국내 농수산자조금의 경우 2000년부터 임의자조금으로 운영되다가, 2013년 「농수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원예 부문의 의무자조금제도가 시작됐다. 현재 친환경, 인삼, 파프리카, 마늘, 양파 등 14개 자조금 단체가 출범해 활동하고 있으며 가지, 오이, 풋고추, 떫은감 등 4개 품목의 의무자조금이 추진되고 있다.
농수산자조금이 확대되면서 품목 중심의 농민운동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에 대해 농민 진영 내에 충분한 내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농민 중심의 자주적 운영을 제약하는 농수산자조금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자조금 단체는 대의원총회를 통해 사업결산 및 사업계획을 비롯해 자조금 운영에 필요한 주요 사안을 결정한다. 그러나 대의원총회에서 결의된 내용이라 하더라도 자조금법에서 정한 주요 사안들이 장관 승인사항으로 규정돼 있다 보니,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 해도 장관이 승인하지 않으면 폐기해야 한다. 또한 자조금 사업예산의 경우 항목별로 20% 이상 변경될 경우 총회를 개최해서 장관 승인을 받아야 사업 집행이 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보통 1년에 4~5차례 총회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농수산자조금법을 조속히 개정해 자조금 단체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불합리한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품목별 자조금을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가에 대한 정부와 농민단체 간의 합의가 필요하다. 다품목 소량생산 체계인 현실에서 자조금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경우 자조금 납부에 대한 농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며, 주요 품목 재배 농가들의 불만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14개 품목 자조금의 내실화를 기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이를 평가해 향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친환경자조금과 일반 품목 자조금 간의 이중납부 문제에 대해서도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 자조금 법에서는 자조금을 2개 이상 납부해야 할 경우 먼저 납부한 자조금만큼 감액하여 거출토록 하고 있으나, 현재 거출 시스템상 타품목 자조금 납부 현황을 파악할 수 없고, 자조금 단체별로 납부 방법이 상이한 현실에서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친환경농업을 육성해야 하는 요구에 맞춰 친환경자조금을 납부하는 농가의 경우 타 자조금 납부를 유예하는 등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자조금이 품목 중심 농민운동으로서 새로운 역할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해당 품목 전체 농민들을 조직화해 주체로 나서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당 품목에 대한 대표성을 확보해 전체 농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당 품목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소비촉진과 홍보, 나아가 수급조절 사업 등을 통해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자조금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품목단체간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자조금 사업에 대한 상호간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국내 농업 보호를 위한 공동 대응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http://www.ikpnews.net) 농정춘추 http://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4000
|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협회 사무총장, 지역재단 이사
지난 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2021년도 자조금 사업비 지원 배정(안)’을 발표했다. 18개 자조금 단체에 95억원을 매칭해 지원하는 것으로 전년도 운영평가 등을 반영해 차등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년 의무자조금을 추진했던 마늘과 양파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정부가 추진 당시 약속했던 매칭 비율만큼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자조금 국고 매칭 비율 문제는 근본적으로 예산 부족 문제로 마늘과 양파 자조금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자조금 단체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된 사안이다. 이번 기회에 문제를 공론화해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당시 주요 농산물의 의무자조금 조성을 농정공약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자조금 예산에 대한 충분한 확보 없이 추진되다 보니 1:1 매칭 비율은 지켜지지 못한 채 추진돼 왔다. 최근 3년간 자조금 국고와 농가 조성액 매칭 비율을 살펴보면 △2019년 국고 76억원·조성금액 102억원·매칭비율 74.5% △2020년 81억원·131억원·61.8% △2021년 95억원·127억원·74.8% 등으로 농민들이 조성한 금액에 비해 국고가 턱없이 부족한 것을 알 수 있다. 즉 자조금을 납부하는 농민들에게는 정부가 100% 매칭해 준다고 이야기해 왔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정부가 밝힌대로 생산자 중심의 자율적 수급안정 체계 구축을 위해 자조금을 적극 확대 육성하겠다면 당초 약속한대로 농민들이 조성한 금액에 맞게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
자조금 제도는 농산물 수입개방에 대응해 해당 품목에 종사하는 농민들이 힘을 합쳐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국내 농수산자조금의 경우 2000년부터 임의자조금으로 운영되다가, 2013년 「농수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원예 부문의 의무자조금제도가 시작됐다. 현재 친환경, 인삼, 파프리카, 마늘, 양파 등 14개 자조금 단체가 출범해 활동하고 있으며 가지, 오이, 풋고추, 떫은감 등 4개 품목의 의무자조금이 추진되고 있다.
농수산자조금이 확대되면서 품목 중심의 농민운동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에 대해 농민 진영 내에 충분한 내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농민 중심의 자주적 운영을 제약하는 농수산자조금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자조금 단체는 대의원총회를 통해 사업결산 및 사업계획을 비롯해 자조금 운영에 필요한 주요 사안을 결정한다. 그러나 대의원총회에서 결의된 내용이라 하더라도 자조금법에서 정한 주요 사안들이 장관 승인사항으로 규정돼 있다 보니,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 해도 장관이 승인하지 않으면 폐기해야 한다. 또한 자조금 사업예산의 경우 항목별로 20% 이상 변경될 경우 총회를 개최해서 장관 승인을 받아야 사업 집행이 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보통 1년에 4~5차례 총회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농수산자조금법을 조속히 개정해 자조금 단체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불합리한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품목별 자조금을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가에 대한 정부와 농민단체 간의 합의가 필요하다. 다품목 소량생산 체계인 현실에서 자조금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경우 자조금 납부에 대한 농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며, 주요 품목 재배 농가들의 불만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14개 품목 자조금의 내실화를 기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이를 평가해 향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친환경자조금과 일반 품목 자조금 간의 이중납부 문제에 대해서도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 자조금 법에서는 자조금을 2개 이상 납부해야 할 경우 먼저 납부한 자조금만큼 감액하여 거출토록 하고 있으나, 현재 거출 시스템상 타품목 자조금 납부 현황을 파악할 수 없고, 자조금 단체별로 납부 방법이 상이한 현실에서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친환경농업을 육성해야 하는 요구에 맞춰 친환경자조금을 납부하는 농가의 경우 타 자조금 납부를 유예하는 등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자조금이 품목 중심 농민운동으로서 새로운 역할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해당 품목 전체 농민들을 조직화해 주체로 나서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당 품목에 대한 대표성을 확보해 전체 농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당 품목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소비촉진과 홍보, 나아가 수급조절 사업 등을 통해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자조금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품목단체간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자조금 사업에 대한 상호간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국내 농업 보호를 위한 공동 대응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http://www.ikpnews.net) 농정춘추 http://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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